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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탕 용사탕 2015.06.22

    카테고리

    한국, 강원, 포토에세이

     

    비를 피해 떠난 속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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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 저울. 동명항에서 산 해산물을 달아볼 수 있는 곳.

    양심이 마음의 무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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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금정 옆에 위치한 곳. 과거에 수문으로 기능했던 것으로 보이나,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새벽 1시,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여행 갈래?” 우리는 이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사실 여행이란 건 그런 것이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것.

     

    목적지는 속초였다. 새벽 3시에 정해진 여행 계획이었다. 몇 시간을 못 잔 채로 첫차를 타는 것은 스무 살 때나 할 일이었다. 너무 피곤하게 가고 싶지도 않았기에, 알람을 듣고 친구를 깨우고는 한 시간을 더 잤다. 그리고 오전 11시에 친구 집에서 출발, 춘천에서 2시간 10분이 걸리는 직행버스였다. 버스 내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잠을 잤다. 까뮈는 여행을 가장 엄격한 학문이라고도 표현했다. 그러니, 우리는 가장 엄격한 학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여행은 무척 순조로웠다. 비가 쏟아진다는 춘천과는 다르게 속초 터미널에서 내리니, 하늘은 맑았고 바다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비릿하고도 짠 그런 냄새, 이럴 때는 5분만 있다가 손을 혀끝에 데어보면, 약간의 짠 내가 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바다라는 것은 그렇다. 횡단보도를 걸어 조금 나아가니, 바다가 눈앞에 보였다. 앞의 커플 때문에 한눈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바다는 금방 나타났다. 공기가 쌀쌀하다. 6월 중순은 반팔 반바지 차림이 어울리는 건데도, 괜히 닭살이 올라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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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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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걸었다. 동명항에 도착했고, 오징어 피데기와 회를 파는 횟집이 즐비했다. 우리는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바로 경치부터 보려고 영금정으로 가서 몸을 기댔다. 철판으로 된 판에 몸을 기댔는데 왠지 모르게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찔했다. 그리고 옆으로 넓은 장판을 깔아놓은 듯 바위가 오밀조밀하게 깔려 있다. 그 위로 올라가는 것은 재미있었다. 바위 틈 사이를 뛰어다니는 건 오랜만이었다. 이곳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는 커플도 있었다. 파도가 바위와 부딪쳐 부서지고 있었고, 사람들의 낚싯대 끝에 작은 물고기들이 한 마리씩 올라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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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큰 배에서 내린 조업량 치고는 생각보다 작았다.

     

    우리는 다시 길을 걸었다. 무작정 걷던 그 길에는 새우잡이를 막 끝낸 배가 들어와 순식간에 경매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져 버렸다. 대포항으로 가던 길은 대포항이 여전히 멀었다는 것과 동명항과 별다를 것 없을 거란 생각으로 우리는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던 아바이 마을로 갔다. 아바이 마을은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있는 섬마을이다. 그리고 200원이라는 갯배의 뱃삯을 내고 건너갈 수 있는 섬이기도 하다. 도시 안에 섬처럼 존재하는 마을.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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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이마을 아바이 동상. 커플이며 여행 온 이들이 동상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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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옆에 있던 오징어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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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듬 순대. 양이 무척 푸짐하다.

     

    마을 내부로 들어서니 아바이 순대와 오징어순대를 팔았다. 모듬순대를 시키니 황태 무침과 가자미식해를 함께 준다. 그리고 옥수수 동동주를 마셨다. 전부다 별미로 먹을 만 했다. 맛있었다. 2인분 양은 좀 많았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 다시 밝은 빛을 보여 주었다. 해가 다시 난 것이다. 우리는 해변으로 갔다. 해변에 들어서기 전에 아바이 마을에 대한 유래가 적혀 있었는데, 이곳은 전란 때 함경도에서 온 이주민이 특히 많은 동네였고, 아바이는 아버지의 북한 사투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모래사장이 펼쳐졌고, 아이들은 신이 난 듯 뛰어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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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나는 늘 고민이 많았다. 친구 문제며, 인생에 대한 문제들로 인해서 말이다.  그럴 때마다 바다에 가끔 오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 좋았다. 마치 바다를 마음에 품은 것처럼 말이다. 속초 바다도 좋았다. 그냥 멍하니 저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랬다. 그 넓은 의미를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냐 하며, 비릿한 내음을 맡는 게 좋았으니까.

    나는 생각한다. 졸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지금의 나에게 내 삶은 어떻게 또 진행될까 하고. 오늘 갑자기 찾아온 밝은 햇살과 얼떨결에 온 여행처럼.

     

    INFORMATION

    영금정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아바이마을

    -강원도 속초시 청호로 122

     

     

    용사탕

    도시여행자 도시의 순간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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