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육식천국 아르헨티나의 탐나는 음식문화!

    김바비 김바비 2013.06.30

    카테고리

    아르헨티나, 음식

     

    아르헨티나의 탐나는 음식문화 

    육식천국 아르헨티나 

     

    13_06_25_21_32_39_77559654_1911759956-780x582  

      

    대한민국에서 '소고기'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고기 좀 씹는다는 육식주의자들에게 소고기란 마치 열렬한 짝사랑의 대상처럼, 간절히 원하지만 쉽게 얻을 수 없어 더욱 애타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마치 종교처럼 '한우님'을 향해 경배를 올릴 정도랄까요. 흰 접시 위에 근사한 마블링의 소고기가 큼직히 올라와 있는 모습을 마주하면 절로 심장이 뛰고 가슴 설레는 분들도 분명 계실테지요. (^^)

    이런 호들갑을 글을 시작하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식단에서 소고기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기 때문이지요. 과거에도 귀한 식재료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귀한 음식에 속하는 소고기. 회식자리의 메뉴가 '삼겹살'이라면 직원들의 대단한 환영을 못받을지도 모르지만, 회식 메뉴가 '소고기'라면 참석율부터가 달라질 겁니다. 

     

     

    13_06_25_20_13_09_72789319_1350490027-780x582

    ▲ 샌드위치나 햄버거에 다진 고기 같은 저질 고기를 왜 쓰나요? = 샌드위치를 먹을 때 현지인이 한 대답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상식이 아르헨티나에서는 크게 뒤집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소고기로 유명한 나라라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있습니다만 글쎄요...... 우리에게 비교적 덜 알려졌을지 모르겠지만 아르헨티나야말로 '소고기로 대표되는 나라', 그 중에서도 제일 앞자리에 서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서 들려드리지요. 

     

    소고기의 나라, 아르헨티나 

    스페인 정복자들이 처음 아르헨티나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이 땅은 도저히 쓸모가 없는 땅이었습니다. 훗날 '팜파스'라고 부르게 될 끝없이 넓은 대평야가 있긴 한데, 이게 어디 정복자들에게 '돈벌이'가 되어야 말이지요. 마침 북북서쪽에 위치한 포토시(볼리비아)에서 전 세계를 먹여살릴 은이 끝도 없이 생산되고 있으니, 이런 무작정 넓기만 한 땅덩어리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대신 해안지방에 정착한 정착민들이 농사를 위해 소 몇마리를 들여왔고, 이것이 아르헨티나의 운명을 크게 바꾸게 됩니다.

     

     

    13_06_26_00_24_30_1470949_424238335-765x1024

    ▲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팜파스의 넓은 대평야지대 

     

    팜파스 지역의 특징은, 끝도 없이 넓은 평원에 나무도 몇 그루 없이 풀이 무성하게 자라 초원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소를 키우기에 최적의 환경이었고, 이는 곧 아르헨티나를 세계적인 축산국가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19세기 들어서 유럽의 도시화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수요급증과 맞물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냉동창고의 발명이었습니다. 냉동창고를 이용한 해상운송이 시작되자, 유럽의 넘쳐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넓은 초원에서 자라난 소고기들이 유럽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죠. 엄청나게 많은 소를 키우면서, 그럼에도 땅이 남아돌아 남는 땅에 밀을 재배할 지경이었던 아르헨티나. 이 소고기와 밀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20세기에 이르러 세계적인 부국의 반열에 오릅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말 그대로 꿈의 나라였습니다.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지리조건을 바탕으로 생산된 식량이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기에, 마치 끝없이 성장할 것만 같은 나라였지요. 일자리도 넘쳐나고 식료품도 저렴해서 굶을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나라라고 말이에요. 그래서 유럽의 가난한 사람들은 앞다투어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납니다. 특히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요. 

    옛날 TV에서 방영도 했던 추억의 만화 '엄마 찾아 삼만리'를 기억하시나요? 주인공 마르코의 엄마가 일자리를 찾아 떠난 곳이 바로 이 아르헨티나였고 마르코가 엄마를 찾아 향한 곳도 바로 아르헨티나였습니다. 심지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지하철이 개통된 시기도 1913년으로,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이며 미국과 독일 다음으로 지하철이 개통된 나라입니다. 

     

     

    13_06_25_21_32_39_77559733_137806862-780x582

    ▲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방목된 소들 

     

    물론 60년대 이후로 중공업 전환 실패, 잦은 군부에 의한 정부 쿠데타, 포클랜드 전쟁 패배 등으로 사회와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축산업과 농업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급의 규모가 무지막지하게 거대하다보니 가격 또한 굉장히 저렴하지요. 특히 소고기의 경우 아르헨티나의 인구보다 소가 많은데다, 넓은 팜파스에서 방목하며 풀을 뜯고 자랐기에 비용이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저렴합니다.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1인당 육류 섭취량이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지요.

     

     

    13_06_25_20_13_09_72789402_1102520059-780x582

    ▲ 샌드위치를 주문했을 뿐인데 두툼한 소고기 두 장이 깔려있다니...

     

    덕분에 아르헨티나 어디를 가든 양질의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 당장 저같은 경우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는 동안 소고기를 '안먹은 적'이 몇 번 되지 않는데, 그 몇 번마저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할 때 아니면 소고기가 너무 질려서(!) 다른 음식을 먹을 때 뿐이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의 저렴함이냐면 어느 식당에 가건 설렁탕 정도의 가격으로 질 좋은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소고기가 질려서 파스타를 먹는 짓(!)은 확실히 국내에서는 경험해보기 힘든 체험일 것입니다.

     

     

    13_06_25_20_13_09_72789484_1967513926-780x582

    ▲ 아사도(좌)와 치미추리 소스(우)

     

    이러한 아르헨티나의 사정이지만, 그 중에서도 꼭 먹어봐야 할 소고기 요리는 또 있습니다. 바로 '아사도(Asado)'가 그 주인공이지요. 아사도는 갈비 부위를 통째로 그릴에 올리고 소금을 뿌려 굽는 아르헨티나 전통음식입니다. '전통음식이 뭐 이렇게 투박하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9세기까지 팜파스에서 소를 치던 가우초(목동,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카우보이에 가깝다)들이 소를 먹던 방식에서 유래하였기에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투박한 조리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좋은 고기라면 소금과 후추만으로도 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아사도는 그냥 먹을 수도 있지만 다소 심심할 수도 있으니 보통은 치미추리 소스와 함께 먹습니다. 이 치미추리 소스는 올리브 오일을 베이스로 오레가노, 파슬리, 칠리, 마늘 등을 다져넣고 소금과 발사믹 식초로 간을 하고 재워두었다 먹는 전통 소스로 고기의 맛을 덮는 소스가 아니기에 소스의 매콤새콤한 맛이 고기 자체의 맛을 더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게 특징입니다.

     

     

    13_06_25_20_14_33_72873666_278722862-780x582

    ▲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간장을 구해서 직접 만든 소불고기

     

    직접 조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조리를 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저렴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고기를 파는 정육 코너가 붙어 있고 그 코너에서 원하는 부위를 이야기 할 경우 즉석에서 고기를 잘라서 주는데, 이렇게 살 경우 정말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제가 밀라네사(우리나라 식으로 치면 돈까스)용 소고기 500g을 샀는데 가격표를 보고 제 눈을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가격표에는 12아르헨티나 페소가 찍혀 있었죠.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400원 정도입니다. 소고기 500g이 말입니다!

     

     

    13_06_25_20_14_33_72873894_1315634022-765x1024

    ▲ 매일 밤마다 바베큐 파티를 하던 아르헨티나 여행 

     

    여행을 하던 당시, 저렴한 고기 가격 덕분에 매일 밤마다 고기를 사서 바베큐 파티를 열곤 했었는데요! 13명의 인원이 배불리 소고기를 먹고 맥주와 와인까지 즐겁게 마시는데 들어간 총 비용이 500 아르헨티나 페소 정도였습니다. 한화 10만원 정도 밖에 들지 않은 것이지요. 맛도 품질도 훌륭한데 말이에요. 

    참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요. 아르헨티나는 우리나라보다 가난하고 인플레이션도 연간 10%로 높은 편인데, 어찌보면 식생활만큼은 우리보다 훨씬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 소고기를 사먹겠다고 아등바등 돈을 벌고 있는데 말이지요. 이러한 아이러니가 바로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13_06_25_20_13_09_72789556_1540383426-780x582

     

     

     

     

     

    김바비

    경제와 역사를 좋아하는 여행 초보자. 어디에 무엇이 있고 뭐가 좋다는 남의 감상보단 직접 부딪혀서 경험하고 얻는 내 감상이 더 낫다 생각하는 겁없는 초보.

    같이 보기 좋은 글

    Tags

    아르헨티나의 인기글

    김바비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