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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찐친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찐서울의 맛 6선

    해작가 해작가 2020.12.22

    카테고리

    서울, 음식, 한국, For, When, , 여름, 가을, 겨울

    부산에서 서울로 이주한지 5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25세까지 부산에서만 줄곳 살아온 나에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뉴욕 같은 곳이었다. 서울 사람에겐 일상적인 '명동'의 반짝이는 밤거리가 그렇게 좋았다. 화려한 이 도시의 매력에서 벗어날 즈음, 또 다른 서울의 매력에 빠졌다. 바로 '소울'이 담긴 서울푸드. 서울 사람이라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울' 맛집만의 색이 존재한다. 나의 찐서울맛집리스트에 있는 음식점은 세련돼서 힙하거나, 아니면 오래되어 힙하거나 둘 중 하나다. 찐친, 찐가족이 오면 꼭 소개해 주고 싶은 서울 맛집, 지금부터 만나보자! 


     

    1. 우래옥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 26-29(주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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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냉면, 서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남쪽나라에서는 존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음식이다. 나 역시 밀면러버였다. 하지만 그 슴슴한 매력에 빠진 이후로는 더운 여름날이면 밀면보다 평양냉면이 더 생각난다.

    '걸레물을 빨아 놓은 맛', '5번은 먹어봐야 그 맛을 안다' 등의 관용어는 평양냉면(이하 평냉이라고 칭함)을 늘 따라다닌다. 하지만 우래옥은 다르다. 한번의 시식이면 중독되기에 충분한 횟수다. 진한 고기육수에 메밀향을 얹은 듯한 우래옥의 평냉은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다. 미치도록 차가운 함흥냉면(또는 밀면)과는 달리 여름에도 먹기 좋은 온도의 시원함으로 맞춰 조리된다. 그러니 겨울이라고 찐서울맛집리스트에서 제외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다. 참고로 우래옥은 1946년에 개업해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냉면집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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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물 한입을 먹는 순간 '뾰로롱~' 머리 위에서 별빛이 돈다. 어쩌면 냉면이 아니라 시원한 고깃국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양지와 사태 육수를 기반으로 한 맑은 육수 덕분에 고기 향 가득한 국물이 일품이다. 그리고 이 국물이 스며든 야들야들한 메밀면도 정말 인상적이다. 나는 이곳을 자신 있게 우리나라 넘버원 냉면 집으로 꼽고 싶다.

     

    2. 제스티살룬
    서울시 마포구 연희로 31(연남동)


    두 번째 맛집은 '믿고 먹는 이영자 맛집'에 유명세를 치른 제스티살룬이다. TV에 나온 맛집이라면, 아니 코미디언 이영자씨가 인증한 곳이라면 맛도 좋지만 인파 때문에 긴 줄 때문에 한 번을 먹기 어려웠다. 하지만 제스티살룬은 달랐다. 성수, 연남 두 곳의 체인점이 있어 조금은 나뉜 손님 덕분에 그 유명한 '새우버거'를 기다림 없이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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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우버거'하면 롯*리아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이곳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새우버거 = 제스티살룬으로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 미국의 패스트푸드점 같은 넓은 공간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다만, 그 맛은 길바닥에서 먹어도 감동 그 자체일 것이다. 이곳의 추천 메뉴는 '와사비쉬림프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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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새우를 다져 넣은 패티는 어떤 새우튀김보다 더 많은 새우양을 자랑할 것 같다. 자칫 느껴질 수 있는 튀김의 느낌함은 와사비소스가 잡는다. 부드러운 와사비소스가 버거를 조화롭게 만든다. 고소한 빵은 덤이다. 오동통한 새우패티를 한입 먹을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느껴졌다. 그렇게 찐친 또는 가족이 서울에 오면 꼭 데려가고 싶은 맛집으로 등극했다.

    Tip. 제스티갈릭버거도 JMT

     

    3. 카페 베로나 
    서울시 중구 충무로4길 24 은광빌딩 3층 (을지로3가)

    맛집리스트에 왠 카페냐고 할 수 있다. 베로나에서 크로플(크로와상+와플의 합성어)을 처음 맛보았다. 정말 맛있게 크로플을 먹고 왔는데 그 뒤로 방문하는 카페마다 크로플 맛이 별로였다. 알고 봤더니 베로나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크로플 맛집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곳이 아니면 크로플을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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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친동생이 서울에 놀러 왔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서 데려갔던 카페였다. 동생은 이곳의 분위기를 보고 '퇴마' 카페가 아니냐며 좋아했다. 이탈리아의 '베로나' 지명의 이름을 붙인 것 같은데 컨셉은 알 수 없다. 힙지로 골목 어귀, 간판도 없는 3층 건물에 들어가면 귀신을 퇴치할 것만 같은 무서운 분위기의 카페의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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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플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레드벨벳' 메뉴를 맛보는 순간, 어두웠던 가게가 갑자기 빛이 나는 느낌이 든다. 정말 맛있다. 바삭하면서 고소한 크로와상 와플에, 달달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합은 가히 환상적이다. 단언컨대 한번만 먹은 사람은 절대 없을 것 같다. 타 카페 대비 양도 많은 편이다. 이색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카페지만, 이곳에서 단연 특별한 것은 크로플의 '맛'이었다. 

     

    4. 마포왕족발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2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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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평생 나에게 '족발골목'이란 남포동이었다. 이제는 바꾸었다. '공덕동'으로. 세련된 건물로 가득한 공덕오거리 한쪽엔 족발골목이 있다. 얼큰하게 먹은 직장인 어르신들이 참 많은 맛집이다. 상상으론 시끄럽다고 예상되지만 나름의 분리된 공간이 쾌적하게 느껴지는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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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족발이 어떻게 서울 맛집리스트에 오를 수 있냐고? 그렇지 않다. 이곳은 족발과 함께 나오는 사이드 메뉴 모두가 이 리스트를 설명할 것이다. 순대, 족발, 떡볶이, 순대국 이 모든 것이 메인 아닌 사이드다. 떡볶이 때문에 이곳을 찾는 여성분들도 꽤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떡볶이와 순대 맛이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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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인인 족발 이야기를 뒷전으로 미루게 된다. 이곳의 추천 메뉴는 '반반족발'이다. 족발과 양념족발을 반반 섞은 메뉴다. 야들하면서 쫀득한 족발도 일품이지만, 어디에서도 흔히 맛볼 수 없는 '양념족발'은 명품이다. 양념치킨 맛과 비슷한, 익숙한 맛이지만 족발과 만나면 새로워지는 매직. 많이 맵지 않지만 매콤한 그 맛이 중독적이다. '공덕'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점을 꼽으라면 숨도 안 쉬고 '마포왕족발'을 언급할 것 같다.

     

    5. 돈카츠윤석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10길 30(신수동)

    내 인생공원 '경의선숲길공원'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맛집이다. 저녁 시간쯤 남편과 함께 이 길을 산책하노라면 늘 돈카츠윤석을 지났다. 처음에는 음식점인지 알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의 간판이 궁금증을 유발했고, 삼삼오오 그 앞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그곳이 보통의 맛집이 아님을 깨닫게 해줬다. 아니나 다를까 찐맛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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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입버릇처럼 표현할 것 같다. '인생돈가스'라고 말이다. 20좌석 채 되지 않는 작은 가게여서 웨이팅이 긴 음식점이지만, 들어가면 웨이팅을 잊게 만드는 분위기가 압도한다. 프로페셔널 해 보이는 주방장과 그를 따르는 듯한 쉐프들. 고급스러운 일식당 느낌이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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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자마자 세팅되어 있는 트러플 오일, 암염이 예사롭지 않음을 말해준다. 오픈식 주방에서 막 튀긴 돈가스를 받아 한입 먹을 때면 말수가 점점 줄어든다. 돼지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돈가스가 트러플과 어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곳이다. 그렇게 몰입해서 한참을 먹다 보면 단순한 돈가스가 아닌 '고급요리'를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맛집이다.

    Tip. 돼지고기 등급별로 메뉴 가격이 올라간다. 국룰이다. 제일 비싼 게 제일 맛있다.

     

    6. 옥동식
    서울 마포구 양화로7길 44-1(서교동)

    서울에 살면서 '미쉐린 가이드'에 올랐다는 맛집이라면 믿고 가게 되었던 것 같다. 왜냐? 신기하니까! 첫 번째 소개한 우래옥 역시 미쉐린 가이드에 속한 맛집이었지만 옥동식은 조금 다르다. 무려 다가올 2021년에 오른 곳이다. 이곳에서는 단 하나의 메뉴 '돼지곰탕'만 맛볼 수 있다. 곰탕 앞에 '돼지'가 붙는다? 참으로 어색한 것 같다. 맛 역시 익숙하지도 않았지만, 생소하지도 않았다. 그게 바로 '옥동식'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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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정역 뒤 조용한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빌라와 다세대 주택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가게라 자칫 지나칠 수 있지만, 간판을 마주하는 순간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비 오는 날에 방문했었는데, 축축한 날씨와 참 잘 어울리는 한 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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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석은 단 10석. 선착순에 들지 않으면 밖에서 기다려야만 한다. 다행인 것은 국밥 한 그릇인지라 혼자서 금방 먹고 홀연히 떠나는 손님들도 꽤나 많다. 놋그릇이 세팅된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이 눈에 보인다. 보통과 특 오직 두 가지뿐이다. 작은 그릇에 놀라는 곳이지만, 많은 양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밥을 국물로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는 토렴의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라 생소했던 반면 멋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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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렴한 밥에 국물을 붓고, 그 위에 겹겹이 쌓은 얇은 돼지고기가 얹어진다. 당연히 국물에 먼저 손이 간다. 생강 향이 약간 있는 감칠맛이 느껴졌다. 돼지국밥 같은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묵직한 돼지 육수의 진한 맛이 이곳의 특별함인 것 같다. 퍼석하지 않고 고슬고슬하게 살아있는 밥알, 그리고 구수한 육수. 옥동식의 돼지 곰탕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맛이다. 더운 여름 중 비 오는 날 찾았었는데, 찬바람이 코끝을 시리는 요즘 날씨는 돼지 곰탕 한 그릇의 더없이 좋은 반찬이 될 것이다.

     

    해작가

    멋진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어 글을 쓰는 해작가의 솔직한 여행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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