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XX네 하며 외상을 달고 먹던 구멍가게와 엄마 손잡고 가던 재래시장이 전부였는데 이젠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편의점이 대중화되고 대형마트와 SSM이 가까운 곳에 생기다 보니 재래시장에 가는 일은 여행에서나 즐길 수 있는 돼버렸다. 그래서 특별히 살게 없더라도 비슷한 풍경일게 뻔하더라도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 여행 중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으면 참새가 방앗간 거저 못 지나듯 들른다.
기타큐슈 여행 중 들른 탄가시장은 기존에 가봤던 일본 재래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구경하는 재미는 더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낡고 오래돼서 '재래'시장이라는 말이 더더욱 어울리는 곳이었다.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건너에는 아케이드 상가가 있지만 관광객들에겐 조금 오래된 그리고 활기 넘치는 이곳이 더 인기인 듯 보였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역시나 오래된 가게의 모습들. 그리고 옆 가게 숨소리, 비밀스러운 귓속말 얘기가 다 들릴 정도로 가게와 가게 사이가 가깝다.
천천히 시장을 둘러보다 잊고 있던 풍경을 마주쳤다. 지금은 먹기 좋게 손질된 생선을 쉽게 살 수 있지만 어렸을 적엔 시장에서 둥그런 나무도마 위에서 토막을 내 내장은 버리고 먹을 부분만 담아 줬다. 요즘엔 수산시장이나 바닷가 근처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풍경인데 탄가시장에선 지금도 낡은 나무도마 위에서 직접 생선을 손질해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게마다 다양한 저울을 사용하는 모습도 나에겐 꽤나 신선하고 재밌는 풍경이었다. 디지털 저울을 사용하는 가게부터
눈금이 그려진 아날로그 저울
수평을 잡아 무게를 재는 저울까지 다양했다.
역시 재래시장하면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는데 탄가시장에도 꼭 먹어야 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탄가 우동에서 파는 어묵이다. 가게 앞 큰 냄비에 있는 어묵을 고르면 먹기 좋게 잘라 내어준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하나 다른게 일본에선 국물은 어묵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용도로만 쓰이지 먹질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하나는 바로 카나페. 카나페라 불리는 이 어묵은 생선 살과 양파, 당근을 버무려 후추로 간을 해 만든 것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게 한 개로는 성이 안찰 정도로 맛있다.
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우리에게서 조금씩 잊혀 가고 있는 걸 여행 중 찾아야 되는 일이 조금 아쉬웠다. 별것 아닌 재래시장을 관광객이 꼭 찾아야 할 명소로 만든 그들의 노력. 옛것을 지키고 이어가는 자세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대단한 것 같다. 기타큐슈 여행을 간다면 탄가시장에서 옛 향기 가득한 기억들을 꺼내보자.
[기타큐슈 탄가시장]
주소ㅣ 4丁目-2-18 Uomachi, Kokurakita Ward, Kitakyushu, Fukuoka Prefecture 802-0006 일본
운영ㅣ 매일 10:00 ~ 18:00
전화ㅣ +81 93-521-4140
아무래도 우린 여행 블로그 운영. 저스트고 규슈 저자.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사진과 글을 쓰고 싶은 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