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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 베니스] 베니스를 소개하는 몇 가지 방법 (2)

    상아 상아 2011.05.30

    카테고리

    유럽, 서유럽, 에피소드

     

     

    베니스를 소개하는 몇 가지 방법 (2)

     

     

     

     

    제주도의 삼다(三多), 삼무(三無)를 꼽는 것처럼

    앞선 글에서 베니스를 '다리', '가면' ,'여행자'의 도시로 불러보았다면

    이번엔 베니스에 없는 것을 생각해본다.

     

    도시라면 당연하게 갖추고 있을 것 같은 몇 가지가 빠진  자리에서 

    낭만이 부풀어오르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한 감각이 빠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을 가리킨다면

    베니스는 바보스러울만치 과거에 머물러 있다.  바로 이점이 베니스의 매력포인트다.

     

     

     

     

    베니스에는 없다

     

     

    하나. 베니스에는 '자동차'가 없다

    둘. 베니스에는 '고층빌딩'이 없다

    셋. 베니스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하나. 베니스에는 '자동차'가 없다

     

     


     

     

    사실 자동차만 없는 게 아니다. 자전거를 탄 사람도 한 달 동안 딱 한 명을 보았다.

    이곳이 허락한 바퀴라고는 유모차와 환경미화원의 수레 정도가 전부다.

     

    골목이 워낙 좁고 미로처럼 얽혀있는데다

    수시로 다리를 건너다녀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는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생활에서 자동차가 빠진 자리는 물길을 따라 흘러가는 배들이 대신했다.

    소방차, 구급차, 화물차도 택시도 버스도 모두 배다.

    베니스에는 자동차가 없다. 자동차가 없으니 경적의 소음도 주차전쟁도 없었다.

     

     

     

     



    둘. 베니스에는 '고층빌딩'이 없다

     

     

     

     

    모래땅에 나무기둥을 박고 바닥을 다져 만든 도시다. 

    아찔한 마천루를 기대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낡으면 싹 허물고 새로 지으면 되지' 이런 생각이 솟아날 틈도 없다. 

    덕분에 베니스에선 지금도 몇 세기 전의 건물에 사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내가 머문 산 폴로의 집도 18세기에 지어진 곳이었다.

    돌계단이 반질반질하게 닳아 무릎에 힘을 딱 주고 딛어야 했다.

     

    베니스에는 최신의 고층빌딩이 없다.

    덕분에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인다.

     

     

     

     

     

    셋. 베니스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있다. 맥 너겟과 나란히 새우튀김을 팔고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넣은 버거를 추가하는 식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없었다. 혹, 자동차도 다니는 광역 베니스에는 있을까 모르지만.

    커피 한 모금, 와인 한 잔의 여유는 길모퉁이 가게들에게 맡겨두고 있다.

     

    우유를 넣은 커피는 팔지 않는 카페도 종종 만나게 된다.

    커다란 머그잔에 담긴 아메리카노가 그리워질지도 모르지만

    베니스에선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에 빠져보자.

     

     

     

    베니스에는 없는 것도 많다.

    가보면 알게 된다. 바로 그 빈 자리가 사랑스럽다는 걸.

     

     

     

    상아

    다국적 영화를 홍보하면서 스크린을 통해 사막의 유목민부터 얼음땅 이누잇의 삶까지 들여다 보았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프로모션 파트너로 만났던 캐나다 알버타 관광청으로 자리를 옮겨 일했고, 지난해 여행 권하는 사람에서 여행자로 변신했다. 한 달 간 베니스에 머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베니스 한 달 살기' 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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