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기 좋은 장소를 추천하자면, 두 말 할 것 없이 센강이다. 센강만을 따라 쭉 가도 멋진 자전거 여행이 될 수 있다. 센 강에는 섬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노틀담 성당이 있는 ‘시떼 섬’이고, 다른 하나는 대부분 주거지인 ‘생루이 섬’이다. 생루이 섬 끝부터 시작해서 에펠탑까지 가는 루트를 추천해주고 싶다. 생루이 섬에서부터 에펠탑까지 가는 거리에는 볼 것들이 많고 풍경도 아름답다. 그리고 유명한 관광지들은 센 강 주변에 많이 몰려있어서 중간중간에 그러한 곳들에 접근하기에도 좋다. 센 강 옆 도로 말고, 강 바로 옆에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강둑이 있다. 그곳에서 자전거를 탄다면 좀 더 가까이 센 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특별한 관광지도 아니고, 사람들이 북적이지도 않은 곳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바로 사람들이 사는 동네들을 말이다. 전세계 사람들이 파리에 방문하기 때문에 파리가 수많은 인파들도 꽉꽉 찰 것만 같았지만, 그건 유명 관광지에서만의 이야기였다.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에펠탑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모여도, 에펠탑이 있는 그 장소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하다. 심지어 더 예쁘기까지 하다. 사람 사는 동네 같다.
관광지에 있으면 사진 찍고, 구경하기 바쁜 사람들만 만나서 그런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차분하면서도 적당히 활기 넘치는 ‘동네 같은 동네’에 오게 되니 정말 행복했다. 에펠탑이 가까이 잘 보이는 동네에서 살아가는 것도 멋질 것 같다. 이마저도 내가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느낄 수 없던 것들이다.
한 번은 하루 종일 자전거 데이로 잡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에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밖을 나오자,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그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미 나는 우산도 없었다. 그렇게 그 날의 자전거 여행의 꿈은 산산조각 무너져 내리고, 터벅터벅 지하철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프랑스인이 비 속을 뚫고 자전거를 타며 내 옆을 지나갔다. 순간 비가 와도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욕구가 불끈 솟아올랐고, 추억거리가 되기를 기도하며 자전거에 올라 탔다. 비 오는 날 자전거 타기는 정말 멋졌다. 비 오는 파리 자체도 낭만적인데, 그 비를 맞으며 파리에서 자전거 타는 것이니 오죽했을까. 그 날 아침에 비니를 쓰고 나온 것을 감사하며 마음껏 비 오는 파리는 느꼈다.
도로에서 신나게 속도를 내며 달릴 때만큼 짜릿한 것도 없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달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들은 주로 도로의 양 쪽 끝에서 달린다. 하지만, 인도에 패달이 닿으면 안되기 때문에 살짝 도로 안 쪽으로 들어와서 달린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들이 속력을 내서 달리는 동안 갑자기 자전거를 멈춰 세우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허벅지 근육이 터져버릴 듯 아프지만, 자동차들이 신호등에 멈출 때가지 계속 자전거 패달을 밟기도 했다. 덕분에 그 날 밤에 더욱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으니,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파리에서 자전거 타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자전거 여행 팁>
- 파리 자전거 여행의 유용한 앱 <Paris Velib>
: 무료 어플, 근처의 자전거 터미널의 위치와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가 얼마나 차있는 지 보기 쉽게 알려준다.
불어를 몰라도 이미지만으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Freelance Travel Writer http://blog.naver.com/jundy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