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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마음의 아지트 - 앤틱카페, 아르정탱

    JUNE JUNE 2011.06.15

    카테고리

    한국, 경상, 음식, 에피소드

     

     

     

     내 마음의 아지트 '동네카페'의 매력

     

     

     

    # 1. 아메리카노를 노래하는 시대

     

    확실히 요즘은 어딜 둘러봐도 온통 카페 천지다. 이름난 간판의 카페들은 서로 마주보며 있거나, 멀어야 삼십미터 거리마다 하나씩 터잡고 있다. 여기 카라멜 마키아또는 너무 달고, 저기 카푸치노는 거품이 맛이 없고, 거긴 프라푸치노가 맛있고, 꼬불꼬불 굴러다니는 이름의 커피들.  '아메리카노'를 노래할 줄 모르면 트렌디하지 않은 세상. 신기한 것은, 그 많은 카페마다 사람들이 참 많이도 들어앉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밖으로 싸들고 나와 한 손 가득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여자들은 카페가 아니면 수다가 안된다. 커플들도 카페가 아니면 데이트가 안된다. 남자들끼리는? 신기할 것도 없다.  걸쭉한 저음의 웃음소리를 허허허 내며 수다떠는 남자들의 모습도 낯설지만은 않다. 그 시끄러운 와중에 공부하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인터넷 하는 사람, 스마트폰 게임 삼매경인 사람까지. 어쨌든,

     

     

     

    # 2.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그런 풍경의 일원이다. '카페'가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 당연해진 세상. 난 저지방 카페라떼만 마셔, 난 아메리카노 투샷만 마셔 - 기호에 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 하나쯤 있어줘야 하는 그런, 카페의 시대.

     

    그리고 사람들은 끝없이 못마른 듯 하다. 큰 거리에 자리잡은 카페엔 점점 더 많은, 젊은, 파릇파릇한 신입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시장은 점점 거대해진다. 이제 올드해진 카페피플은 소음과 북적이는 사람들을 피하고 싶다.  어쨌든 카페를 벗어날 순 없는데,  자기만의 아지트를 찾아 점점 작은 거리 속, 동네카페로 숨어든다.

     

     

     

     

     

     

     

    # 3. 카페 예찬

     

    사람들이 카페로 몰려드는 것이, 비단 커피 중독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커피의 맛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자칭타칭 커피 매니아라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의 정확한 차이도 잘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카페 중독은 결코 커피 때문이 아니라, '공간'에 대한 갈망이 낳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볍게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를 떨기 위한 '만남의 장'에서 시작하여, 누군가에게는 자신만을 위한 작업실이,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휴게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카페라는 공간이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카페나 카페 밖이나 사람한테 치이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카페에서는 내가 앉은 테이블만큼의 오롯한 내 공간이 주어진다.  서로의 간격이 채 30센치가 되지 않아도 너의 테이블과 나의 테이블은 별개의 세상인 법이다.

     

     

     

     

     

     

    #4. 동네카페의 미학

     

    프랜차이즈 카페의 장점이자 단점은 정량화된 맛이 보장된다는 것. 엇비슷한 메뉴와 엇비슷한 레시피. 여기가 거기. 거기가 여기. 불필요한 모험을 감내하지 않아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메뉴'가 갖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미묘한 맛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메뉴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이미 익숙한 공간인만큼, 그 어떤 낯선 지역에서도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좋다.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가격이 더 비싸다는 것은 한 5년 전의 이야기다. 요즘은 개인카페가 더 비싼 경우도 많을 뿐더러, 프랜차이즈 가격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더이상 커피 한잔에 4천원 5천원이라고 해서 놀라지 않으니까.

     

    사실 개인카페, 즉 동네카페는 복불복이 강하다. 마음에 들면 한없이 정겹고 좋지만 때때로 검증되지 않은 레시피와 실력으로 커피 맛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건 영 아닌데 .. 싶은 생각이 들게끔 하니까.  매뉴얼화 되지 않은 레시피는 어딘가 어설프기 마련이고, 그 날 그 날 바뀌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느릿느릿한 분위기, 카페 주인장의 센스와 취향에 맞춘 인테리어, 하나하나 수고롭게 고르고 구매했을 컵과 접시,  어설프고 조잡한 손 맛 등이 그리운 날에는 주저않고 동네카페로 가게 된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트렌디한 음악, 환한 조명,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이나 알바생이 보고 싶지 않은 날. 그런 날 말이다.

     

     

     

     

     

     

    # 5. 앤틱카페 아르정탱

     

    대구 수성구 지산동, 두산동, 파동 등을 아우르는 대구의 유명한 호수, 수성못 끝자락에 위치한 아르정탱. 이제는 고급 일식당에, 스페인 요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그득그득 들어찬 연인들의 메카가 된 대구 수성못에서 파동으로 향하는 길 어귀의 작은 골목에, 이 작은 카페가 있다. 맘 먹고 찾아가지 않으면 찾기도 쉽지 않은 주택가 골목길에 덩그러니. 작은 간판의 여리여리한 불빛만이 눈에 띈다.

     

     

     

     

     

    아담한 카페 내부에서는 따뜻한 불빛이 흘러나왔다. 낮은 조도에 아늑한 기분이 들어 기분좋게 늘어지게 되는 우리.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클래식은 가게 구석의 악기들과 썩 어울린다. 흙으로 만들어진 듯 울퉁불퉁한 벽에 발라진 짙은 녹색과 잘 어우러지는 체크무늬 테이블보가 빈티지한 느낌이 들었다.

     

    구석구석 놓인 소품들도 하나같이 손 때 묻은 고풍스러운 것들이다. 아기자기한 느낌이 과하지 않고, 촌스럽게 낡은 느낌이 정겹기도 한, 그야말로 '앤틱'한 느낌이 물씬.

     

     

     

     

     

    단촐한 메뉴. 카페라기 보다는 '다방'같은 느낌. 커피보다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차 종류가 많은 것으로 보아, 이 카페의 주 연령층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옆 테이블엔 편안한 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온 중년 부부가 계셨다.

     

    맥주와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심플한 칵테일의 라인업 아래, 식사메뉴엔 뜬금없게도 수제비가. 이거야말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겠다'는 프리한 경영 방침이 아닌지.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오면서도 그 맛이 궁금해진다. 동네 어르신들이 수제비를 좋아하거나, 카페 사장님께서 수제비 만들기에 자신이 있으신게지.

     

     

     

     

     

    메뉴를 시키자 서비스로 나온 토스트.

    마가린을 발라 노릇하게 굽고 설탕을 뿌렸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그 정겨운 맛 그대로.

     

     

     

     

     

    아이스 오미자, 라벤던티, 장미차, 그리고 맥주 하나.

    주문한 메뉴가 낡은 나무 트레이에 가득 올려져 나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무엇하나 허투루 나온 것이 없다.

    맥주 안주로 삼을 구운 김과 과자가 앤틱한 접시에 담겨 나올 정도.

     

     

      

     

     

     

    # 6. 친구같은 카페를 찾다

     

    오랜만에 만나도 반갑다는 말보다는, 왜 늦었냐고 타박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오랜 친구 사이. 생일선물로 꽃을 불쑥 내밀면서도 "이거나 받아라"고 무뚝뚝하게 말하는 녀석. 고마우면서도 쑥쓰러움에 "너한테 꽃 받으니까 썰렁해서 얼어 죽을 것 같다"고 받아치는 나.

     

    이제와 새삼 딱히 할 말이 거창하게 있는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도 수다는 끊이질 않는 관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생 푸념부터, 무한도전 재밌다는 이야기까지 영양가 없지만 쫄깃쫄깃한 대화가 이어진다. 중구난방에 튀는 대화 주제에 산만하고 정신없지만, 분명한 것은 - 오랜 친구는 참 위로가 되는 존재라는 것. 

     

    때때로 오랜 친구와 닮은 카페를 만난다. 멋부리지 않아도 진심이 묻어나오는 담백한 멋이 있는, 평범하고 아늑한 곳. 그 곳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내 마음에 위로가 되는 아지트 같은 공간. 그런 '카페' 하나쯤, 지금부터라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JUNE

    여행하고 글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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