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악마의 목구멍을 찾아서
이구아수 폭포는 마추픽추, 우유니 소금사막과 함께 남미 볼거리의 빅3로 통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파라과이 국경에 걸쳐 있는 매머드급 폭포다.
또 북미의 나이아가라 폭포,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통 이구아수 폭포를 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브라질 쪽의 포트 두 이구아수 마을에서 보거나, 아니면 국경을 건너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구아수 마을에서 보는 방법이다.
서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여행자라면, 두 곳 모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부족해 포트 두 이구아수 마을은 건너뛰고, 바로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었다. 푸에르토 이구아수 마을은 매우 한적하다.
폭포를 보러 오는 여행자 때문에 먹고사는 마을이다. 마을 자체는 황량하다. 참고로 폭포를 만나려면,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약 20분 정도 달려야 한다. 폭포를 보기 전에 할 일이 있다. 버스 티켓 예매와 숙소 물색이다. 대부분 숙소는 버스터미널 근처에 몰려있다.
일단 푸에르토 이구아수 마을에 도착했으니 숙소부터 찾는다. 운 좋게 저렴한 호스텔을 찾을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는 버스터미널은 여행자로 늘 북적인다. 나처럼 브라질 국경을 넘은 여행자도 있고, 반대로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 국경으로 넘어가는 여행자도 많다.
또는 이구아수 폭포 관람을 마치고, 남쪽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는 여행자도 보인다. 따라서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다음 표를 미리 구매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이곳을 둘러본 다음, 아르헨티나의 심장인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날 예정. 도착과 동시에 내일 저녁에 떠날 표부터 예매한다.
남미의 버스는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으로 4단계의 버스로 나누어진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 버스와 등받이가 약간 기울어지는 세미 카마, 그리고 좀 더 기울어지는 카마, 마지막으로 최고급 시설의 살롱 카마다. 살롱 카마의 경우 의자를 거의 180도로 젖힐 수 있고, 침구류도 제공된다. 또한 승무원이 탑승해 식사와 간식을 주기도 한다.
버스 표도 예매했으니 숙소에서 개인정비를 한다. 상파울루에서 약 17시간을 달려왔기에 온몸이 찌뿌둥했다.
샤워를 마치고 인근 레스토랑을 찾았다. 아르헨티나에 왔으니 쇠고기를 맛봐야 했다. 사진에는 가려져 있지만, 달걀 프라이 밑에 등심이 깔려 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주문하자 꽤 푸짐한 식탁이 됐다.
아르헨티나는 쇠고기가 정말 싸다는 말이 있는데, 레스토랑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아르헨티나 쇠고기를 저렴하게 맛보고 싶다면, 큰 마트 정육코너를 찾으면 된다. 그리고 취사 가능한 숙소에서 해먹으면 되는 것.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다음, 다시 버스터미널 주변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이구아수 폭포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작은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만약 모르겠다면, 주변 버스 역무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또 많은 여행자가 이미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에 쉽게 찾을 것이다.
그렇게 버스에 올라 약 20분을 달리면,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그늘 하나 없는 국립공원 입구에 서면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힌다.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서 온 여행자부터 가족 나들이를 온 현지인까지 각양각색이다.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과 현지인의 입장료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 이는 이곳뿐 아니라 남미 대부분 여행지가 비슷하다. 동양인 여행자가 신기한지 현지인이 종종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잦다.
그렇게 입장료를 지불하고 국립공원에 들어왔다면, 작은 기차역을 만날 것이다. 이구아수 국립공원은 매우 넓으므로 도보로 돌아나니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지금처럼 매우 뜨거운 날이라면, 이구아수 폭포를 보기도 전에 체력이 바닥날지도 모른다.
작은 기차는 국립공원 각지로 연결하는데, 여행자의 소중한 발이 되어준다. 멀리 폭포가 자리하고 있는 '악마의 목구멍' 역까지 운행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기차는 매우 천천히 움직이며, 이동하는 중간중간 마주치는 정글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어 기차에 오른다고 따로 돈을 내지 않는다.
악마의 목구멍 역에서 내리면, 약 1.2km 정도의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끝까지 걸으면 이구아수 폭포의 하이라이트, 악마의 목구멍에 닿게 된다.
여행자는 국립공원 열차의 종착역을 뒤로하고 철제 다리를 따라 이구아수 강을 건넌다. 다리를 건너면서 마주치는 이구아수 강의 풍경은 대자연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 철제 다리는 끝없이 이어진 듯해 강폭이 쉽게 짐작되지 않을 정도다.
이구아수 강에는 다양한 물고기와 진귀한 나비, 그리고 산새를 만날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메기를 닮은 '수루비'란 물고기가 자주 눈에 띄었는데, 식용으로도 쓰인다.푸에르토 이구아수 마을을 걷다 보면, '수루비'라는 간판을 걸고 판매하는 레스토랑을 쉽게 볼 수 있다. 보통 구이로 먹는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이어지는 철제 다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뜨거운 햇볕을 그대로 맞으며 걸으니 더욱 고되다. 참고로 1월의 아르헨티나는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다. 이 시기에 이구아수 폭포를 찾는다면, 선크림과 선글라스, 챙이 넓은 모자는 필수다.
하루만 햇볕에 그을려도 피부가 시뻘겋게 익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다. 피부 보호를 위해 선크림을 아끼지 말고 바르는 것을 추천한다. 선크림이 없다면, 마을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로 강도 90짜리 선크림을 판매하는 것만 봐도, 이곳 햇볕의 위력을 쉽게 알 수 있다.
약 20분 정도 걸었을까. 다리 끝에 여행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악마의 목구멍에 거의 도착한 듯하다. 웅성거리는 여행자 너머로 위용을 드러낸 악마의 목구멍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구아수 폭포 밑의 틈을 가리키는 악마의 목구멍 주변에는 멀리서도 한눈에 보일 정도로 거대한 물보라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또 폭포 아래로는 평소 보기 어려운 쌍무지개가 떴다. 진귀한 광경이다.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크고 작은 폭포가 좌우로 쏟아지는 장관이 펼쳐졌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토리아 폭포와 나이아가라 폭포는 규모 면에서 이곳보다 한 수 아래로 느껴진다.
대자연이 주는 압도감에 쉽사리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물보라가 심할 경우, 깨끗한 폭포 사진을 찍기 어렵다. 방수팩을 준비하면 보다 나은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국적은 모두 다르지만, 악마의 목구멍을 대하는 자세는 모두 비슷하다. 한 무리의 단체여행자가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난간이 비좁기 때문에 시간이 더디게 걸렸고, 계속해서 들어오는 여행자들이 기다리기도 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짜증 날 법도 했지만, 이구아수 폭포를 옆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 다들 표정은 밝기만 하다. "무챠 그라시아스!(정말 감사합니다)" 단체사진을 찍는 이들은 금세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자리를 비켜준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니 주변 국가의 여행자들인 듯하다.
이처럼 이구아수 폭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선사한다. 대자연이 펼치는 장엄한 광경에 절로 숙연해지는 단 하나의 장소다.
Travel Info
브라질과 파라과이로 넘어가는 방법
푸에르토 이구아수 버스터미널에서 브라질의 포트두 이구아수로 떠나는 버스가 수시로 발착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국기가 나란히 새겨진, 우리나라의 마을버스 같은 버스가 국경을 끊임없이 넘나드는 것.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 검문소에서 두 번의 여권 검사를 하게 되는데,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다. 아르헨티나보다 브라질의 물가가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 갈 때도 포트두 이구아수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브라질 국경을 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14년차 여행전문 기자.
온라인에서 ‘기곰천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여행작가.
계획 없는 여행을 선호한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길 위에서의 불확실성을 즐긴다
- 국내여행잡지 KTX매거진 기자
- 해외여행잡지 <에이비로드> 기자
- 대한항공 VIP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