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경상남도 거창에 핫플레이스가 있다고? 

    김노을 김노을 2020.02.18

    상남도 거창군. 덕유산과 지리산, 가야산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이 지역은 예부터 수려한 경관으로도,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를 잇는 교통의 요지로도 유명했던 곳이다. 교통이 발전하면서 예전처럼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놀랍게도 이곳에는 여전히 핫플레이스가 구석구석 숨어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핫플레이스는 물론, 새롭게 떠오르는 장소도 있다. 잔잔하게 힐링하듯 여행해도, 자연과 전통, 레트로한 분위기를 벗 삼아 즐겁게 여행해도 좋을 만한 공간들이다. 거창의 매력이 담긴 곳을 따라 떠나는 1박 2일 여행을 소개한다. 친구들과 함께여도, 가족과 함께여도 멋진 여행이 될 거다.


    1일차 첫 번째 핫플레이스
    난 소맥잔을 만들고 싶어, 그릇쟁이

    DSC06236_35387482.jpg

    거창의 작은 시골 마을 구석진 곳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 아래에는 잘게 부서진 그릇 조각들이 마치 이 주변을 꾸미기라도 한다는 듯이 펼쳐져 있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다. 이 외진 곳에서 도자기를 구울 정도면 엄청난 장인이 숨어 있기라도 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이곳은 누구나 도자기를 만들어볼 수 있는 공예체험 카페 '그릇쟁이'다. 이곳에서는 점토를 이용해 직접 도자기를 빚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DSC06249_42448886.jpg

    DSC06254_27988476.jpg

    도자기 만들기 프로그램은 쉽게 진행된다. 어떤 용도와 형태의 도자기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첫 번째. 무엇을 만들어도 좋다. 체험장 내에 여러 시제품과 틀도 마련되어 있지만, 결정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찻잔을 만들어도, 머그잔을 만들어도, 심지어 폭탄주 전용 잔을 만들어도 괜찮단다. 모양을 결정하면, 공예가 선생님이 바닥과 벽면을 쌓아 올리는 방식에 관해 설명해준다.

    모든 설명이 끝나면 이제 만들어야 할 시간. 다양하게 무늬를 넣거나 포인트를 주는 것은 어떨까. 자유롭게, 자신의 창의력을 한껏 발휘해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 그릇쟁이의 특징이다.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주저 말고 선생님을 소환하면 된다.

    DSC06267_60910919.jpg

    형태를 완성하고 나면 그 이후의 몫은 공예가 선생님의 몫이다. 말리고, 굽고, 유약을 바르는 나머지 과정은 몇 주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두고 간, 다른 도자기를 보며 내가 만든 것들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다. 

    DSC06265_26834971.jpg

    상시 체험 프로그램인 '나만의 도자기 만들기' 외에도 심층 프로그램인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한다. 도자기 공예에 관심이 있다면 이 프로그램에 도전해 보자. 보이차와 아메리카노뿐이지만, 음료를 즐기며 휴식을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공예가 선생님이 오랫동안 모았다는 LP 중 하나를 턴테이블에 올려두고, 거창에서의 한가로운 오후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 위치: 경남 거창군 위천면 서원길 13-22 공예체험카페 그릇쟁이
    • 전화번호: 010-4577-8154
    • 영업시간: 10:00~17:00 (매주 월요일 휴무)
    • 체험프로그램: 나만의 도자기 만들기 상시 체험 어린이 15,000원, 어른 20,000원 (1시간 소요) /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 매주 화・수 1인 35,000원 (60~90분 소요)
    • 카페 메뉴: 보이차 5,000원(2인 이상) / 아메리카노 5,000원

     

     

    1일차 두 번째 핫플레이스
    이것이 바로 신선놀음, 민들레울

    DSC06288_73437633.jpg

    DSC06274_69094834.jpg

    경쾌한 소리와 함께 흐르는 계곡.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허브를 주제로 꾸며진 전시 공간이자, 카페다. 허브를 재배하는 공간이 있어 여러 종류의 허브를 관람할 수도, 허브를 이용해 만든 각종 상품도 구매할 수 있다. 입장료는 음료 한 잔. 허브마다 각양각색의 효능이 있다고 하니, 일행 각자의 상태에 걸맞은 허브차를 골라 주문하면 된다. 물론, 허브차 말고도 다양한 티와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DSC06306_90877117.jpg

    DSC06307_79983408.jpg

    민들레울의 매력 포인트는 허브뿐이 아니다. 계곡도 있다. 야외 테라스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계곡은 덕유산 자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모여 황천까지 흐른다. 근처에 거창을 대표하는 명승지인 수승대가 있을 정도로, 이 일대의 풍경이 꽤 수려한 편이다. 이 풍경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선조들도 알았는지, 야외 테라스 한가운데에는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누정 한 채가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계곡과 산세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한껏 신선놀음을 즐겨보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거창의 자연을 한껏 누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다.

    • 위치: 경남 거창군 북상면 덕유월성로 2188
    • 전화번호: 055-942-5006
    • 영업시간: 10:00~19:00

     

     

    2일차 첫 번째 핫플레이스
    속세의 근심 따위는 바이 바이, 수승대

    DSC06449_41519417.jpg

    하룻밤이 지났어도, 신선놀음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다음 목적지는 거창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수승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승지로, 예부터 많은 이들이 찾던 곳이다. 수승대의 절경은 물론, 그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방문자들의 다양한 흔적을 만나보는 것이 수승대를 관람하는 포인트다. 

    DSC06443_93743971.jpg

    DSC06452_24812613.jpg

    이곳이 명성을 얻게 된 유래를 찾자면 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와 신라 사이의 국경 지대에 위치했던 이곳은 신라로 향했던 백제의 사신들이 수심에 차서 가족과 송별을 나누던 곳이었단다.

    원래는 수심의 '수', 그리고 송별의 '송'을 따서 '수송대'라는 이름이었다는 것. 퇴계 이황이 이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예찬하는 시를 읊어 '수승대'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그대로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속세의 근심을 잊을 만큼 그 풍경이 빼어난 곳'이라는 뜻이라니, 이보다 더 신선놀음에 적합한 곳이 또 있을까.

    DSC06431_37496713.jpg

    거대한 바위 하나가 물줄기를 갈라서고 있다. 거북바위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글자가 바위 표면에 새겨져 있는데, 현재로 따지자면 유적지에 낙서한 꼴이라고 한다. '아무개 다녀감' 같은 것 말이다. 물론 선비들이 읊은 시의 구절들도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앞서 퇴계 이황이 명칭 변경을 권했다는 '4율시'도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많이 배우셨다는 분들이 저지른 낙서의 역사다. 선조들의 개구쟁이 같았을 표정을 상상하며, 혹은 진지하게 이름과 시구절을 새기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며 양옆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거닐어보자. 

    • 위치: 경상남도 거창군 위천면 은하리길 2

     

     

    2일차 두 번째 핫플레이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핫플레이스, 거창시장

    DSC06475-편집_64375248.jpg

    인구 6만 소도시답지 않게, 거창시장은 그 규모와 모이는 이들이 상당하다. 수많은 인파만큼이나 파는 물건도 다양하다. 한우와 사과가 유명한 고장이지만, 판매대에는 각종 산나물과 버섯이, 주변 지역에서 특산물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심지어 신선한 생선들도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교통과 물류의 요지라는 사실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그러니 거창시장이 핫플레이스라고 말할 수밖에. 

    DSC06477_70971649.jpg

    북적거리는 시장은 늘 즐거운 여행지다. 시장 인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말만 잘하면 꽈배기 하나 더 얹어주는 이가 있질 않나. 피순대를 한 그릇 썰어달라고 했더니 그 옆에 몇 조각 더 올려두고는 맛이나 보라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인심을 전하는 상인이 있질 않나.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기라도 한 듯 다양하게 펼쳐진 물건들은 볼 거리요.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판매하려는 상인과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손님 사이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실랑이는 즐길 거리다. 

    DSC06469_84031936.jpg

    DSC06467_27635047.jpg

    꼭 해야 할 것도, 꼭 봐야 할 것도 없다. 그저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즐겨보자. 손님이 되어 이것저것 하나씩 사다 보면, 어느새 양손이 무거워지는 참사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을 수준의 맛의 시장 음식들이, 저렴한 가격을 달고 우리를 유혹하니까. 시장표 떡볶이를 맛보는 것도, 시식 그릇에 올려둔 과자 부스러기를 맛보는 것도 그저 즐거운 경험이다.

    • 위치: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중앙로 140 거창시장
    • 공영 주차장: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중앙리 157-4

     

     

    2일차 세 번째 핫플레이스
    시간이 멈춘 정미소, 쿠쿠오나

    DSC06536_95520697.jpg

    DSC06504_39326489.jpg

    DSC06502_31258061.jpg

    마을의 오래된 정미소가 카페로 새롭게 태어났다. 아니, 겉모습은 그대로이니 새롭게 태어났다는 말보다는 변신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기존에 정미소였던 구조를 최대한 보존한 것이 이 카페의 핵심이다.

    낡은 도정 기계와 계량기, 손으로 정성스레 쓴 안내문, 얼핏 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칠판, 정미소에 으레 걸려 있을 것만 같은 장부는 그대로 두었다. 정리한 공간에는 테이블을 두었고, 조명을 설치해 포인트를 주었으며, 시멘트 틈 사이에는 식물을 심었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추구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DSC06518_45865439.jpg

    DSC06509_94312731.jpg

    DSC06495_78799828.jpg

    이곳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멈추었다고 해도 좋다. 80년대 정미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지금도 고요한 분위기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일반적인 2인, 4인 테이블과 함께 단체가 와도 좋을 정도로 긴 탁자, 다락방처럼 꾸며 놓은 듯한 공간도 있다. 특유의 인테리어는 모든 곳을 포토존처럼 보이게도 한다.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쿠쿠오나, 아니, 박애정미소에서 독창적인 인생 사진 한 장을 꼭 남겨보자. 

    • 위치: 경남 거창군 거창읍 죽전길 113
    • 영업시간: 평일 12:00~22:00 / 주말 11:00~22:00 / 월・화 휴무 (공휴일, 연휴에는 영업)
    김노을

    21세기형 한량 DNA 보유자. 여행하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같이 보기 좋은 글

    경상의 인기글

    김노을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