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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시장, 생동감 넘치는 조호바루의 삶을 만나다.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4.01.08

    카테고리

    말레이시아, 음식, 쇼핑

     

    말레이시아 여행노트 

    야시장, 생동감 넘치는 조호바루의 삶의 만나다.

     

    131231 Malaysia, Malacca, The stadthuys

     

    말레이시아의 옛 네덜란드 건물 스태더이스. 앞모습은 외국 건물 같은데 뒷모습은 현지의 건물들 모습처럼 보인다. 앞에서 보이는 면면이 이국의 풍모를 지녔어도 뒷모습은 말레이의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관광지도 그렇다. 유명한 명소들은 보이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가꾸어지기도 하여 이국적이기까지 하지만 재래시장이나 평범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말 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보인다. 현지의 진짜 모습을 보기에는 뭐니뭐니 해도 재래시장 만한 곳이 없다. 조호바루의 야시장. 어스름하게 밤의 기운이 밀려들자 도시에 빛이 늘어서기 시작한다. 도로, 심상치 않은 천막들이 펼쳐진다. 기동성 좋은 시장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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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인들은 트럭에 물건을 싣고 다니는 '밴맨'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장사한다. 트럭과 밴이 줄을 이어 나란하게 서더니, 이어진 푸른 천막 아래 오만가지 물건들이 늘어선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매력이 넘치는, 일요일 저녁이면 열리는 조호 바루의 일요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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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한 어수선함 속에 사람 사는 냄새 엉겨드는 곳! 어릴 때도 지금도 재래 시장 구경을 무척 좋아한다. 마치 우리네 5일장처럼, 말레이 조호 바루에는 꼬박꼬박 일요일 해질녘에 재래시장이 열린다. 도로를 따라 좁다란 장이 2열로 길고 길게 늘어서고 그 사이에 사람들이 가득 오간다. 일주일치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어디서 이렇게 몰려들었는지, 길을 가득 메운다.

      

     

    조호바루 먹거리 총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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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먹거리다. 집에서 밥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이곳. 그래서인지 먹거리 장터가 크다. 조리할 필요 없이 당장 먹으면 되는 온갖 먹거리들. 킁킁, 코를 자극하는 이 맛있는 냄새들. 나도 모르게 멈춰 서게 된다. 음, 말레이시아에서 살림하면 밥 안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온갖 음식을 파는 노점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가격도 착하다. 실제로 말레이시아는 아침이면 새벽부터 각 동네 어귀나 아파트 아래에 식사 거리를 파는 노점이 늘어선다고 하니 말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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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쿠, 어깨가 부딪친다. 먹을 것에 정신 팔려서 길을 막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 튀긴 음식도 많이 판다. 튀김만두처럼 이런 저런 속을 넣어서 튀긴 춘권 같은 음식을 판다. 좌판에 그득 그득 쌓아 놓고 길에서 파는 음식이지만 튀기고 찌고 익힌 음식들이라 대체로 무탈하단다. 부담스럽게 호객행위를 하지도 않는다. 눈 마주치면 구매 의사를 엿보며 살짝 웃는 정도. 의외로 상인들은 조용히 장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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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는 아니지만 이 조호바루 일요 시장에서 열과 성을 다하는 셰프도 있다. 중국 화교이든 이슬람교도이든 누구든 입맛에 맞는 먹거리를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중국식 웍으로 볶아내는 요리들. 계란 등의 재료를 넣어서 손이 안보일 만큼 솜씨좋게 휘릭휘릭 볶아낸다. 후드득 얼굴에 맺혀 떨어지는 땀방울이 툭툭 떨어져 섞이지는 않을까. 아랑곳 안하고 진한 간장 냄새 풍기며 볶아 댄다. 날이 더워서 그럴까, 대부분의 음식을 기름에 볶거나 튀기고 진하게 짭짤하거나 달달하게 만든다. 밥도둑이 따로 없는 반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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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반찬을 조리해서 파는 곳도 있고 중국식 아침으로 먹던 밀가루 튀김과 즉석에서 만든 두유를 파는 곳도 있다. 반찬뿐만 아니다. 밥과 각종 국수(mee)를 웍에 볶아서 판다. 든든한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는 먹거리들이다. 가리는 음식도 없고 호기심도 많아서 이런 이국의 시장의 먹거리는 정말이지 군침 뚝뚝 흘리며 바라보게 된다.나시고렝 Nasi Goreng도 보인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파인애플 속을 파고 볶음밥을 담아 먹어도 맛있고 땅콩가루 뿌려 볶음국수 먹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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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흠칫 했던 것이 저렇게 오리나 닭을 통째로 구워 목에 철을 끼워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음식점들. 이제 의례 북경오리 음식점이나 닭 요리 하는 곳은 당연하게 통닭 목을 주르륵 걸어 놓는다고 여기며 맛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고기 익는 냄새가 트럭 주변을 빙빙 돈다. 닭고기, 양고기 등을 꼬치에 끼워서 즉석에서 구워내니 누구라도 발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테 Satay 냄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냄새가 발길을 붙잡는다. 말레이식 꼬치구이 사테는 우리에게도 무척 익숙한 달콤 짭짤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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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 걸었으면 이제 슬슬 간식 하나 입에 물 때다. 냄새에 이끌려 보니 과자 구이? 계란빵 굽는 틀과 같은 철판에 달콤한 밀가루 반죽을 붓고 땅콩가루 뿌린 간식이 눈에 보인다. 흐뭇하게 풍겨오는 버터 냄새와 설탕이 녹아들어가면서 스며 나오는 카라멜 녹는 냄새. 얇고 바삭한 센베이 맛이다. 뜨끈할 때 하나 사서 먹으면 누구나 좋아할 맛! 호텔로 돌아오고 나서 좀 후회가 됐다. 좀더 이것저것 사먹는 건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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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국물을 더한 락사 Laksa, 불량식품처럼 보이기도 하는 팥빙수 아이스 카상 Ais Kacang 파는 곳도 보인다. 그 뿐인가. 트럭에 엄청나게 큰 오븐을 설치해서 타르트며 식빵을 즉석에서 척척 구워내는 노점상도 있다. 일주일치 먹거리를 그득그득 사들고 돌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신나게 기웃기웃 한다. 시장을 보면 역시, 인간지사 가장 중요한 건 먹고 사는 것 아니겠어 그런 생각이 든다.

      

     

    조호바루 식재료 총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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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리한 음식뿐만 아니다. 시장인 만큼 야채와 과일 등 식재료도 풍부하다. 씨알 굵은 감자와 익숙치 않은 모양의 야채들이 보인다. 무도 있고 오이며 호박도 있다. 의례 알고 있는 양파는 한 가지 모양인데 여기는 양파만 대여섯 종류. 샬롯인가. 참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이렇게 장을 보아서 가족들과 함께 먹을 무언가를 만드는 풍경. 상상만 해도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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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시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맛있는 열대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몇 번 망설이면서 가격표를 들여다보게 되는 아열대의 과일이 정말 저렴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수북하게 쌓인 과일을 신중하게 고른다. 영양 만점에 신선도 높은 과일을 고르는 얼굴이 자못 진지하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는 밥 대신 과일만 먹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과일이 지천이다. 아 물론 그래도 밥은 꼭 먹지만. 

    우리나라처럼 사과나 감, 귤 등을 팔지만 맛이 조금씩 다르다. 기후가 다르니까 그렇겠지. 그래서 아는 과일이라도 맛을 보고 싶다. 생경한 과일도 많다. 말레이시아는 1년 내내 식물이 자라기 좋은 날씨다. 비도 충분하고 기온도 높다. 그래서 과일 천국이다. 가이드의 말씀이, 아무리 그래도 사철 내내 같은 과일이 나오기 보다는 나름 계절 과일이 있단다. 자라는 데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과일마다 주로 나오는 철이 있고 그 때 가장 맛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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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직한 단맛을 지닌 망고와 크리미한 버터 같은 아보카도. 말레이어로 머리털이라는 뜻을 가진 부숭부숭 성게같은 람부탄. 쿰쿰한 냄새로 원망을 듣긴 하지만 숲속의 치즈라는 애칭이 있는 두리안. 독특한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직각으로 가르면 별 모양이 보이는 스타푸르트. 리치의 한 종류로 희고 뽀얀 살 속에 검고 큰 씨를 숨기고 있는 드래곤 아이 푸르트. 푸르스름한 껍질을 가지고 있지만 희거나 붉은 속살을 가지고 있고 달고 맛있는 구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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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악귀를 쫓는다는 파인애플과 튀겨서도 파는 바나나. 작은 가시로 뒤덮힌 껍질에 노란 과육을 지닌, 과일이 무려 20kg를 예사로 넘는다는 엄청난 크기의 잭푸르트. 빵 속 크림처럼 부드러운 과육을 지닌 커스터드 애플과 중국말로 과일의 왕이라는 열대 대표 작물 야자까지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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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손으로 생선을 거침없이 집으며 농담도 하고 흥정도 하는 노점 주인. 바다에 인접한 만큼 생선도 많다. 민물고기인지 바닷고기인지 모른다. 대체로 큼직큼직하다. 물기가 번들번들한 생선들이 좌판 넘치게 쌓여 있다. 생선을 고르면 묵직한 도마 위에 올려서 머리를 자르고 토막 내어 싸준다. 이 생선들을 토막 내어 마치 fish head soup 같은 탕을 끓이겠지. 싱가포르에 처음 맛 봤던 생선 요리인데, 카레맛 매콤 생선탕 같은 맛이었다.

      

     

    조호바루 볼거리 총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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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거리 뿐 아니다. 볼거리며 살거리가 복작복작거리는 생동감 넘치는 시장이다. 이 시장. 삶은 진지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간이 시장을 따라 만들어진 좁은 길에 냄새와 소리가 빽빽하게 채워진다. 잠깐 눈을 감고 냄새를 가늠해 보면 음식 냄새부터 시작해서 비릿한 생선냄새, 화장품이며 목욕용품 파는 노점의 은근한 로션냄새가 밀려든다. 열심히 상품을 설명하느라고 진지한 목소리를 내는 상인의 목소리에 뭘 사달라고 징징대는 아이의 목소리, 흥정하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서로 엉기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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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한문 실력을 쥐어 짜서 대충 찍어 볼까. 나에게 한문은 상형문자, 정말 그림에 가깝지만 말이지. 저 나무 목걸이나 팔찌를 지니면 건강이 좋아지나보다. 피가 맑아지거나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걸까? 자신의 팔에도 주렁주렁 팔찌를 낀 아저씨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여 정말 무슨 효능이라도 있을 것만 같다. 정말로 건강이 좋아지는 효능이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여름날 원피스에 나무 팬던트 목걸이라면 괜찮게 어울릴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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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노점의 판매상 인들이 젊다 못해 어려 보인다. 아이들도 보인다. 우리나라 오일장 같은 곳에는 할머니들이 좌판을 벌이고 음식을 만들어 파는 모습이 보통인데. 여기는 십대로 보일 만큼 어린 사람들이 노점을 하고 있다. 얼굴은 어려 보여도 장사하는 솜씨는 능숙해 보인다. 그리고 장을 보는 사람들도 주부들뿐 아니라 남자들도 많다. 배낭 메고 여기저기 물건을 사들이는 중장년 아저씨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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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은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모인다. 별의 별 상인도 다 모인다.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홈쇼핑을 보고 물건을 사듯 이 일요일 장터에서는 홈쇼핑 쇼호스트 같은 사람들도 보인다. 혼자 사는 사람이면 탐을 낼 것만 같은 주방 도구. 열심히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시연하는 모습이 열의 넘쳐 보인다. 열의 뿐인가. 내일 먹고 살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인지, 표정이 결연하기 까지 하다. 시장의 삶은 정말이지 진지한 "생의 한가운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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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 물건 고르는 사람을 보면 제각각의 숨은 이야기들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조그마한 여자아이의 옷을 고른다. 조카의 옷일까, 손녀의 옷일까. 아주머니의 눈에는 이미 귀여운 리본 달린 옷을 입은 녀석이 애교를 부리며 좋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일지도 모른다. 옷의 디자인은 자못 유치해보이거나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는데, 그 사이의 진지한 아주머니를 보니 그 어느 옷도 촌티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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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가게도 있다. 대형 할인마트의 각 코너를 노점에 줄을 지어 놓은 것처럼 이 일요일 장에는 없는 상점이 없다. 더운 나라인 만큼 부츠나 털 장화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여자의 구두와 샌들, 로퍼 등을 파는 노점이다. 유명 브랜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카피한 신발도 있고, 의외로 세련된 디자인도 가끔 눈에 띈다. 노점을 연 사람들은 급할 것 없이 서로 잡담하기도 하며 오가는 손님을 맞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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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무슨 일이 생겼나 했는데 능글능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말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진지하게 집중하고 있다. 뱀쇼로 사람들을 모으는 노인. 무슨 만병통치약을 파는 걸까.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서 듣고 있다. 애도 어른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깔끔하게 셔츠를 다려 입은 노인을 바라보고 있다. 스피커며 마이크, 입간판까지 은근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노인. 뭘 파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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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핫! 뱀이란다. 뒤에 뱀 사진이 즐비하다. 저 통을 열면 뱀이 나와서 춤이라도 추는 걸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구나! 뱀이 있다는 통을 만지작거리면서 사람들의 발을 붙잡고 화려한 말솜씨를 자랑한다. 입담 좋게 이런저런 말을 하는 노인은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잘 이용하는 베테랑 이 틀림없다. 보여 줄듯 말듯 뚜껑에 손만 대고 있다. 저녁 먹을 장소로 가야 하지만 않았으면 아마 뱀이 나올 때 까지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나 말레이어를 한참동안 다 듣고 기다렸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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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그 곳 - 현지 사람들의 삶을 느껴 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시장으로 가면 된다. 무얼 먹고 입고 쓰는지, 누구와 먹고 입고 쓸 것인지가 장 보는 사람 뒤에 따라 다닌다. 재래시장은 보는 즐거움이 크다.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 삶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말끔하고 번듯한, 현대적인 쇼핑몰보다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게 나는 더 좋다.

     

     

    INFORMATION

     

    조호바루 시장 

    - 조호바루 르네상스 호텔 인근 도로변, 일요일 늦은 5~ 10시 경 영업

      (르네상스 호텔  주소 No.2, Jalan Permas 11, Bandar Baru Permas Jaya)

     

     

    ※ 취재: Get About 트래블웹진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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