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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비포선셋 속 파리 고서점에 가다

    레이디 L 레이디 L 2011.11.17

     

     

     

     

    영화 '비포선셋' 속 파리 고서점에 가다

     

    세익스피어 & 컴퍼니 (Shakespeare & Company)

     

     

     

     

    1995년에 개봉해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유럽 배낭여행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영화 <비포선라이즈>.

     

    낯선 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낸 주인공 제시(에단호크)와 셀린느(줄리델피)가

    6개월 후에 과연 만났을 것인가?란 궁금증을 남기며 이 영화는 끝이 나죠.

    그리고 그 후일담은 9년 후 속편 <비포선셋>을 통해서 공개됩니다.

     

     

     

      

     

    영화 <비포선셋>은 어느새 9년이 흘러 30대가 된 제시(에단호크)가

    셀린느와의 자전적 러브스토리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낡고 오래된 파리의 한 서점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가 파리로 온다는 소식을 알고 찾아간 셀린느와 그곳에서 재회하게 되죠.

    영화 <비포선셋>속에 나온 그 파리의 고서점 "세익스피어 & 컴퍼니"의 풍경은

    그 둘의 감정과 어우러져 깊은 잔상을 남겼습니다.

     

    제가 파리여행을 계획하며 가려고 했던 1순위 장소 역시

    에펠탑도, 루브르박물관도 아닌 바로 이곳, 

    "세익스피어 & 컴퍼니"였죠.

     

     

     

     

     

      

     

    실존하는 '세익스피어 & 컴퍼니' 서점의 역사는

    19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파리 오데옹 가에 처음 오픈한 이 서점은

    유럽 전역에 미국문학을 처음으로 전파한 곳입니다.

     

    '노인과 바다'를 쓴 헤밍웨이나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 등

    당대 최고의 미국 문인들이 이곳에 모여들게 되면서 차차 알려지게 되었죠.

     

    그리고 외설시비로 파리에서 출간이 금지되었던

    <율리시스>까지 자체출간하며 더욱 유명해지게 됩니다.

     

     

     

      

    당시 세익스피어&컴퍼니의 외관

    (주인 '실비아 비치'의 모습)

     

     

     

    당시 이곳은 가난한 문인들이 언제든지 와서 책을 읽고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으로도 유명했습니다. 돈이 없지만 재능 있는 작가들에게 무료로 침대와 책을 빌려주며 진정한 문학의 산실이 된 공간이죠. 작가들 역시 이 곳을 지극히 사랑했는데요, 1930년대 들어 이 서점에 경영난이 닥쳤을 땐 앙드레지드, 피츠제랄드 등 유명 작가들이 서점 살리기 운동에 나섰을 정도였다 합니다. 이곳이 얼마나 문인들에게 중요한 곳이었을지 짐작할만 하죠.

     

    안타깝게도 이 서점은 1940년대 독일 나치의 탄압으로 문을 닫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10년 후, 이곳의 열렬한 팬이었던 "조지 휘트먼"이란 여인이 이 서점의 서적들과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아 제2의 `세익스피어 & 컴퍼니`를 세느강 옆에 오픈하며 전통을 이어가게 됩니다. 존재 자체가 역사가 되어버린 이 세익스피어&컴퍼니는 2011년 오늘 이순간까지도 파리에 문을 열고 있습니다.

     

     

     

     

     

     

     

    "세익스피어&컴퍼니"에 들어서면

    작은 빈틈 하나 없이 다양한 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그 책장들을 지나 다락방 같은 2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면에는

    각종 글쓰기 모임과 독서토론 모임의 멤버를 모집한다는 종이도 가득했습니다.

     

    여전히 이 서점이 글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2층에 발을 디디자마자 보이는 이 커다란 문구!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라.

    그들은 어쩌면 천사로 가장한 사람일지 모르니)

     

    가난한 문인들을 포함한 그 어떤 사람들에게도

    아무런 제약없이 공간과 책을 내어준 이 서점의 철학을 표현해주고 있군요.

     

     

     

     

     

     

    1층에는 신간도 많이 진열되어 있지만

    2층에 있는 대부분의 서적들은 오래되고 낡은 책들입니다.

     

    몇 십 년 동안 이곳에서 많은 이들의 손길을 받은

    책들의 표지는 너덜너덜해졌고,

    제목은 지워져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 책들을 하나씩 꺼내보며

    어쩌면 이 책은 앙드레지드가 펼쳐보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저 책은 헤밍웨이가 읽지는 않았을까 하며

    낡은 책 향기에 취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이 어두운 실내에서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조명은

    창문으로 투과되는 파리의 햇살입니다.

     

     

     

     

    많은 문학가들이 오랜시간 이 의자에 앉아

    책을 탐독하며 영감을 받았겠지요.

     

     

     

     

      

    그렇게 오래된 고서들을 살펴보던 중

    세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발견하는 행운 아닌 행운도 얻었습니다.

     

    세익스피어&컴퍼니에서 세익스피어의 책을 발견한 건

    꼭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죠.

     

     

     

      

     

    통로 한쪽에는 이렇게 한 사람이 들어갈만한 조그마한 공간이 있는데,

    책을 읽다 문득 떠오른 시상을 타자기로 옮겨 적어놓을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벽에는 자신이 즉흥적으로 자작한 시, 이곳에 다녀간다는 인증낙서,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의 편지 등으로 가득합니다.

     

     

     

     

     

    그렇게 서점에 한참 빠져있던 중,

    어디에선가 고운 피아노 소리가 들립니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선명하고,

    조금은 아마추어스러운 연주였죠.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가보니

    한 동양인 소년이 서점의 조용한 분위기에도 개의치 않고

    조용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피아노에는 한낱 장식품이 아니라 누구나 칠 수 있도록

    "Please play me"라는 귀여운 문구가 쓰여져 있기 때문이죠.

     

     

     

     

      

    누군가에게는 쉼터였고,

    누군가에게는 도피처였으며,

    누군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을

    파리의 세익스피어&컴퍼니 서점은 

     

    아직도 세느강 옆 파리 한 켠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습니다. 

     

     

     

     

     

      

    ‘그 시절 책을 살 돈도 없었다.

    나는 셰익스피어앤컴퍼니의 대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그곳은 오데옹 12번가에 있는 실비아 비치의 도서관 겸 서점이었다.’

     

    - 헤밍웨이의 <파리에서 보낸 7년> 中 -

     

     

     

     

     Shakespeare & Company 

     

    Web : http://shakespeareandcompany.com

     Location : 37 Rue Bûcherie 75005 Paris, France

     

     

     

     

     

     

    [youtube HEPoNaf0cAk]

     

     

     

     

    레이디 L

    뻔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 꾸며진 것보다는 날 것, 지나친 배려보다 솔직함을 사랑하는 20대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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