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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에 감사할 것. 인도 뉴델리에서 생긴 일

    용사탕 용사탕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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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겨울

    Incredible India. 인크레더블 인디아

     

    인도는 나를 정말 뜨겁게 맞이했다.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했지만, 가방은 미처 경유지인 싱가포르에서 오지 않았다. 인도 비행사에서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입에서는 연신 ‘인크레더블 인디아’ 가 튀어나왔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는 사실 여행을 알리는 입국신고서 뒷면의 환영 메시지였다.

    꼭두새벽에 30분에 걸쳐 안내를 받고 분실 신고서를 작성해야 했고 택시를 탔다. 결국 새벽 한 시에 여행자의 거리 빠하르간지에 도착했다. 새벽 한 시는 남자인 나에게도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다. 어두운 거리에 사람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있었고, 덩치 큰 개들이 도로를 활보했다. 
    겨우 어두운 골목 끝에 위치한 숙소를 발견했고, 여권을 보여주며 방을 잡으니 종업원은 팁을 요구하며 방에서 나가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인도 루피가 없어 싱가포르 달러를 주고 달래어 내보낸다. 기분 좋은 시작이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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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인도를 사랑했다. 류시화를 통해 본 인도는 무척이나 신비롭고 환상적인 일들로 가득 차있을 줄만 알았다.
    군대를 전역하고 꼭 가겠다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인도행 왕복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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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credible India.
    입국신고서를 쓸 때까지만 해도 저 문구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될지 몰랐다.

     

     

    다음 날의 인도 거리에는 물건을 사라는 상인들, ‘뚝뚝’을 외치며 차 열쇠를 내미는 거리의 릭샤들, 먹고 가라는 음식 가게 주인들. 머리가 아파온다. 시간을 보낼 앉아 있을 곳도, 머물러 있을 곳도 없다. 언제 찾을지 모르는 가방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뉴델리에 묶인 것이다. 겨우 뉴델리 역 출구에 앉을 곳을 찾아 쉬고 있었다. 인도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외계인을 본 것처럼 신기하게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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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하르 간지로 가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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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지어서 있는 서민택시 일명, '뚝뚝'
    뚝뚝으로 인해 도시는 무척이나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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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다쳐 혼자서 힘겹게 가는 한 사람.
    그에게서 나는 인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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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던 북인도 여행 베이스캠프 빠하르간지.
    인도에 대한 첫 경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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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웃을 수도 없었기에 즐거울 수도 없었다. 인도 여행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 흐름을 깰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좋은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군 시절에 배웠던 '감사하기'를 냅킨에 하나둘씩 적어내려 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기분이 평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날 감사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튼튼한 몸과 마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2.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는 지금 그토록 원하던 인도여행 중이란 것에 감사한다.
    3. 나를 걱정해주는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4. 배를 곪지 않고 길에서 자지 않을 수 있는 돈이 손안에 있다는 것을 감사한다.
    열 가지가 넘어갔던 것 같지만 적당히 이 정도 선에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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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한다는 것.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집착은 불행과 불만을 낳았지만, 감사하는 일은 현실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결과적으로 그날 저녁, 가방이 공항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다음날 우리는 가방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에 국제 통화비가 고스란히 명세서에 찍혀 나왔지만, 나는 기분 좋은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인도는 우리를 뜨겁게 맞이했다

     

    뉴델리, 올드템플. 

     

     

    용사탕

    도시여행자 도시의 순간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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