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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재래시장, 보케리아 시장에 가다

    arena arena 2014.09.06

    카테고리

    , 서유럽

     

    바르셀로나의 재래시장

    보케리아 마켓(Boqueria Market)에 가다

     

     

    바르셀로나에 가기 전까진, 세상의 모든 재래시장이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늘 상상 밖의 것들이 존재하고, 바르셀로나에서 나는 또 한 번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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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요셉 시장(Mercat de Sant Josep)이라고도 불리는 보케리아 시장(Boqueria Market)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인 람블라스 거리(La Rambla)의 한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다. 800여 개의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서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는 이 보케리아 시장은 관광지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 또한 많이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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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탈루냐 광장에서 항구를 향해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걸어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난 골목에서 시장의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언뜻 입구만 보아서는 그 규모를 짐작하기 힘들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 시장이 꽤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초콜릿 진열대이다. 각설탕처럼 생긴 초콜릿들이 색색이 놓여 있고, 그 위로 예쁜 무늬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그 하나하나의 모양이 아기자기할 뿐 아니라 진열해 놓은 솜씨가 예사가 아니라 마주치자마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내가 상상해왔던 재래시장에는 없는 것. 하지만 보케리아 시장에는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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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사각형 진열대 안에 수북이 쌓여 있는 호두나 땅콩, 잣이나 피스타치오의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풍성한 한가위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 맞은편으로 펼쳐진 과일 가게에는 이름도 다 알 수 없는 수많은 과일들이 형형색색의 빛깔을 자랑하고 있다. 사과나 바나나, 포도나 토마토처럼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들도 있지만 파파야나 피타야처럼 낯선 과일들도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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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다양한 과일들을 작은 통 안에 넣어서 파는 모둠 과일이 있는데 큰 것은 3~4유로, 작은 것은 1.5유로 정도밖에 하지 않아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팩을 열어 보면 작은 포크도 들어 있어 즉석에서 입가심으로 먹기에도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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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바다에서 갓 잡아온 듯한 싱싱한 해산물들이 보인다. 커다란 게와 새우가 가판대 한가득 진열되어 있는데도 이상하게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덕분에 바짝 다가가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 크기를 가늠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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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보케리아 시장에는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다양한 야생 조류나 가죽을 벗긴 토끼들이다. 그런 것들에 기겁하지 않고 걸어 다닐 정도가 되면 정육점에 걸려 있는 하몬은 더 이상 징그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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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몬이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1년 동안 말린 햄인데, 이것은 스페인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스페인 여행을 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든 이 하몬을 마주칠 수 있으며, 보케리아 시장에서도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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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로 난 길로 끝까지 들어가 왼쪽으로 돌면 그곳에는 ‘마싯따’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 식품점이 있다. ‘마싯따’라는 세 글자를 보는 순간, 지구 반 바퀴를 날아와 마주치는 한국어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반가운 마음 반, 신기한 마음 반으로 다가가 말을 걸어보니 주인분도 한국인이다. 가격은 그리 싼 편이 아니지만 한국 음식을 테이크아웃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으므로, 이곳에서 그리웠던 한국 음식 맛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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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마싯따’를 뒤로하고 다시 시장 안으로 정처 없이 발길을 돌리다 보면 한쪽에는 덤성덤성 잘리어진 커다란 치즈 덩어리들이 쌓여있고, 또 한쪽에는 하얗고 노란 달걀들이 예쁜 안내판 아래 조로록 줄을 선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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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새파랗고, 새빨갛고, 샛노란 야채와 과일들을 높이 쌓아올려 놓은 진열대이다. 색들의 향연이 어찌나 눈부신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어쩌면 보케리아 시장의 사람들은 수많은 과일과 야채들을 가장 멋진 방법으로 진열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들인지도 모른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며 보케리아 시장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재래시장이 아니라 훌륭한 전시장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옛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이렇게 아름답게 진열된 먹거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그것들을 집어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그리하여 다시 또 이 시장을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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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을 한 바퀴 쭉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보니 시장 입구 한 쪽에는 작은 바가 만들어져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여러 가지 음식에 맥주를 한 잔씩 곁들이며 휴식 시간을 즐기고 있다. 시장 안에는 이렇게 훌륭한 작은 바가 몇 군데나 있어 보케리아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언제든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는 과일들을 바라보며, 달콤하고 향긋한 초콜릿의 냄새를 맡으며 즐기는 식사란 최고급 식당에서의 식사만큼이나 훌륭하리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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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케리아 시장은, 재래시장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나에게 알려준 최초의 시장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즐거운 시장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스페인의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로 가자. 그리고 그 도시의 최대 번화가인 람블라스 거리로 가자. 그 거리의 한 골목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거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보케리아 시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색과 향기로, 그보다 더 달콤하고 황홀할 맛을 기대하게 만드는 보케리아 시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INFORMATION

     

    홈페이지: http://www.boqueria.info/
    주소: La Rambla, 91, 08001 Barcelona, Spain
    전화번호:+349 33 18 25 84
    영업시간: 8 am~8 pm (일요일은 휴무)

     

     

     

    arena

    '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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