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눈 찾아 떠난 겨울 여행, 순백의 홋카이도

    601김실장 601김실장 2019.02.20

    눈 찾아 떠난 겨울 여행
      순백의 홋카이도  

    눈이 말라버린 올겨울 우리는 눈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설국으로의 초대, 홋카이도...

    을 애는 차가운 바람과 손, 발 시린 영하의 날씨에도 우리가 겨울을 기다렸던 이유는 바로 순백색의 눈 때문이었다. 겨울 레포츠도 워낙 좋아할 뿐만 아니라 가끔씩 중무장을 하고 설경을 배경으로 오르는 겨울 산행도 즐긴다. 그런 우리 가족에게 올겨울은 너무나도 잔인한 겨울로 남았다. 대체 올겨울 내릴 눈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건지... 그래서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설국으로 소문난 홋카이도로 떠났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홋카이도001_93141556.jpg


    홋카이도 여행의 시작과 끝, 삿포로


    홋카이도002_16888547.jpg

    우선 이번 눈 찾아 떠난 홋카이도 여행은 삿포로에서부터 써 내려간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3시간 남짓이면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이지만 홋카이도는 일본 열도 맨 북쪽에 위치한 섬이기 때문에 제법 비행시간이 길다. 우리나라 면적의 약 70%나 되는 작지 않은 섬으로 계절마다 역사 깊은 각종 축제들이 있어 늘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홋카이도003_75898787.jpg

    신치토세 공항에서 삿포로 시내로의 이동은 주로 버스 와 JR 노선 지하철을 많이 이용한다. 창밖을 구경하며 여행을 하기에는 버스도 좋겠지만 난 지하철을 선호하는 편이다. 비교적 정확한 시간에 맞춰 일정을 잡을 수 있고 무엇보다 홋카이도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더욱 그 장점이 발휘된다. 일본의 지하철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50분이면 삿포로역에 도착할 수 있다.  

    홋카이도004_36171175.jpg

    삿포로는 홋카이도 제1의 도시이자, 일본에서는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해마다 2월이 되면 '유키마츠리(눈 축제)'가 열려 진정한 겨울 여행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이맘때는 항공료는 물론이며 인근 숙박시설 또한 금액이 많이 오르고 예약 또한 잡기가 어렵다. 축제가 열리기 바로 일주일 전에 방문했던 삿포로도 수많은 인파에 어디를 가든 쉽지 않은 관람을 해야 했었다. 축제의 장으로 뛰어들고 싶다면 어느 정도 각오는 해야 하겠다. 그럼 삿포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 코스부터 돌아보도록 하자.


    삿포로 텔레비전 타워 / Sapporo TV Tower
    삿포로시 주오구 오도리니시 1초메

    홋카이도005_89067508.jpg

    삿포로 시내 관광은 크게 세 곳으로 나누어 여행 계획을 세워 볼 만하다. 우선 지하철을 이용해 처음 삿포로에 발을 내디뎠던 JR 삿포로역 주변,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삿포로 TV 타워, 마지막으로 음주 가무를 즐길 수 있는 스스키노 지역이다. TV 타워를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여행 도중 방향을 잃었을 때도 늘 그 기준점이 되어 주는 곳이다. 삿포로에는 그리 높은 건물들이 많지 않으므로 어디서든 쉽게 이곳 TV 타워를 볼 수 있다

     

    홋카이도006_84996235.jpg

    147미터에 달하는 이 철골 탑 90미터 높이에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3층 승강장에서 티켓을 구매한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조금은 미완성인 듯 보이는 철골 구조물을 빠르게 오르며 삿포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흰 눈으로 덮인 도시의 설경이 그동안 목말라 있던 겨울 설경에 대한 갈증을 조금은 해소시켜 주던 순간이다.

    홋카이도007_15644660.jpg

    삿포로는 철저한 계획도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듯이 모든 길은 동과 서, 남과 북으로 반듯하고 곧게 뻗어 있다. 이렇게 반듯 한 네모 모양의 도시 형태를 띠고 있으니 초행길인 여행자도 쉽게 어디든 찾아갈 수 있다. 타워 전망대는 360도로 관람이 가능한 곳이다. 타워의 정 중앙인 오도리 공원 방향을 내려다보면 삿포로 시내가 좀 더 명확하게 머릿속에 그려지게 된다.

    홋카이도008_47931609.jpg

    전망대 정 중앙에서 바라본 오도리 공원의 모습이다. 곧게 뻗은 두 길가 중앙에 위치한 네모 반듯한 이 조각들이 모두 오도리 공원이다. 길이가 무려 1.5킬로미터에 달하고 폭 105m인 이 그린벨트 지역이 삿포로 시가지 중심을 동서로 가로지른다. 삿포로 관광의 핵심이 되는 곳이 바로 이 오도리 공원이 되겠다. 5월에는 라일락 축제, 6월에는 소란 축제, 7월 꽃 페스타, 11월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그리고 세계 3대 축제에 꼽히는 2월 삿포로 눈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 시간: 09:00~22:00
    요금: 어른/720엔, 고등학생/600엔, 중학생/400엔, 초등학생/300엔
    주소: 삿포로시 주오구 오도리니시 1초메

    홋카이도 구 본 청사 / Hokkaido Government Office
    6 Chome 기타 3 조니시 주오 구 삿포로 시 홋카이도 060-8588 일본

    홋카이도009_22223415.jpg

    '아카렌가(빨간 벽돌)'라고 불리는 홋카이도 구 본 청사 건물이다. 250만 개의 적벽돌을 쌓아올려 지은 덕분에 오랫동안 삿포로의 특색 있는 건물로 남아 있다. 1888년에 건설되어 약 80년간 홋카이도의 행정을 보던 곳으로 현재는 신청사로 이전을 하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곳이다. 멋스러운 외관과 함께 내부에는 홋카이도 개척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역사 박물관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돌아 볼 만하다.

    홋카이도010_96572980.jpg

    빨간 벽돌의 구 청사 주변에는 연못과 정원도 잘 꾸며져 있어서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다만 지금처럼 눈이 많이 내린 겨울철에는 곳곳에 쌓아 놓은 많은 양의 눈 때문에 공원 관람은 큰 의미는 없겠다. 다만 눈 축제의 재료로 쓰기 위해 곳곳에 쌓아 놓은 눈 더미들이 오히려 인상적이다. 간혹 아이들이 이 눈 더미 위를 올라 다치는 경우가 있는지 '오르지 마시오'라는 안내 문구가 곳곳에 쓰여 있다.
     
    시간: 08:45~18:00
    요금: 무료
    주소: 6 Chome 기타 3 조니시 주오 구 삿포로 시 홋카이도 060-8588 일본

    삿포로 맥주 박물관 / Sapporo Beer Museum  
    9 Chome-1-1 Kita 7 Johigashi, Sapporo, Hokkaido 065-8633 일본

    홋카이도011_97051329.jpg

    여행을 다녀온 지금도 나는 삿포로 하면 두 가지가 연상된다. 하나는 일식집이고 다른 하나는 맥주다. 그만큼 저 빨간색의 별은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있다. 홋카이도 여행이 처음이라면 이곳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필수 코스라 할 수 있겠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JR 역 주변 관광지로 역에서 도보로 20분, 택시로 10분 이내에 도착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뽀득 거리는 눈길을 걸으며 겨울 정취를 만끽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홋카이도012_34403956.jpg

    이곳은 원래 1890년에 삿포로 제당 회사 공장으로 완공되어 활용되다가 1905년부터 맥주공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구 청사와 함께 메이지 시대의 모습이 남아 있는 건물로 홋카이도 건축 유산 중 하나로 지정되기도 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순백색의 눈 위에 고풍스럽게 그 자태를 뽐내는 이 건축물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특히나 조명이 켜진 밤 시간대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홋카이도014_80873432.jpg

    내부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과거에 실제로 맥주 제조에 사용되었던 대형 가마가 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가마 주변 회전형 슬로프를 따라 아래층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곳이야말로 리얼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인테리어다. 아래층 전시실에는 맥주의 역사와 원료 그리고 제조 공정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설명해 놓았다. 과거 광고 포스터부터 맥주병의 스타일까지 시대별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이 전시 공간의 맨 마지막은 맥주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테이스팅 라운지가 있는데 삿포로 맥주를 종류별로 시음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시간09:00~18:00
    요금: 무료
    주소: 9 Chome-1-1 Kita 7 Johigashi, Sapporo, Hokkaido 065-8633 일본

    스스키노 거리 / Susukino Street 
    일본 〒064-0804 北海道札幌市中央区南4条西4−1/ 3943+58 삿포로 시 일본 홋카이도

    홋카이도015_48818197.jpg

    낮보다는 밤에 꼭 가봐야 할 삿포로의 명소. 바로 스스키노 거리다. 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초, 후쿠오카의 나카쓰와 함께 일본의 3대 환락가로 꼽히는 곳이 바로 홋카이도의 스스키노 거리 되겠다. 밤이 되면 약 5,000여 개의 주점과 식당, 각양각색의 상점들이 비로소 제모습을 찾는다. 각종 여행책자나 블로그에 소개되어 나오는 맛 집들이 주로 이 스스키노 거리 주변에 모여 있다.

    홋카이도016_87073133.jpg


    스스키노 거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니카[NIKKA] 상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오사카 도톤보리에 글리코상이 있다면 삿포로에는 니카 상이 있다. 일찍이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이 만든 니카 양주는 홋카이도의 명물이다. 돈키호테 몰 또는 빅카메라 등 주류 판매점에서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양주로 술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지는 않지만 저렴한 가격에 가성비 좋은 위스키를 맛볼 수 있었다.

    홋카이도017_83902782.jpg

    삿포로에 오게 되면 꼭 먹어 봐야 한다는 음식이 몇 가지 있다. 그 첫 번째는 털 게 요리이고 그 두 번째는 칭기즈칸이라는 어린 양고기 요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미소라멘이 그것인데 나는 특정 음식점을 꼽고 싶은 생각은 없다. 스스키노 거리 인근이 모두 이런저런 요리들의 거리이고 맛 집이라고 소개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홋카이도018_99165115.jpg

    맛집 소개를 받고 찾아가는 곳마다 대기시간은 30분 이상이며, 결국 많은 시간을 투자해 이리저리 찾아다니다 시간만 허비하게 되는 일이 많다. 오히려 숙소 근처나 일정에 맞춰 이동하다가 현지인들이 조금 많이 몰려 있는 음식점을 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삿포로에 머무른 5일 동안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었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맥주는 꼭 삿포로 클래식 파란 띠를 선택하도록 하자!

    시간낮보다는 밤을 추천
    요금: 무료
    주소: 〒064-0804 北海道札幌市中央区南4条西4−1/ 3943+58 삿포로 시 홋카이도

     


    홋카이도 겨울여행의 핵심! 후라노, 비에이


    홋카이도019_88503096.jpg

    자, 그럼 홋카이도로 눈을 찾아 떠나온 여행의 본 목적지라 할 수 있는 후라노와 비에이로 가보도록 한다. 간단히 비교하자면 삿포로가 한국의 서울이었다면 후라노와 비에이는 강원도 평창과 설악산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홋카이도 전 지역이 겨울철 눈이 워낙 많이 오는 지역이어서 어디를 가든 하얀 눈과 함께 겨울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지만 진정한 설국으로의 여행은 바로 이곳 후라노와 비에이에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홋카이도020_78446614.jpg

    겨울철 후라노와 비에이를 여행하려면 작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삿포로에서 3시간가량 떨어진 위치에 있는 이곳을 가기 위한 교통 편에 대한 고민이 그것인데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자유여행의 꽃인 렌터카를 이용한 방법. 비용적인 면이나 자유롭게 원하는 스타일로 관광을 할 수 있어 어디서나 선호하는 이동 수단이지만 이곳은 바로 설국, 홋카이도다.

    예측 불가한 눈 폭탄과 강풍 등으로 한 치 앞 길도 잘 안 보일 때가 많으며 초행길 눈길 운전으로 사고가 빈번한 곳이기도 하다. 간혹 우리나라의 한계령이나 미시령처럼 폭설 시 승용차의 통행을 금지하는 일도 간혹 있다고 한다. 큰맘 먹고 떠나온 여행에 목적지는커녕 눈길에서 발만 동동 구를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홋카이도021_76620063.jpg

    두 번째로 기차를 이용해 비에이역까지 가서 택시를 이용하는 택시투어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낭만적인 기차 여행과 함께 좀 더 여유롭게 비에이와 후라노를 돌아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비용적인 면에서 녹록지가 않다. 왕복 기차요금도 비싼 편인데다가 택시를 이용한 투어 요금도 별도로 정해져 있으므로 함께 여행하는 동반자의 인원수를 체크해 어떤 방법이 합당한지 따져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내가 선택했던 버스투어다. 버스투어는 일단 비용적인 면에서는 가장 저렴하다. 하지만 예상하는 바와 같이 단체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과 빡빡하게 짜여있는 스케줄로 인해 여유로운 감성 투어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눈길 안전사고와 갑작스러운 눈 폭탄으로부터 변수 없이 여행하기에는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이라면 가장 마음 편한 여행길이 되니라 본다.


    흰 수염 폭포
    일본 〒071-0235 Hokkaido, Kamikawa District, Biei, 字白金

    홋카이도022_88871212.jpg

    조금 이른 아침 삿포로에서 비에이와 후라노로 향하는 투어 버스에 올랐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아침이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버스는 진정한 설국으로 출발했고 이내 시내를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는 고슬고슬한 눈 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올겨울 자주 볼 수 없었던 눈이기에 그 설렘은 더 컸던 것 같다. 낭만적인 감동도 잠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첫 번째 도착했던 휴게소의 모습은 사진과 같았다. 잠시 버스에서 내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이내 몰골은 말이 아니게 되었다.

    홋카이도024_54759802.jpg

    '이런 눈 폭탄 속에 어디를 갈 수는 있는 걸까?'라는 고민도 잠시, 눈은 그치고 일사불란하게 제설차가 동원되었고 익숙한 듯 눈길을 해치며 버스는 첫 번째 목적지인 '흰 수염 폭포'에 도착했다. 시로가네 온천 근처의 시로히게 폭포는 우리에게 '흰 수염 폭포'로 더 유명하다. 흘러내리는 온천수의 물줄기가 마치 수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따뜻한 온천수인 덕분에 영하의 날씨인 겨울철에도 늘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홋카이도025_71108711.jpg
     
    다리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흰 수염 폭포다. 가만히 흐르는 폭포와 계곡물을 바라보고 있자면 물의 색상이 약간 파란빛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의 물은 이 주변 또 하나의 유명 관광지인 파란 연못 아오이 이케와 함께 에메랄드빛 물이 흐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물은 시로가네 온천에서 솟아나는 수산화알루미늄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물이 파랗게 보인다고 한다. 참으로 신기한 자연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관람시간07:00~16:00(겨울철 비에이의 해는 짧다)
    이용요금: 무료
    주소: 일본 〒071-0235 Hokkaido, Kamikawa District, Biei, 字白金

    비에이를 살린 나무들
    Bibaushi, Biei, Kamikawa District, Hokkaido 071-0471 일본

    어쩌면 나는 이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이곳 비에이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소복이 쌓은 눈이 마치 하얀 융탄자 같았고 그 위에 오롯이 홀로 서있는 나무 한 그루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좀 더 파란 하늘이길 바랬지만 오전 내내 흐린 하늘에 쏟아지던 눈 폭탄을 상상하면 그나마도 행운이다.

    홋카이도001_20848365.jpg

    나에게 행운을 선사해준 이 나무의 이름은 '크리스마스트리 나무'다. 크리스마스트리와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트리와 나무. 같은 고유명사를 두 번 반복해야만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곳 비에이에는 이 지역을 살려낸 여러 유명한 나무들이 공생하고 있다.

    홋카이도026_65853112.jpg

    영화의 배경지였다거나, 유명한 모델이 나오는 CF 촬영지였다거나, 혹은 이 지역이 배출해 낸 '마에다 신조' 같은 사진가들에 의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나무들이 참 많은 곳이다. 철학의 나무, 세븐스타의 나무, 마일드세븐의 언덕, 켄과 메리의 나무 등등. 이 나무들이 겨울철 비에이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개성 있는 이 나무들로 인해 홋카이도의 설경은 비에이에서 그 절정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홋카이도027_20991928.jpg

    여행 시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설경이 아름답다고 하여 아무 곳이나 무단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유명한 나무들이 살고 있는 거의 모든 대지들이 개인 사유지인 곳이 많고 농사를 짓는 땅이어서 외지인의 출입을 꺼려 하는 곳이 많다. 갈수록 많아지는 무분별한 관광객으로 인해 일부 나무는 땅 주인에 의해 베어지기도 했다고 하니 각별히 매너 있는 여행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관람시간07:00~16:00(겨울철 비에이의 해는 짧다)
    이용요금: 무료
    주소Bibaushi, Biei, Kamikawa District, Hokkaido 071-0471 일본

    탁신관
    Takushin, Biei, Kamikawa District, Hokkaido 071-0474 일본

    홋카이도028_40488051.jpg

    이곳은 앞서 이야기했던 비에이의 대표 사진가인 '마에다 신조'의 사진 갤러리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의 작품들과 취미로 수집하던 카메라 등을 전시해놓은 곳으로 그의 아들인 마에다 아키라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은 비에이 여행에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로 갤러리 내부 관람도 목적이 있지만 그 주변 자작나무 숲의 겨울 모습이 더욱 인상적인 곳이다. 어쩌면 인제 자작나무 숲과 매우 흡사하지만 내린 눈의 양은 그 스케일이 역시 남다른 곳.

    홋카이도029_90180745.jpg

    마에다 신조는 사실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취미생활로 소소하게 사진 생활을 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사진의 길로 들어섰던 건 사십 대가 넘어서 였다고. 그리고 마흔여덟 살이 되던 해에 일본 종단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는데 그 여행길에서 바로 후라노와 비에이의 신비한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곳이 바로 청의 호수와 비에이의 명물이 돼버린 설경 위의 나무들 이였다고 한다. 비에이는 그에게는 인생을 바꿔 놓은 지역인 샘이다.

    관람시간09:00~17:00(겨울철 부정기 휴관 많음)
    이용요금: 무료
    주소Takushin, Biei, Kamikawa District, Hokkaido 071-0474 일본

    닝구르테라스
    Nakagoryo, Furano, Hokkaido 076-0016 일본

    홋카이도030_59912337.jpg

    겨울철 홋카이도의 해는 정말 짧다. 오후 4시 정도가 되면 이미 하얀 설원 뒤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숲속 요정 마을이라 불리는 닝구르테라스에 하나 둘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이곳 닝구르테라스는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에서 운영하는 숲속 상점들의 이름이다. 스키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호텔로 사실 이곳에서만 2박 3일 정도를 머물러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한 추천 여행지다.

    홋카이도031_40976294.jpg

    이곳이 유명세를 치르게 된 배경에는 구라모토소의 저서 '닝구르'에 등장하는 숲속 요정이 한몫을 했다.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홋카이도 숲에 살고 있는 숲속 요정 닝구르와 여심을 저격한 작고 톡톡 튀는 수공예품이 만나 낭만적인 겨울 속 여행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눈 내린 하얀 숲길 그리고 그 위에 통나무로 지은 열다섯 채의 요정 마을에 노란빛을 내는 필라멘트 전구에 불이 켜질 때면 비로소 닝구르테라스 최고의 매직 아워가 펼쳐진다.

    홋카이도032_79675490.jpg

    관람시간12:00~20:45(7~8월은 10시부터)
    이용요금: 무료
    주소Nakagoryo, Furano, Hokkaido 076-0016 일본

     


    EPILOGUE...

    눈을 찾아 떠나온 홋카이도 겨울여행은 순백색의 기억으로 남았다. 
    사실 홋카이도 여행의 또다른 색감을 품은 이야기들은 아직 다 꺼내지도 못했다.
    눈 가뭄에 다녀온 홋카이도 겨울여행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였지만...

    지금 사무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그것도 아주 펑펑...


    우리의 여행은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 그곳을 재발견할 때 끝난다.
    T.S 엘리엇

    601김실장

    공간디자이너 겸 여행사진가! 겟어바웃으로 인해 이제는 본업 보다도 프리랜서 여행사진가라는 타이틀이 익숙해진 지구별 여행자. instagram.com/601kim

    같이 보기 좋은 글

    홋카이도의 인기글

    601김실장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