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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내린 한옥의 밤, 2013년의 끝을 잡고

    미도리 미도리 2013.12.31

    카테고리

    경기, 숙박, 휴양, 겨울

     

    아이와 함께한 한옥호텔 숙박기 

    눈 내린 한옥의 밤, 2013년의 끝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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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나에겐 어린 시절 한옥의 추억이 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빌딩 숲, 아파트촌, 학원가 순례에 익숙해져버려 '한옥'은 민속촌에서나 보곤 한다. 우리 아이에게도 마당 넓은 한옥의 매력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북적이는 도심보다 자연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한옥이 더욱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겨울 여행은 초등학교 1학년을 무사히 마친 아이들을 위해, 한옥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오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아빠들은 집에 버려두고 (^^) 오직 엄마와 사내 아이 다섯, 거기에 둘째까지 붙어 총 열 두 명의 대인원이 움직이는 여행이 되었다. 인원이 많다보니 역시 가까운 곳이 최고. 서울에서 한시간 반 거리의 연천 '조선왕가' 한옥 호텔이 낙점됐다. 한옥이라면 안동이나 남원, 경주 쯤은 가야 숙박이 가능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멋진 한옥 호텔이 있을 줄이야!

    출발하는 날 아침, 갑자기 내린 폭설을 뚫고 도착한 조선왕가에는 거짓말처럼 눈이 소복히 내려 마치 동화 속 풍경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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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즈넉한 자운정의 눈 내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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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연천에는 스파월드, 허브아일랜드, 선사 박물관 등 흥미로운 볼거리도 풍성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고즈넉히 지내고 오기로 만장일치. 엄마들을 위한 맥주와 과일까지 준비해, 온전한 휴식 여행을 노려보기로 했다. 벌써부터 기대만발~ 

    그러나 엄마와 아이, 열 둘이 한옥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니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혈기 왕성한 사내 녀석만 일곱 명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할지, 추운 겨울에 야외에서 노는건 괜찮을지, 음식은 입에 맞을지, 침대가 아닌 바닥이라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을지, 영하의 날씨에 한옥이 춥지는 않을지 등등... 물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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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으로 한옥에 머무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화려한 호텔과 달리 녹색과 천연나무 색 등 온통 자연의 색들로 둘러싸인 한옥이 처음에는 지루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조금 지나면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금방 편안함을 느낀다. 조선왕가 한옥 호텔은 황족이 살았던 한옥에서 지낸다는 의미 외에도 묵어가는 손님을 위해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이곳이 가족 여행에 딱인 이유, 몇 가지 매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매력 1. 넉넉하고 다정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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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가의 숨결이 깃든 한옥호텔 '조선왕가'

    경기도 연천 자은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과거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있었으나 2008년 연천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이곳은 원래 조선조 역대 왕의 종묘제례를 관장하던 고종황제의 손자 '이 근'의 고택이었던 것. 즉 왕가 전통 건축양식에 따라 설계되었을 뿐 아니라 왕가의 기운 또한 실제로 서려있는 것이었다. 이런 곳에서의 하룻밤이라니~ 천방지축 아이들도 '왕'이 된 듯 기세등등하다. 

    조선왕가 한옥호텔은 '염근당'(추운 겨울을 이겨내며 자라는 미나리의 기상을 생각하는 집)과 '자은정'(황제의 은혜로 지은 집)으로 구분된다. 염근당은 1800년대에 지어 1935년에 99칸으로 중수된 황실가의 전통한옥이다. 우리처럼 8명 이상의 대가족에게는 스위트룸격인 별채 자은정을 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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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들보와 서까래 기둥·주춧돌·기단석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번호를 기록해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원형의 모습에 어긋남이 없도록 복원하는데 무려 3년이 걸렸고, 소나무·돌 등을 꾸준히 구입해 조경에 투자한 것까지 포함하면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귀한 집에 펜션 1박 가격으로 머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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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령 10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염근당의 고목들과 세월의 흔적을 베어 문 고색창연한 건축물은 눈길 주는 곳마다 그림이다. 자은정은 유려한 풍채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기운을 발산하는데, 그 뒤로 병풍처럼 쳐져 있는 자은산의 초록이 쉴 새 없이 내뿜는 피톤치드 덕분에 하룻밤을 자고나도 몸이 한결 가뿐해 진다. (자은정 VIP 투숙객에게는 황토 찜질방 이용이 무료다.) 벽과 바닥은 황토를 사용해 기가 충만하다. 또 전통한지 장판과 닥나무 창호지를 사용해 흉내만 낸 한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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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조선 왕가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다.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밖에 나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단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이는데, 봄에는 마당에서 클래식 콘서트, 여름에는 글램핑, 가을에는 뒷산에서 밤송이 따기, 겨울에는 넓은 마당에서 눈썰매를 딸 수 있다고. 조만간 수영장과 실버용 캠핑장을 별도로 오픈 예정이라고 하시니 계절마다 한번씩 와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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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는 이런 모습이다. 고즈넉한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편의시설도 충실하다. 샤워부스와 비데, 대들보 뒤편이 에어컨이 눈에 띈다. 대신 TV는 별채인 자은정에만 1대가 있다. 염근당은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 TV나 컴퓨터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매력 2. 절로 건강해지는 약초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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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가면 근처 여행지의 향토 음식을 맛보는 재미도 있지만, 아이 일곱을 거느리고 차로 이동해 밥을 먹으러 다니는 것은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여행이 엄마들의 '힐링 여행'임을 강조하며 조선 왕가 호텔에서 식사를 모두 해결하기로 했다.

    다행히 이 호텔의 대표인 남권희 이사장(이학박사)은 3대째 한약재 사업을 하고 계신 덕분에 조선왕가는 맛 뿐 아니라 몸에도 좋은 보양식단을 내놓고 있었다. 근처 약용식물원에서 재배한 유기농 재료로 만든 웰빙약선 요리가 자랑거리였다. 한방백숙부터 8가지 야채가 들어간 약선항방비빔밥, 야생초 모듬전, 단호박 연잎밥 등 조미료를 전혀 가미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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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도착 당일 저녁에는 바베큐를 실컷 먹었고, 다음날 아침에는 사골로 푹 끓인 떡국을 먹었다. 사장님이 특별히 서비스로 주신 특제 소스의 샐러드와 도토리묵 무침은 아이들도 열광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특히 엄마들은 배추김치, 백김치에 감동 연발. 어쩜 김치가 이렇게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지 먹어도 먹어도 계속 젓가락이 가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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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내의 카페테리아 '왕가의 아침'에서는 쌍화 솔잎 복분자 산수유 등 100% 천연발효숙성 차나 와인 등을 맛볼 수 있다. 우리 일행은 카페에서 추천해 준 제호차를 마셔 보았는데 홍삼과 매실이 혀끝에서 달콤 쌉싸름하게 감도는 맛이 일품이었다. 여름에는 얼음에 타서 시원하게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한다.

    맛난 아침을 배불리 먹고 향기로운 차 한잔을 하고 있자니, 이런게 바로 슬로 라이프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력 3. 다채로운 체험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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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ㄷ자로 오픈된 넓은 마당은 한 눈에 들어와 아이들을 풀어놓아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미 자기네들끼리 눈싸움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항상 답답한 도시에 아이들을 가둬놓고 행여나 다칠까 노심초사하던 엄마들이 한심하고 안쓰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어린 시절도 이랬던 것 같다. 특별히 할 것이 없어도 그저 골목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던... 이렇게 자연스러움 '놀이'가 진짜 노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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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는 체험거리가 부족하지만, 초록이 우거진 계절에는 연천승마공원에서 승마를 하거나 한탄강에서 래프팅을 하거나 전곡선사박물관에서 구석기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다음에 다시 가족 여행을 오면 아침일찍 뒷산인 자은산 트레킹을 한 뒤 홍자은 미술관에서 그림 감상을 하고 저녁에는 음악회 등도 즐기고 싶다. 마치 왕이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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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아이에게 친구들과의 멋진 추억을 선물하게 되어 기쁘다. 난생 처음 지글지글 끓는 구들장의 뜨거움도 경험하고, 맛있는 사골 떡국도 먹고, 원없이 눈장난을 해보았던 겨울의 추억...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엇을 하든 즐거운 여덟살짜리 사내 녀석들에게 한옥에서 보내는 오늘 하루는 무척이나 짧게 느껴졌을 듯하다. 엄마들의 힐링은 덤으로 치더라도 말이다.

     

     

    INFORMATION

     

    한옥호텔 ‘조선왕가’

    * 주소: 경기도 영천군 연천읍 고문리 420-1번지

    * 객실 수: 2인실 13개, 4인실 1개, 6인실 1개, '스위트룸' 격인 별채 자은정까지 모두 16개

    염근당 (2인기준)
    * 비수기 : \ 220,000 / 주말, 성수기 : \ 250,000 (1인 추가시 \30,000)

    자은정(8인 기준, 최대 12인까지 가능)
    * 비수기 : \ 500,000 / 주말, 성수기 : \ 560,000 (1인 추가시 \30,000)

    * 체크인: 오후 2시 이후, 체크아웃: 정오 12시 이전

    * 예약 및 문의 : 031-834-8383

    * 홈페이지: http://www.royalresidence.kr/

     

     

     

    미도리

    개인 블로그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 (http://www.midorisweb.com/)'을 6년째 운영 중이며, 현재 국내 대기업 홍보팀에서 온라인PR 업무를 맡고 있다. 평소 개인 브랜딩, 온라인PR, 소셜 미디어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2012년 '100만 방문자와 소통하는 소셜마케팅'을 공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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