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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풍명월, 안동 고택에서의 하룻밤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3.12.09

    카테고리

    경상, 숙박, 휴양

     

    청풍명월, 안동 고택에서의 하룻밤 

    스위스 가족의 한국 여행기 - 농암종택에서 양반 따라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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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스위스에 있는 남편의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열흘 간 서울에서 지내며, 도시의 화려함과 처음 보는 아시아 문화에 즐거워 하는 듯 했지만 역시 사람은 내가 익숙한 곳이 편안한 법.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그들이 살던 스위스의 자연이 그리운 기색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떠나게 된 스위스 가족의 한국 시골 여행.

    지난 봉화 달실마을에 이어, 다음 목적지는 안동이었다. (지난 여행기 보기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57641)

     

    목적지를 안동으로 잡은 것은 전통마을을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멋진 한옥 민박이 가능하기 때문. 한옥 민박도 그 규모와 종류가 다양한데, 평범한 가정집부터 초가집, 민속마을 내의 민박, 커다란 고택까지 고를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11개의 명품고택으로 분류되는 고택(故宅)은 150년 이상의 세월이 담긴 한옥 중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거나, 문화재로 지정된 것으로 종부(宗婦)가 직접 운영하여 숙박객이 선비들의 생활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명품고택 11채는 모두 경북에 있다. 경주를 비롯해 우리나라 최고의 한옥마을들이 몰려있는 곳이니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다. 우리는 그 중 청량사 기슭에 위치하고 있어 낙동강 위로 시원한 전망을 가지고 있는 '농암종택'을 선택했다. 국사 시간에 한번쯤 들어 본 적이 있는 조선시대의 문인 '농암 이현보'가 정계 은퇴후 여생을 보냈던 바로 그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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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법한 좁은 강가의 시골길을 따라가니, 드디어 농암종택의 수려한 자태가 드러났다. 한옥이라는 단어보다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커다란 농암종택의 모습에 일행의 입이 떡 벌어지고... 서울에서 본 창경궁과 비슷하다는 과장까지 섞어 모두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농암종택의 보석, 강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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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농암종택은 원래 도산서원 앞 분천마을에 있었는데, 76년 안동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면서 유물들이 여러 곳으로 흩어졌다고 한다. 그 후 2003년, 분천마을과 가장 흡사한 곳을 선택해 집을 복원하고 유물들을 옮겨오기 시작했는데, 2007년 마지막 분강서원이 완성되면서 분강촌이라 부르는 고택촌이 완성되었다. 그 분강촌의 중심이 바로 농암종택인 것이다. 따라서 입구에서 부터 첫번째 담장 안쪽의 한옥들이 농암종택, 두번째가 분강서원 그리고 가장 안쪽의 별장같은 곳은 강각이다.

     

    그중에서 오늘 우리가 머무를 곳은 강각.

    분강촌의 가장 마지막 담장 안쪽에는 강각과 애일당, 단 두채의 한옥이 있어 마당을 포함해 온통 우리가 전세 낸 듯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의 남다른 매력은 대청마루에 앉아 낙동강으로 저무는 해를 감상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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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부가 살고 있는 농암종택에서 열쇠를 받아 강각으로 향했다. 종택에서 강각의 대문까지는 약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가는 길목에 강위로 날아가듯 탈 수 있는 그네도 있었다. 이곳에서 한 이틀밤 묵으면서 그네도 타고, 강가를 거닐면 그어떤 고급 리조트도 부럽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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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 울창한 길을 따라 대문에 다다르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왼쪽으로 시원하게 흐르는 낙동강이 보인다. 그리고 저어 담장 끝으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강각. 대청마루가 담장 위에 걸쳐 올라와있으니 시야가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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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니 고즈넉한 강각이 우아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대청마루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고무신. 스위스 가족들의 호기심을 샀으나 모두들 발이 커서 신는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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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 다같이 대청으로 올랐다. 이제껏 감정표현을 별로 하지않던 오이군의 매형이 의자에 기대 앉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최고의 깜짝 선물인걸. 여기 진짜 멋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시댁 식구 모시고 다니느라 받던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불편한 사이가 아닐지라도 여행을 주선한 입장으로선, 내심 혹시나 마음에 안드는 것은 아닐까 가슴 졸였던 탓이다. 처음 보는 온돌방과 뻥 뚫린 대청마루, 건물과 분리된 화장실... 외국인에겐 이상하고 불편할 수 있는 것들인데도 모두 만족해하니 여행 계획 세우느라 고생했던 마음이 모두 보상 받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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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량산과 낙동강 그리고 그 위로 지는 해

     

    농암 이현보는 퇴계를 비롯한 여러 명현들과 이곳에서 풍류를 읊었는데, 그중 탄생한 작품이 바로 유명한 어부가이다. 달과 강과 배와 술과 시가 있는 풍경. 이곳에 배를 띄우기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실제 강각이 있던 곳은 배를 띄울 수 있었다고 하니 그 풍경이 더욱 아름다웠으리라. 여름 밤이었더라면 우리도 대청에 앉아 밤 늦도록 다같이 시조(?)를 낭송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가을 날씨는 너무 쌀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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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각의 방은 이렇게 길어서 평균 키의 성인 4명이 가로로 나란히 누우면 편안히 잘 수 있다. 물론 '적당한 평균 키'의 범주에 들지 못하는 스위스인들은... 성인은 세로로 어린이는 가로로 자는 독특한 '테트리스' 형태를 취했지만 말이다.

     

     

    효의 상징, 애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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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막히는 풍광을 자랑하는 강각은 스위스에서 한국을 방문한 가족들에게 양보하고, 현지인 오이군과 감자양은 애일당을 거처로 정했다. 애일당은 '날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즉 부모님이 살아계신 날을 아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바로 농암이 효를 실행하기 위해 지은 집이다. 농암은 이곳에서 부모님을 포함한 9명의 노인을 모시고, 어린아이처럼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고 하는데,  그때 이미 농암의 나이는 70세를 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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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일당은 이렇게 단청이 곱게 칠해진 실내 마루를 중앙에 두고 두개의 방으로 나뉜다.
    우리는 그 중 한 칸만을 사용했는데, 둘이 나란히 누우면 꽉 차는 작은 방이다. 

     

     

    안동에서 먹는 진짜 '안동찜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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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암종택에서 식사는 제공하지 않는다. 종택과 강각 사이에 있는 분강서원에 머무르는 단체 투숙객이라면 부엌을 이용할 수 있는 듯 했지만 강각에는 따로 부엌이 없었다. 따라서 저녁식사는 근처 음식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늘 우리의 메뉴는 오던 길에 봐둔 '안동찜닭'! 단, 매운것에 익숙치 않은 스위스 사람들을 위해 '고추는 빼달라'는 특별 주문을 했다. 닭 두 마리를 시켜도 어른 넷, 아이 둘이 먹다 지쳐 남길 수 있을만큼 푸짐한 양이 나왔다. 이 '찜닭'은 외국인들에게 거의 대부분 선방하는 메뉴. 달달하면서 매콤한 맛이 서양문화권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듯 했다. 희한하게도 '당면'에 열광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차 한 잔의 향기, 애일당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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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방에는 이렇게 예쁜 다도 세트와 메밀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강각의 대청마루에 앉아 낙동강 물소리를 들으며, 찻잔에 비친 달과 함께 마시면 더없이 좋을 듯 하다. 우리는 쌀쌀한 날씨에 떠밀려 애일당의 실내 마루로 들어왔다. 낮에 사뒀던 떡을 나누며 오랜만에 가족들과 도란도란 담소를. 그렇게 농암종택의 분위기 좋은 밤이 저물어 갔다... 라고 쓰고 싶으나, 현실은 어린 조카들이 예쁜 찻주전자에 욕심을 내는 바람에 뜨거운 물을 사방에 엎질러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현실... (^^)

     

     

    청량한 청량산의 아침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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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택에서의 밤은 뜨끈한 온돌방 덕분에 더없이 포근했다. 침대 생활을 하다보면 이 온돌의 매력을 종종 잊곤 하는데, 간만에 맛본 뜨끈한 방 덕분에 온 몸이 개운했다. 온돌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종종 이 뜨거운 바닥에 적응하지 못하곤 하는데, 웬걸. 외국인 나름인가보다. 

    온돌의 매력에 푹 빠진 시누이 내외는 스위스로 돌아가 보일러 공사를 다시 하겠다며 아침부터 인테리어 구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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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몰로 붉게 물들었던 낙동강은 아침이 오자 시원한 녹색을 뽐낸다. 산 꼭대기에는 안개가 신비롭게 걸려있다. 거기에 힘차게 물 흐르는 소리까지 들리니 상쾌하기 그지없다. 맑고 투명한 공기를 한 가득 들이켜본다. 이 청량함! 이 산의 이름이 청량산이라는 것에 온 몸으로 납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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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각의 대문 앞에서 '대감님'같은 자세를 요청했으나, 사극을 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인지 애매한 대감 포즈를 취하는 오이군. 

     

     

    아침식사는 종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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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식사는 전날 미리 이야기 하면 종택에서 먹을 수 있다. 종택에 들어서니 가지런한 항아리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월요일인데도 20개가 넘는 방들이 거의 만실일 만큼 종택의 인기는 대단해서, 우리가 종택에 들어갔을 때 다른 투숙객들은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종택의 아침식사는 한식 부페형이다. 투숙객이 많아 한 상 한 상 차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아침식사로 빵과 차 한 잔에 익숙한 스위스인들에게 아침부터 '한식'은 제법 부담이 되는 메뉴. 모두 맨밥만 깨작거리느라 주인 아주머니를 깜짝 놀래켰다. 우리에게야 든든한 아침상이지만, 역시 서양 사람들에게 아침부터 '김치와 오이소박이'는 좀 과한 듯. 

    영 식사를 들지 않는 스위스인들이 마음 쓰이셨는지, 주인 아주머니께서 대신 고급 우롱차를 내어주였다. 맛이 진하면서도 쓰지 않고 향이 깊어 일품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달콤한 타래과까지 쥐어주셔서,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아침 대신 커다란 타래과를 다섯개씩 먹어치우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것으로 보아, 이번 고택에서의 하룻밤은 정녕 성공적인 여행이 아니었나싶다! :) 

     

     

    INFORMATION

     

    농암종택

    - 홈페이지 : http://www.nongam.com/

    - 주소 :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612

    - 전화 : 054-843-1202

    ※ 주말 예약은 특히 미리 예약할 것!

     

    명품고택, 또 다른 곳이 궁금하다면?

    http://hanok.visitkorea.or.kr/kor/hanok/house/house_list.do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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