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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대자연이 할리우드에 미치는 영향 ①

    발없는새 발없는새 2011.04.04

    카테고리

    미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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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기차를 본 관객들이 혼비백산했던 날로부터 100년하고도 수십 년이 지났습니다. 강산이 변해도 골백번은 더 변했을 이 세월 동안에 영화는 온갖 소재를 활용하여 수많은 이야기를 양산했습니다. 그랑 카페에서 뤼미에르가 상영했던 영화는 공장에서 퇴근하는 노동자, 역에 막 들어오는 기차 등의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만으로도 최초의 '움직이는 사진'으로서 사람들에게 매력과 충격을 전하기에 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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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이내 대리만족 혹은 가상체험의 형태로 바뀌자 일상적인 소재로는 사람들을 유혹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영화 제작자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냈으나, 무궁무진할 것만 같았던 허구의 세계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지금 전 세계의 영화시장을 장악한 할리우드를 보자면 속편, 리메이크, 리부트, 각색 등의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한 영화가 상당수죠. 물론 그 원인이 단순히 소재의 고갈에만 있지는 않습니다만 일정부분 한계에 부딪힌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긴 성경에도 이런 문구가 있다죠?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여기서는 제가 미국에서 보았던 대자연이 할리우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추측했던 바를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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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조트의 이름이 '카사블랑카'라는 건 새삼스럽지도 않네요.

     

     

    미국은 연간 제작편수에서 인도, 나이지리아와 함께 세 손가락에 꼽히는 영화공장입니다.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극장 점유율로 따지면 단연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의 영화가 1위입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작년의 경우는 <아바타> 단 한 편이 무려 7.4%의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파급력이 강한 할리우드가 꽤 오래 전부터 순수 창작물보다는 유전자 이식을 통한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현재까지 북미에서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 Top 10을 보면, <아바타, 타이타닉, 스타워즈 에피소드 4,  E.T.>를 제외한 여섯 편이 원작을 가졌거나 속편입니다.

     

    Top 20으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11위~20위 사이에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니모를 찾아서> 두 편만이 오리지널 각본입니다. 다시 말해서 상위 스무 편 중에서 순수 창작물은 고작 여섯 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주 : '순수 창작물'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이 좀 애매하긴 합니다. 사실상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성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다름없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타이타닉>도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서 탄생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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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여행하는 동안 발이 되어줬던 두 대의 자동차

     

     

    앞서 말했다시피 이런 현상이 비단 소재의 고갈에만 기인한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할리우드가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에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죠. 막말로 땅 파서 영화를 제작하는 게 아닌 이상에야 제작사의 입장에서 수익에 초탈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따라서 순수 창작물보다는 원작이나 전편으로 흥행성을 검증한 영화에 욕심을 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합니다. 리메이크니 리부트니 하면서 이미 제작된 바 있는 작품을 부활시키는 배경에도 그러한 산술적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더 일찍이 영화를 '장르'로 구분했던 방식도 다 흥행을 염두에 두고 생겨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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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처럼 미국도 셀프 주유가 대세

     

     

     

    흥행성은 곧 호응도와 비례하니 완성도만 따르면 다수의 관객에겐 즐거움을, 제작사에게는 돈을 가져다줍니다. 반대로 보면 다양성을 원하는 소수의 관객은 선택권이 줄어드는 결과가 생기죠. (멀티플렉스가 처음 생겼을 때, 얼마나 많은 영화를 볼 수 있겠냐는 순진한 발상으로 찾아갔다가 실망했던 기억이 선하네요)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 열성으로 임하는 사람들은 창작의 욕구는 물론이고 그럴 기회마저 즐어듭니다. 심지어 제임스 카메론조차도 <아바타>를 제작하는 동안에 흥행여부를 두고 숱한 우려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원작도, 전편도 없는 영화라는 이유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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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베가스를 떠나 몇 시간을 달린 끝에 만난 작은 마을의 상점 (휴게소 아닙니다)

     

     

     

    작금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가 영화 공장이자 꿈의 공장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관객에게 선생님, 친구, 연인, 부모 등의 역할을 해주기도 하죠. 저만 해도 어릴 적부터 영화를 보면서 꿈을 키웠고 세상을 알아갔습니다. 왜 모 시트콤에서 비롯된 유행어인 "XX을 책으로 배웠습니다"라는 말이 있죠? 제가 딱 그랬습니다.

     

    오래 전에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면서 격하게 공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 연애 경험이 전무했지만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사랑이란 게 뭔지 이론적으로 깨달았던 덕분입니다. 그러니까 사랑을 영화로 배웠던 거죠.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_-;) 재미있게도 직접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보니 영화를 보며 배운 그것과 별 차이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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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쌀과자 삼매경에 빠진 세 명의 아가씨

      

     

    이처럼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가 하면, 감히 근접하기 힘든 세계를 맛보는 희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린 S.F.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상상력이 빚은 가상의 공간을 방문합니다. 허무맹랑한 발상에 불과한 것도 더러 있으나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음모이론으로 치부하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언제고 외계인을 실제로 조우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  그저 부디 프레데터나 에일리언보다는 이티에 가깝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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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이 온통 메마른 사막인데 열대지방에서나 볼 줄 알았던 나무가?

     

     

    S.F. 영화 중에는 소설로 먼저 소개가 됐던 작품도 있지만, 글을 읽으며 머릿속에 그리던 것과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는 엄연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을 영화화한 <주라기 공원>이 그랬었죠. 또한 같은 영상매체라도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트랜스포머>가 영화로 탄생했던 순간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는 기술적인 면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잔상효과를 활용하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획기적인 발명으로 인정받아 세간의 주목을 얻었듯이, 감성적인 면에서는 현실 속에 살아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어마어마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영화가 최고의 대중예술로 올라서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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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점 내의 슬롯머신이 아직 네바다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S.F. 외에도 매해 쏟아지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은 대체 소재를 어디서 얻는 걸까요? 물론 다큐멘터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극영화는 상상력으로 빚은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 상상력이라는 두뇌활동의 산물을 뜯어보면 결국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에서 발전한 것입니다.

     

    로맨스, 액션, 스릴러, 공포, 드라마, 웨스턴, 코미디 등등, 장르와 비중을 불문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소재로 삼지 않은 영화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엄밀히 말해서 대다수의 영화는 새하얀 백지상태의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은 아니라는 거죠.

     

    저는 미국, 그중에서도 사막과 캐년지대를 지나면서 앞서 제기한 의문의 정답을 일부 얻었습니다.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특정 장르의 영화가 왜 그런 소재의 이야기를 했던 것인지 절로 머릿속에 떠오르더군요.

     

     

     

    그 장르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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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반드시 마시고 오겠노라고 다짐했던 레드불! 

     

     

     

     

     

    To be continued...

     

     

     

     

     

     

     

     

    BONUS - Cinephile & Traveller

     

     

     

     

     

    카사블랑카 (Casablaca, 1942)

     

    2차 대전이 발발한 시기의 프랑스령 모로코의 도시 카사블랑카.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떠나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누군가 나치 장교 두 명을 살해한 후에 비자를 강탈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곧 나치와 모로코의 경찰이 협력하여 범인을 잡지만 비자는 그의 수중에 없었습니다. 한편 카사블랑카에서 바를 경영하는 릭은 파리에 있을 당시에 연인관계였던 일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반나치주의자인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자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

     

    <카사블랑카>는 제작된 지 70년이 다 됐지만 오늘날까지 최고의 로맨스 영화로 꼽힙니다. 일반 관객들뿐만 아니라 영화 관계자와 협회에서 선정하는 역대 최고의 영화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명작입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비극적이지만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사랑 이야기,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연출 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뤄 <카사블랑카>의 인기는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두 주연배우가 영화 속에서 만들어낸 이미지는 <카사블랑카>라는 영화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험프리 보가트는 이 영화에서 겉으론 냉소적이고 터프하지만, 속에는 감상주의자의 면모를 간직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여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중절모를 눌러 쓰고 트렌츠 코트를 입은 채 강직한 인상으로 담배연기를 내뿜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습니다. 험프리 보가트가 남성적인 이미지였다면 옛 연인으로 출연한 잉그리드 버그만은 여성미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 유명한 'As Time Goes By'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상념에 잠겼던 잉그리드 버그만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미인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재미있는 사실 - <카사블랑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사가 있습니다. 바로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말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것입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아주 인상적인 대사로 널리 알려져 있죠. 원어는 "Here's looking at you, kid"인데, 이걸 국내개봉 당시에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낭만적인 문장으로 바꿨습니다. 원래의 대사는 미국에서도 최고의 명대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헌데 이 대사는 사실 시나리오에 있던 것이 아니라 험프리 보가트가 즉석에서 내뱉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던 셈이죠.

     

     

    발없는새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꿈꾸는 어느 블로거의 세계입니다.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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