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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광성냥공업사_ 스러져가는 것들에 대해서

    용사탕 용사탕 2016.02.19

    카테고리

    한국, 경상,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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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러져가는 것이 좋다. 나는 옛것이 좋다. 가끔 복고 바람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불어오는 것도 옛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여행을 할 때도 그렇다. 사람들이 과거의 것을 찾아보러 가는 것은 오늘날과 다른 풍습을 보러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몸 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여행자의 발길을 그곳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명절을 기회로 의성에 있는 성광성냥공업사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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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광성냥공업사로 검색을 했을 때 제대로 나오지 않고 의성역 근처를 가르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성광성냥 공업사는 없었고 근처에 있는 주민에게 물어보니 의성 향교 옆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구불구불한 길과 개울물이 흐르는 다리를 하나 건너야 나는 의성성냥공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광성냥공업사는 몇년 전까지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되었던 성냥공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운영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값싼 중국산에 밀려 성냥을 더이상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장은 닫혀있었다. 문고리는 조그만한 자물쇠에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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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전을 가르키는 옛 붉은 표지판>

     

    자물쇠는 열리도록 잠겨 있었다. 문 위에는 종이 달려 있었다. 들어가도 될까 말까 고민하던 중에 지나가던 주민이 있었다. 역시 모를 때는 지역 주민에게 물어보면 된다. "여기 들어가봐도 되나요?" 조심스레 물었다. 아저씨는 "그럼요, 당연하죠"라고 흔쾌히 말하고는 금새 사라졌다. 나는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공장은 슬레이트 지붕과 단색 시멘트벽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처음 인상은 성냥공장이라기 보다는 옛 건물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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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 삽이 문을 막고 있었다. 나는 삽을 치웠고 안을 열어보았다. 언제 불이 켜졌는지 알 수 없는 아궁이가 나왔다. 하지만 그 냄새는 백년은 더 가도록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매캐한 재의 냄새가 곳곳에 진하게 베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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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려 있는 시계는 시간을 멈춘듯이 있었다. 알 수 없는 낙서들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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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최근에 달아놓은 듯 안을 볼 수 없도록 만든 커텐과 사무실 표지판이 보였다. 사무실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최소한 이곳을 열어보거나 두드려보지 말라는 뜻인듯 했다. 조용히 사무실 앞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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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냥공장이 나타났다. 유리가 나가버린 나무창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실내는 무척 어두워 사진이 흔들렸다. 눈으로 확인한 성냥 공장은 낡기는 했으나 무척 정교하게 만들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와 같은 곳에서 기계를 사러온다는 이야기가 진짜 같았다. 몇 년전에만 해도 공장이 운영되었다는데,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줄지어 굴러가는 빨간 성냥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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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마개를 착용하라고 한다. 안을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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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냥이 만들어지다가 만듯한 모습의 나무작대기들이 널부러져 있다. 성냥이 되어 불을 밝히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저 나무개비들의 인생은 얼마나 안타까울까. 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냥이 불을 밝혀 자신의 삶을 소진시키는게 소망이라면, 사람은 사랑을 통해 불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성냥과 사람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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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은 공허했고, 스러지고 있었다.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허름하고 허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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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냥공장을 다녀오고 한 수퍼를 들렸다. 이 도시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이 수퍼는 저 성냥공장과 함께 운명을 함께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러져가는 것이 좋다.

     

     

    성광성냥공업사

     + 주소 : 경상북도 의성군 의성읍 도동리 769-1

     

    용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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