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도 유람선 타고 떠나는 역사 속의 섬 여행

 

한반도를 손아귀에 넣겠다는 야욕을 불태우던 일본은 조선 정부를 압박해 인천 앞바다에 위치한 무인도였던 팔미도에 등대를 세웁니다. 그렇게 한국 최초의 근대식 등대팔미도 등대는 1903년 6월 1일 처음으로 불을 밝히게 되고 반 세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한반도를 드나들던 열강들을 위한 이정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1950년 9월 15일. 6.25전쟁 당시 UN군 최고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은 해안이 좁고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작전을 수행하기는 힘든 곳이지만 인민군의 경비가 비교적 덜 삼엄하고 서울과 더 가까운 인천을 통해 기습 공격을 행하기로 합니다. 소위 인천상륙작전입니다. 어두운 밤 시간대로 계획된 작전이었기에 작전 수행을 위해서는 등대의 불빛이 필수적이었고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팔미도 등대입니다.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한국 근대 역사의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에 화려하게 재등장한 팔미도,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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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에 위치한 팔미도는 아직까지도 해군이 주둔하고 있는 군사보호지역입니다. 팔미도 등대가 처음으로 불을 밝힌 날로부터 장장 106년 만인 지난 2009년에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은 섬의 일부에만 다녀갈 수 있고 군사시설의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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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미도로 들어가는 배는 인천 앞바다 연안부두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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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안부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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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안부두 풍경
 
 
 
 
연안부두에 서서
 
팔미도로 가기 위해 우리 가족은 인천의 연안부두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 10분에 출항하는 팔미도 유람선을 타고 역사 속 섬의 아침을 느껴보고 싶었으나 유독 흐린 날씨에 비까지 간간히 흩뿌리는 터라 오전 배는 출항이 취소되었는지 오후 1시 즈음 떠나는 배를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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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깃배가 항구 가득 들어앉은 모습이 신기했는지 아이는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차에서 우산을 꺼내 올까 말까, 팔미도에 도착했을때 비가 많이 내리면 아이 때문에라도 배에서 아예 내리지 말고 있어야하나 어쩌나, 엄마아빠의 고민은 깊어가지만 처음으로 연안부두를 만난 아이의 눈에는 기쁨과 신기함만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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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료시카 조형물이 연안부두를 배경으로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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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미도행 유람선 매표소 건물 앞에도 러시아풍 기둥이
 
 
 
 
인천에서 만나는 러시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인천광장이 있고, 인천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04년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의 함대 바랴그호는 일본 함대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다 인천 앞바다에서 스스로 최후를 맞이합니다. 아직도 팔미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다는 러시아 함대를 기리기 위해 인천시는 매년 추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감사와 우호의 의미를 담아 인천시와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서로의 이름을 딴 광장을 조성했고, 바로 그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 이곳 인천 연안부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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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공연이 진행되기라도하는지, 광장 한켠에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어 팔미도 유람선을 기다리는 동안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놀이기구를 오르락내리락하느라 몹시 바쁜 아이도 물론이거니와 그런 아이를 따라 다니느라 덩달아 바쁠 수 밖에 없는 부모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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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천상륙작전의 주요 격전지였던 팔미도는 올 여름에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배경이 되기도 했었던가 봅니다. 미리 영화를 보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우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 옆에 위치한 현대유람선 매표소로 향했습니다. 매표소는 1층에 있고 예약자는 신분증을 보여 주고 탑승객 명단에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를 적은 후 표를 받으면 됩니다.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날씨 등의 사정에 의해 결항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전화로 출항 시간을 미리 확인한 후 방문할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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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도 유람선
 
연안부두에서 출발해 인천대교를 지나 팔미도까지 우리를 데려다줄 배는 얼굴은 호랑이요 몸은 물고기, 전체적으로는 범고래의 형상을 따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최대 250명을 태울 수 있다는 팔미도 유람선은 독특하다고 해야 할까 이상하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일반적인 배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고 이런 유람선의 등장에 아이는 배에 오르기 전부터 흥분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1층은 입구에서부터 벌써 시끌벅적합니다. 연안부두에서 팔미도까지 한 시간, 그리고 팔미도에서 연안부두까지 되돌아 나오는 한 시간 동안 팔미도 유람선 1층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데 보아하니 공연단보다 탑승객들이 더 신이 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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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미도 유람선 2층. 조용히 바다를 즐기고 싶은 분은 2층에 자리를 잡으세요.
 
후루룩~띵가띵가 노래하고 춤추는 관광버스를 연상케 하는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제법 한산하고 조용합니다. 멀어져 가는 연안부두의 풍경과 가까워 오는 팔미도를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2층에 자리를 잡으시면 좋겠습니다. 2층에는 작게나마 매점도 운영되고 있어 간단한 음료(소주, 맥주도 팔더군요)와 과자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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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도시락을 주문해서 유람선 안에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팔미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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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3층 갑판으로 나가니 이번에는 갈매기가 지천입니다. 매점에서 파는 새우깡을 한 봉지씩 사들고 갑판으로 나선 이들은 과자를 든 손을 하늘 높이 뻗어 갈매기를 유인하고 갈매기는 사람 손에 들린 먹이를 부지런히 낚아챕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듯 신나게 웃음을 터뜨려가며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참 좋아보이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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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미도 유람선을 타고 만나는 인천대교의 모습

 
인천 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인천대교. 늘 이 다리 위로만 지나가보다가 팔미도 유람선을 타고 비로소 그 다리 밑으로 지나가는 진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18.38km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길다는 인천대교는 밑에서 바라보니 더욱 어마어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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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조금만 더 맑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운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저 앞으로 팔미도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옆에 있는 무의도와 함께 자리한 모양새가 마치 한자 팔(八)자와 비슷하다하여 '팔미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 섬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 위치한 덕분에 밀물때에는 두 개의 섬으로, 썰물때에는 두 개의 섬이 육지로 연결되어 한 개의 섬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자연이 선사하는 신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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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선은 팔미도에 방문객들을 부려놓고 선착장에서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팔미도 한바퀴
 
팔미도에 배를 대고 나니 뿌옇기만 하던 하늘이 신기하게도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군사 시설이 있는 곳이기에 일반인들은 이곳에 도착한 시간으로부터 한 시간 안에 다시 이 섬을 떠나야 합니다. 작은 섬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장소와 오랜 세월 민간민의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었기에 간직할 수 있었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제대로 즐기기엔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은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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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미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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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의 빛 기념탑
 
선착장에서 시작해 팔미도 등대가 자리한 언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다 보면 바다쪽으로 천년의 광장이 나타납니다. 이곳에는 팔미도가 지난 100여 년 동안 그래왔듯 앞으로 다가올 천 년 동안에는 우리 앞을 비춰줄 빛이 되어주길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 세운 천년의 빛 기념탑이 있습니다. 이 기념탑은 100개의 강판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숫자는 팔미도 등대의 100년 역사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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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팔미도 등대 관리 직원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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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곳 팔미도에서 등대를 관리하는 해양수산부 직원들의 숙소를 지나면 옛 등대 사무실이 나타납니다. 한때는 해군 교회로도 활용된 적이 있는 역사적 건물이지요. 지금도 배를 타고 거의 한 시간을 이동해야 도착하는 곳인데 과거에 이 섬에 머물며 등대를 지키는 이들의 삶은 어땠을까요? 일제강점기에 팔미도 등대를 지켰던 등대원 가족들의 사진을 보며 먹먹한 감정을 느낀 후 등대가 자리하고 있는 언덕으로 다시금 발길을 재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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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팔미도 등대와 새 팔미도 등대가 함께 하는 풍경.

 
 
 
 
옛 팔미도 등대 그리고 새 팔미도 등대
 
사실, 팔미도에는 등대가 두 개 있습니다. 사진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것이 1903년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이자 인천상륙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옛 팔미도 등대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2003년부터 옛 등대의 뒤를 이어 인천 앞바다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새 팔미도 등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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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등대이자 한국 등대 문화유산 제 1호옛 팔미도 등대는 입구가 굳건히 잠긴 모습으로 조용히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그 어떤 등대보다도 더 치열한 삶을 살았던 팔미도 등대의 과거를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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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시설로 만들어졌다는 새 팔미도 등대 내부는 홍보관, 도서관, 사무실, 전망대 등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치열했던 인천상륙작전의 현장을 영상과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고 등대와 관련된 다양한 책자도 읽어볼 수 있습니다. 팔미도 안에서 허락된 시간이 너무나도 짧아 이 모든 자료들을 수박 겉 핥기식으로만 대충 훑어보고 돌아와야 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맑은 날에는 전망대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팔미도 주변 경관을 즐길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번 방문에서 아무것도 보고 오지 못한 우리 가족은 시야가 탁 트인 날 다시 한 번 팔미도를 찾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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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에서 선착장을 향해 내려오는 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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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였고, 오랜 세월 동안 일부 지역만 군에게 내주었던 섬이기에 팔미도에는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 많습니다. 그 중 일부에는 둘레길을 조성해 팔미도를 찾는 이들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니 등대를 보고 내려오는 길, 바다 내음과 소사 나무향을 한껏 즐기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습니다.
 
 
INFORMATION
 
팔미도 가는 길: 현대마린개발에서 팔미도 유람선을 운행한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인천대교를 지나 팔미도를 왕복하는 팔미도 유람선은 편도에 약 50분이 소요되며 오전 코스(10시 10분 연안부두 출발), 오후 코스(13시 10분 연안부두 출발), 선셋 코스(16시 10분 연안부두 출발)로 나뉘어 운항되지만, 운항 당일 기상이나 조류 등에 따라 출항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전에 전화로 출항 시간을 확인할 것을 추천한다. 1인당 왕복 운임은 성인 22,000원, 중고생 18,000원, 소인(만 2세~13세) 15,000원이며 경로자, 장애인, 국가유공자, 30명 이상 단체는 10% 할인가에 이용 가능하다.
팔미도 유람선 예약
- 전화 예약: 032-885-0001
팔미도 유람선 탑승지까지 가는 길
– 대중교통: 지하철 동인천역 7번 출구 맥도날드 앞에서 12번, 혹은 24번 버스(연안부두 방면) 탑승 후 연안여객터미널/ 라이브쇼핑 앞에서 하차
- 자동차 네비게이션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항동7가 60-1(해양광장 전망대 1층) 혹은 연안파출소/ 지하주차장 이용시에는 인천광역시 중구 항동7가 58-1
 
 
 

상상

책, 여행, 전시, 그림, 공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몽실몽실. 취미생활자, 상상입니다. ☺ http://blog.naver.com/seefahrt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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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수(1) 트랙백수(0)
  1. 유람섬을 타고 가면 금방 도착할 수 있는 팔미도 :) 저도 가족들과 함께 다녀와봐야겠어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