빛으로 기억되는 공간

스페인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 Madrid Plaza Mayor

의도적으로 이곳에 가야겠다 맘먹은 건 아니었다. 그라나다에서 밤을 달려 도착한 마드리드는 서울로 향하며 여행을 마무리하는 도시였기 때문에 꼼꼼하게 여행계획을 하지 않았다. 물론 이번 스페인 여행 자체가 몇 개의 버킷리스트만 있었을 뿐 계획성 있게 움직이진 않긴 했다. 스페인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예약한건 15일짜리 버스패스 달랑 하나뿐이었으니까. 뭐 치밀하게 계획해도 늘 엉뚱한 곳에서 호기심이 발동하여 옆으로 새기 일쑤이고 늘 여행이 그러하다. 버스터미널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무작정 지하철역 벽에 붙어 있는 지도를 보고 레티로공원을 찍고 산 미구엘 시장은 산책 겸 들러야겠다 맘먹었을 뿐 이었다. 솔광장에 도착하여 시장의 위치를 지도에서 살펴보다 우연하게 발견한 마요르 광장. 광장으로 통하는 관문에 새어 들어오는 빛이 참 인상적이었던 그곳. 나에게 마요르 광장은 빛이다.

산미구엘 시장과 5분거리, 마요르 광장

솔광장에서 산 미구엘 시장을 향해 걷다보면 찾은 수 있는 마요르 광장은 락앤락 용기 같았다. 사방이 모두 건물로 휩싸여 있고 각 건물엔 그 안으로 통하는 관문이 있으며 그 관문을 통해 마요르 광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솔광장은 선물상자를 제대로 펼쳐놓고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 마요르 광장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건네 줄 선물상자 안의 내용물을 빼꼼하게 훔쳐보는 기분이랄까? 그런 비밀스럽고 다른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 마요르 광장을 기억하게 한다.

광장엔 풍요로운 볼거리가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

마요르 광장에는 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바, 카페,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특히 주말이 되면 이곳에 야외골동품 마켓도 열려 그것들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가득 찬다고 하니 겨울시즌이 지나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사라진다 해도 이곳은 늘 구경거리가 많다는 것.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하니 마드리드의 일상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겐 좋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그곳에 흘러들어오는 빛 그리고 관문, 마요르 광장 입구

마요르 광장으로 내가 흘러들어왔듯 사람들도 사방의 관문들을 통해 밀물과 썰물이 만나듯 오간다. 사람들과 함께 빛도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마요르 광장. 마켓의 분위기도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관문 안으로 들어오려는 빛이 오가는 사람들에 의해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 한참동안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닥에 내려앉은 빛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마요르 광장을 기억하게 하는 풍경.

당신이 솔광장에 머문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 마요르 광장

마드리드에 도착해 하룻밤 묵으면서 맛있는 하몽과 스테이크 그리고 여행 수다에 풍미를 더 해줄 와인을 즐겼던 그 밤도 좋았지만 만약 마요르 광장의 존재를 알았다면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분위기에 빠져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가오는 떠남의 시간은 분명 그날의 밤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마요르 광장의 밤을 직접 맛보지 못함을 서운하게 한다. 마드리드에 오면 가장 많이 찾는 솔광장. 이곳에 누군가 온다면 마요르 광장에서 밤문화를 즐겨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