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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대련지, 팔색조 화산이 손짓하는 자연탐방지_용문석채, 수정궁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6.09.20

    카테고리

    기타, 풍경,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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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흑룡강성 동북부 오대련지 풍경명승구(五大连池 风景名胜区; Heilongjiang Wudalianchi National Park)는 하얼빈에서 약 5시간 거리다. 2백만 년 전부터 꿈틀댄 지구가 수많은 화산지형을 만들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산은 오대련지 곳곳에 독특한 화산의 무언가를 만들었다. 화산 지대에는 화산 외에도 용암과 관련된 다양한 지형이 형성된다.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현무암들이 이동해 쌓인 곳도 있고 용암이 흘렀던 흔적인 동굴도 있다. 팔색조처럼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화산암의 살아있는 박물관, 오대련지의 매력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 오대련지 용문석채 龍門石寨, 돌의 성채가 된 화산

    - 오래된 화산암들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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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련지 풍경명승구는 무려 1,060㎢에 달하는 대지에 14개의 화산, 5개의 연못 등이 있다. 그 중심에 흑룡산(黑龍山) 또는 노흑산(老黑山)이라 이름 붙은 화산이 있고 다채로운 화산암이 펼쳐져 있다. 그 중 하나가 용문석채(龍門石寨)다. 수십 만 년 전 분출한 화산이 이곳에는 암석의 성채로 변신하여 있다고 한다. 흑룡산보다 더 오래된 화산암들의 마을 Ancient Volcano stone village, Showplace for science research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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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 성처럼 쌓인 곳이라 들었는데 웬걸, 참 고운 숲길이 먼저 맞아 주었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촉촉하게 젖은 산공기에 섞여 온몸을 감쌌다. 힐링이라는 말이 이곳에 딱 맞다. 새소리 멀리 들리는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사람 많은 중국에서 이렇게 호젓하고 걷기 좋은 산책로를 만날 지는 꿈에도 몰랐다. 자작나무 숲 속의 낭만적인 산책로, 온몸이 맑아지는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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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작나무 숲 너머 이어지는 용문석채의 산책코스에서는 현무암 암석 무더기가 기묘하게 담뿍담뿍 쌓여 있는 다채로운 형상을 볼 수 있다. 미스터리한 암석연못 Mysterious stone ponds, 암석행렬 Stone Crocodile, 구른 암석물결 roaring stone waves, 현무암종 basalt specimen, 용문석채 자연풍경 eco-landscape of longmen stone village, 용문석채 도원경 longmen fairy land, 뒤얽힌 늙은 낙엽송 convoluted old larch 지대 등을 지나는 1시간 남짓의 길이다.

      

     

     

     - 용문석채, 탄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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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석채에서는 말 그대로 ‘현무암이 성채처럼 쌓인’ 보기 드문 지질풍경을 볼 수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완만한 평지를 걸어가면서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용문석채는 흑룡산 석해처럼 염기성(고철질) 마그마가 분출하여 용암으로 흘러 식은 현무암들이 바다처럼 드넓게 자리하는 곳이다. 현무암은 이산화규소 성분이 45-52%내외 차지하는 검고 세밀한 입자의 화산암인 현무암이다. 이곳 현무암들은 28-34만년 전에 분출한 화산의 용암에 의해 만들어졌다. 암석의 종류나 성분 등은 짐작 가는데 대체 이 무더기 무더기 쌓인 형상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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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만하게 잘 놓인 길을 따라 20-30분쯤 오르면 금세 정상이다. 기묘한 광경이 드넓게 펼쳐진다. 흑룡산은 봉긋하게 솟은 화산이 중심이었다면 용문석채는 대지로 편평하게 흐른 화산들이 남아있는 지대다. 완만한 구릉에서 쏟아지면서 데굴데굴 구르다 멈춘 듯, 사람만큼 큰 검은 현무암들이 얼음이 된 듯 장대한 규모로 놓여 있다. 대체 이 지역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증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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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에서는 용문석채는 현무암의 테일러스(talus; 애추; 崖錐)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질용어 테일러스는 풍화에 의해 암벽 등지에서 암석이 떨어져 나와 산기슭 등에 쌓여 있는 암석 무더기를 말한다. 이 오대련지 풍경구의 화산암이 생기던 신생대는 빙기, 간빙기가 번갈아 찾아와 기후변동이 심했으니, 암석 사이로 스민 물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부피변화를 일으키는 통에 암석이 갈라져 쉽게 깨져나갔을 것이다. 그럴싸한 설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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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무암 무더기들에 대한 다른 기원으로는, 신생대 빙하기에 얼었던 빙하가 움직이면서 현무암 덩어리들과 함께 움직여가다가 빙하가 녹거나 하여 여기 현무암을 내려 놓으면서 무더기들이 쌓이게 되었다고 한다. 빙하가 유동할 때 주변 암석들을 깎아 내며 흐르는 자연현상은 일반적이므로 그럴 법 하다. 이곳 용문석채의 현무암 덩어리들은 기존의 큰 현무암들이 지진파에 의해 충격 받아 깨지면서 큰 덩어리로 떨어져 구른 암석이라고 그 생성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 용문석채, 제주도 돌들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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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또렷하게 해명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설명들은 공통적으로 이곳 현무암들이 조금 또는 멀리 떨어진 현무암들이 깨지고 부서져 ‘이동을 하여’ 이 장소에 거대한 규모로 쌓였음을 말하고 있다. 편한 발걸음으로 걸으며 기기묘묘한 암석들을 자세히 보다 보면 제주도 어느 돌밭을 걷고 있는 듯도 싶다. 제주도 돌담을 이루는 현무암, 그 중에서도 뽕뽕 구멍 뚫린 암석들과 유난하게도 닮았다. 이곳과 제주도 현무암처럼 우툴한 모양이며 기포들은 어떻게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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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현무암들은 블록처럼 떨어져 나온 듯, 유난히도 우툴두툴하게 깨진 모양에 큰 기포자국들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지표로 나온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형상이다. 지표로 나온 용암의 겉 부분은  빠르게 식어 입자가 작고, 용암에 녹아있던 기체가 빠르게 탈출하여 기포 자국이 뽕뽕 나게 된다. 이와 같은 암석들은 현무암 중에서도 ‘스코리아 scoria’라고 한다. 제주도의 ‘화산송이’의 지질학적 이름은 바로 이 스코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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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용문석채나 제주도 등지의 현무암질 암석은 철 성분이 많다. 대기중에 노출되어 풍화되면 산화되면서 녹슨 철처럼 붉은색을 띤다. 붉은 부분 안쪽의, '신선한' 암석 단면을 보면 본래의 색은 검정, 흑회색임을 볼 수 있다.

     

     

     

     - 돌의 성채 속에 사는 다채로운 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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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지는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이곳만의 꽃과 나무를 보았다. 오대련지 세계지질공원은 오대련지 생물권보호구이기도 할 만큼 독특한 식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오대련지 세계지질공원에는 1천여 종이 넘는 수목이 있다. 특히나 용문석채 지역이 다양하고 풍부한 생물권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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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리지도 있었고 이름 모를 꽃, 열매들이 다양했다. 봄 여름을 열심히 살고 가을을 맞아 소중한 결실을 맺고 자손을 퍼뜨리고 있다. 황무지 같았을 화산암 지대에 이렇게 발 디디고 살아가고 있다니. 거친 바위, 흙 한줌 없어 보이는데도 어딘가 뿌리를 내리고 저렇게 성실히 생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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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을 보고 풀을 보며 내려오는 길. 길 완만하여 숨 거칠어지지 않아 좋았다. 아름드리나무 아래 돋아난 버섯, 피어난 꽃, 우거진 나무들을 하나하나 보며 걷노라면 온몸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게다가 은근하게 물들어오는 가을의 기운이란! 붉고 노란 잎새들이 가을임을 말하고 있다. 걸어도 걸어도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용문석채, 독특한 화산암들의 검은 물결 사이로 가을이 물드는 풍경이 적이나 아름다웠다. 
     

    * 중국 흑룡강성 오대련지 풍경구 내 용문석채 龍門石寨 정보
    - 입장료 : 성수기 (5.1-10.31) 50 CNY,​ 비수기 (11.1-4.30) 30 CNY,
    - 약 1시간 내외 도보, 해 가릴 선글라스/양산 등이 있으면 좋음, 음료수 준비 필요

     

     

     

    ● 오대련지 수정궁동 水晶宮, 얼음궁전이 된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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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의 강, 돌의 성인 용문석채에서 머지않은 곳에 "수정궁(水晶宮)"이 있다. 과거 화산들은 오대련지 지역에 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다름 아닌 용암동굴이다. 동굴 안은 얼음 조각상들이 빛을 발하고 있어 수정궁궐에는 1년 내내 얼음꽃이 피어있다고 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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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장권을 사들고 들어가면 재킷을 대여할 것인지 묻는다. 15분가량이면 충분히 둘러본다는 말에 그 정도라면 살짝 추워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입구의 두꺼운 문을 열었다. 순간 숨이 하얗게 얼어붙을 만한 찬 공기가 덮친다. 진짜 얼음세계, 빙하세계다. 동굴 입구부터 두터운 얼음벽돌로 꾸몄다.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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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반짝이는 얼음 조각들이 맞아준다. 온몸에 찬바람이 스미는 건 물론이다.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의 겨울 빙등제가 유명한 만큼, 흑룡강성 오대련지에서도 살짝 그 빙등제를 엿보는 기분이다. 얼음 조각들도 조각이지만 사실 발 딛고 서있는 이 동굴 자체가 매우 특이하며 드문 용암지형, 즉 용암동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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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련지 풍경구의 용암동굴로는 수정궁(水晶宮; Crystal cave)과 백룡동(白龍洞; White dragon cave)이 있다. 이 용암동굴들은 화산에서 용암이 흐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지하 동굴이다. 용암이 흐를 때 겉은 식어 굳지만 말캉한 속은 여전히 흘러 빠져나가면서 속이 빈 터널, 동굴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화산섬, 제주도에 생성된 협재굴 등도 이러한 용암동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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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수정궁은 길이 150m 가량의 동굴이다. 지하에서 외부의 열의 유입 없이 늘 서늘하게 유지되고 있어, 아름답게 조각한 얼음들이 녹지 않는다. 또 하나의 용암동굴인 백룡동굴은 길이 515m로 더 길며 동굴이 갈래로 뻗을 만큼 더 큰 규모를 가지고 있고 역시 사시사철 얼음이 얼 만큼 추워 ‘얼음 강’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깊은 동굴 속에 얼음을 보관하는 서빙고를 만들었는데 이 동굴들은 천연의 얼음 창고와 같다. 용암동굴 깊은 곳의 인자하고 후덕한 달마상을 보곤 추위에 쫓겨 열심히 출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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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내 정말 냉동실 안을 걷는 듯했다. 금세 코끝이 빨갛게 변할 만큼 숨이 차가워졌다. 수정궁은 다행히(?) 길이가 짧은 편이라 금세 동굴 끝까지 갔다가 돌아 나올 수 있다. 이곳에 잠시 있어보니 하얼빈 빙등제에는 정말 따뜻하게, 두껍게 입고 가야겠다는 여행 팁을 미리 얻은 듯싶다. 다시 두꺼운 문을 밀고 나오니 청명하고 온화한 가을 공기!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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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만난 짧고 굵게 만난 용암동굴 수정궁이며 용문석채. 오대련지 화산들은 지표 말고도 지하에도 이렇게 자신들의 흔적을 명징하게 남겼다. 보통 화산하면 벌판에 우뚝 솟은 화산만 생각나게 마련인데 오대련지는 화산이 낳은 또 다른 형태의 지형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흥미로운 자연탐방지였다.

     

    * 중국 흑룡강성 오대련지 풍경구 내 오대련지 수정궁 水晶宮 정보
    - 입장료 : 성수기 (5.1-10.31) 20 CNY,​ 비수기 (11.1-4.30) 14 CNY,
    - 약 15-20분 내외의 관람시간 소요, 매우 추우므로 겉옷 필요, 현지 점퍼 대여비 10 CNY 별도

     

     

     

    * 취재: Get About 트래블웹진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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