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읍 하가리의 소담한 유기농 빵집
바람소리 베이크 하우스
제주의 서쪽 하가리는 사실 특별히 볼 것 없는 제주도 농촌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현무암을 한 줄로 쌓은 밭담과 돌담이 공존하는데 모두 합치면 무려 10㎞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밭담이 예쁘기로 소문난 서쪽 애월읍의 하가리를 찾아보았다.
이곳은 '밭담 올레'라고 불릴만큼 투박하면서도 도타운 제주 섬사람들의 밭담이 펼쳐지고 있었고, 초록색 융단을 깔아놓은듯한 청보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만난 것들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청보리밭 귀퉁이에 발견하게 된 유기농 빵집이 그랬다.
이곳은 밭 한켠의 작은 창고를 개조한 빵집으로, 빵은 모두 프랑스산 유기농 밀가루와 직접 만든 사과발표즙의 천연효모로만 만들며, 우유와 버터 그리고 계란은 일절 넣지 않는다고 한다. 빵집 하면 떠오르는 그 흔한 생크림 케이크도, 단팥빵도 없는 곳이지만 빵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도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빵은 모두 하나에 2천원에서 3천원 정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이다.
나는 따뜻한 녹차 라떼 한잔과 스콘, 그리고 호밀빵을 주문했다. 유기농 통밀에 유기농 호밀까지 넣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빵맛. 한마디로 이 곳의 빵들은 '기본에 충실한 빵'이다. 하나도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처럼 수수하고 편안한 빵이 좋다. 작은 종지그릇에 담아준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식초에 살짝 간만 해서 먹는데도 빵 자체에서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이곳에서는 계절별로 수확하는 제주도의 열매들로 잼을 만들어 파는데, 방부제를 넣지 않았기에 냉장보관을 한다고 해도 한두달 이내에 먹을것을 권한다고 한다. 우리가 찾아간 때에는 직접 딴 오디열매로 만든 오디잼이 놓여있었다.
빵집 건물이 바깥의 풍경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길다란 직사각형으로 길게난 창문 덕분이다. 마치, 파노라마 액자처럼 나 있는 창문 너머로는 청보리밭과 돌담, 그리고 곱게 갈아둔 살찐 흙이 보였다. 저 끝에는 바다의 수평선도 걸려 있다. 바람이 불자, 내 허리춤까지 자라난 청보리들이 제각각 술렁였다.
정말 멋진 빵집이다. 제주도에 올 때마다 찾게 될 것 같다.
INFORMATION
바람소리 빵집
- 주소 :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1044-1번지
- 영업시간 am 11:00~ pm 18:00
- 매월 첫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쉽니다.
겁 많은 여자가 듬직한 남자를 만나 여행하며 사는 삶, 유목민이 되고 싶은 한량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