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16세기 주택 모습이 궁금하신 분, 그리고 톨레도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엘 그레코"가 궁금하신 분께.

이곳은 톨레도 대성당과 함께 톨레도 제 1의 관광 스팟으로 꼽히는 곳으로 정확히 해두자면 엘 그레코의 집이라 불리는 엘 그레코 미술관이다.

실제로 사람이 살았던 집이기에 방들이 칸칸히 나눠진 모습이라거나 부엌, 창고 같은 공간들이 남아있으며 정원도 제법 신경써서 꾸며져 있어 "미술관"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는 거의 없는 공간이다. 네모반듯한 건물에 그림을 주르륵 걸어놓은 형태가 작품 관람에는 더 편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형태 또한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기분도 들면서 나름 재미있다. 미술관은 16세기의 주택 모습을 재현한 것인데 그래서일까, 옆 방에서 그 시절의 엘 그레코와 그의 제자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착각에 순간순간 빠지게 만든다. 사실은 그 사람들이라기보단 그의 작품 속에 그려져있던 길쭉한 사람들일테지. 우리는 그림으로만 엘 그레코의 모습을 보았을 뿐 실제 엘 그레코의 모습은 모르기에 어쩔 수 없는 얘기다.

톨레도에선 어딜가도 엘 그레코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기념품이라든가 상품들이 넘쳐난다. 엘 그레코가 없었다면 이 동네 사람들은 뭘로 먹고 살았을까? 를 궁금하게 할 정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엘 그레코는 그렇게 할만한 가치가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엘 그레코는 미술사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매너리즘"의 대표격으로 뽑히는 화가이다. 매너리즘 미술은 기존의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답습에서 시작되어 조금씩 그를 변형한 것으로 주요 특징으로는 인체를 과도하게 늘린 왜곡 표현, 부조화스러운 구도, 과한 명암처리 등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그의 작품들은 그렇게 이론대로 이해하기에는 훨씬 더 깊이가 깊어보였다. 과장과 왜곡 때문인지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신비롭고 신성한 존재처럼 보였고 불균형한 구도에서는 적당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런 특징들은 난해하기로 소문난, 현대 미술과도 많이 닮은듯 하다. 16세기에 그려진 그림인데도 그렇다. 16세기에 그려진 그림들이 현대 미술과 닮았다는건 시대를 그가 앞서갔다는 뜻일까? 아니면 현대 미술이 엘 그레코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일까? 따지고 보면 결국은 그게 그말일지도 모른다.

그 중 <톨레도 풍경과 지도>는 거의 현대 추상화 혹은 일러스트 같기도 해 더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금의 톨레도 모습과 그림 속 톨레도 모습이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 점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

[info]

- 헌지명 : Museo Del Greco

- 주소 : Paseo del Tránsito, s/n, 45002 Toledo

- 홈페이지 : http://en.museodelgreco.mcu.es/

- 오픈시간 : 4월~9월에는 9:30 - 20:00 / 10월~3월에는 9:30 - 18:30 / 일요일에는 10:00 - 15: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 1월 1일, 1월 6일, 5월 1일,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12월 31일 / 부정기의 경우 홈페이지 참조

- 입장료 : 3 €

- 무료 입장 : 매주 토요일 4시 이후, 매주 일요일, 4월 18일, 5월 18일, 10월 12일, 1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