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라면 다시 이 곳에, 쿠스코
리마공항에서 숙소 찾아가기. '끼에로 이르 미라플로레스' 되는 대로 지껄여도 내 일처럼 도와주는 시민들이 있어 콜렉티보를 잡아타는 건 쉬웠다. 허리를 한참이나 꺾어야 탈 수 있는 옛날식 봉고차이다. 임신부가 힘겹게 서있으니 키가 훤칠하게 큰 청년이 일어나 자리를 비켜준다. 여기도 사람 사는 도시구나, 힘겨운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사람들에게서 서울 사람들이 보인다. 바뇨스에서 헤어진 알래스카녀 C를 만나 구센트로 구경을 하고 12시간 만에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행여 나스카 라인이 발 밑에 보일까 기웃거리다 이내 깊은 잠에 들고 말았다.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심장이 쿵쾅대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영혼이 통하는 도시는 이렇게나 알아보기 쉬운데 사람은 왜 알아볼 수 없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 버스를 잡아타고 광장 뒤편 골목에 내려 익숙한 길을 따라 걸었다. 대성당 뒷길을 따라 잠깐 오르막을 걷는데도 숨이 차 쉬어야 한다. 히트텍을 두 개 씩 껴입고도 추위가 밀려온다. 비까지 내려 한기는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습하고 추운 도시가 좋을 리 없는데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모른다. 비도 좋고, 추위도 좋고, 무거운 담요도 좋고, 싸구려 알파카 니트도 좋다. 장갑과 모자를 사 꽁꽁 싸매고 스타벅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한국말들, 막 리마에서 넘어와 남미여행을 시작하는 이들이렷다.
'여자 혼자 여행하기란 지독히도 외롭고 고단한 일이다.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미스초이 혹은 초이상. 글 쓰고 라디오 듣고 커피 내리고 사진 찍어요. 두 냥이와 삽니다:-) 남미에서 아프리카까지 100개의 도시 이야기 '언니는 여행중', 혼자 사는 여자의 그림일기 '언니는 오늘' 운영중 http://susiediamond.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