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페루 여행,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고산병

    욱진 욱진 2019.03.22

    페루 여행,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고산병 


    천에서 페루 수도 리마까지 멕시코를 경유하여 대기시간까지 합치면 20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리마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을 날아 도착한 도시, 바로 쿠스코다. 쿠스코는 페루 유명 관광지 마추픽추라던가 오얀따이땀보, 비니쿤카를 가려면 필수로 들려야 하는 도시로 페루 여행의 관문과 같은 곳이다.

    a17_31651715.jpg

    비행기에서 내려 걸어 나오는데 여행을 잘 하라고 응원하는 것인지 아주 맑았던 하늘, 하지만 숨쉬기가 편치 않았다. 쿠스코 도시 자체가 해발 3,400m였기 때문이다.

    a16_99267125.jpg

    쿠스코 공항에서 짐 찾는 곳으로 나오면 이렇게 코카 잎이 준비되어 있다. 코카 잎은 우리가 아는 마약 코카인의 주원료가 되는 식물로 마약 성분은 없지만 잎 자체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심장 박동 수를 높이고 신경을 흥분하게 만드는 효능이 있다. 예로부터 고산지대에 살던 고대 남미인들이 이 코카를 씹어 심장 박동 수나 호흡 속도를 조절하는 용도로 이용했다고 한다. 나도 궁금함에 하나 집어 씹어 봤는데 어찌나 쓰던지 가루약을 생으로 먹는 맛이었다.

    a15_27314759.jpg

    a14_89253293.jpg

    아침 비행기로 쿠스코에 도착해 바로 관광을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잉카제국 제2의 도시였던 고대 유적지, 오얀따이땀보였다. 해발 3,400m 쿠스코보다 고도가 낮은 2,800m 이기 때문에 한결 숨쉬기가 편했다. 이곳은 고대 잉카인 유적지가 옛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그래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a13_14185312.jpg

    오얀따이땀보는 입구의 매표소를 기점으로 그전까지 수많은 상점과 호텔 그리고 북적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곳의 해발이 낮기 때문에 숙소를 여기서 잡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상점도 많아 다양한 생필품 구매는 물론 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다.

     

    고산병 제대로 걸리다.

    그림자 같은 고산병은 여기 오얀따이땀보에서다시 시작됐다. 오얀따이땀보 유적지 자체가 계단을 걸어 올라가며 구경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몇 걸음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숨이 심하게 차고 머리가 띵한 게 너무 어지러운 거다. 알고 봤더니 고산병 증상의 시작이었다. 

    a9_93280580.jpg

    현지 가이드는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미리 고산병 약을 먹어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나는 무슨 깡으로 버틴 건지 아무런 약도 먹지 않았고 피로 누적 때문인지 고산병이 더 빨리 온 듯했다. 결국 증상이 너무 심해질 게 우려돼 오얀따이땀보 정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아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a11_82911285.jpg
     

     고산병 안고 강행한 비니쿤카

    마추픽추는 해발 2,400m로 다른 유적지와 다르게 해발이 낮다. 그래서 고산병 증상이 거의 나았었는데 다시 쿠스코로 돌아갔을 땐 고산병 증상이 심해져서 페루 여행하는 내내 오후 8시, 9시에 잤던 기억밖에 없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고 일어났는데도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고 피곤해서 밥맛도 없고 하루하루가 힘들었는데 이런 상황에 마지막 일정인 쿠스코 비니쿤카(무지개 산)이 남아 있었다. 


    a5_70640133.jpg

    비니쿤카는 해발 3,400m 쿠스코에서 무려 1,600m나 더 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전날, 페루 현지 가이드의 면담을 통해서 가도 되겠다는 확인을 받고 출발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고산병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지만, 이미 증상이 나타난 순간부터는 별 소용이 없었다.

    a6_21915391.jpg

    쿠스코에서 비니쿤카 까지는 차로만 해도 3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 게다가 중간중간 비포장도로는 날 더 힘들게 했다. 고도는 높아지고 머리는 계속 아파오고 흔들리는 차 속에서 마치 천국인 듯 펼쳐지는 멋진 풍경은 이 상황이 아이러니 하게 느껴지게끔 했다. '몸이 좀만 덜 아팠더라면 이 멋진 풍경을 더 이쁘게 담아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결론적으로 난 사진 촬영할 힘이 없었다. 차 안에서 3시간 동안 거의 반 기절해 있었다.

    a4_28684746.jpg

    a3_72724946.jpg

    그렇게 도착한 비니쿤카 주차장에서 말을 타고 또 1시간 비니쿤카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이때는 산소도 부족하고 거의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말을 탔는데 옆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 썼던 것 같다. 살고자 하는 마음이 고산병을 이긴 순간이랄까?

    a2_26520240.jpg

    1시간가량 말을 타고 올라가면 산 중턱 정도에 다다른다.  말이 정상까지 올라가진 못하기 때문에 정상까지의 여정은 오롯이 걸어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가 최고로 힘든 구간이었다. 고산병이 없어도 몇 걸음 걷다가 멈추고 쉬엄쉬엄 올라가야 하는 곳인데 더군다나 고산병이 있는 상태라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아픔과 가빠지는 호흡, 그리고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 등 몇 가지 증상이 겹치며 도저히 움직이기 힘들게 만든다. 

    ​​​a1_89339789.jpg

    하지만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하는 심정으로 이 악물고 올라갔던 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정상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환상적인 모습으로 날 환영했다.

    고산병, 대처는 어떻게?

    고산병은 낮은 지대에서 고도가 높은 해발 2,000~3,000m 이상의 고지대로 이동하였을 때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나타나는 신체의 급성 반응이다. 사람에 따라 높은 고도에 잘 적응하면 별 반응이 없기도 하지만, 나처럼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두통, 구토 증상, 어지럼증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난다면 약을 먹음으로써 해결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미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약의 효과가 잘 듣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쿠스코를 여행한다면 공항에 내리기 전에 비행기 안에서 미리 고산병 약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지 못했을 경우에는 고도가 낮은 도시로 가는 게 고산병 완화에 도움 된다.

     

    고산병 약 종류

    라라올라 10ml, 바소레드액 20ml: 인천공항 약국에서 판매하는 고산병약.

     

    4_(2)_79980552.jpg

    고산병 증상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먹은 약이다. 왼쪽부터 라라올라 10ml, 바소레드액 20ml 순인데 고산병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 고산병 증상이 심할 때 먹어서 그런지 별다른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인천공항 출국 전에 구매할 수 있는 약으로 1병에 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아세타졸손발이 저린 부작용이 있지만 효과는 좋은 약

    7_(2)_63118071.jpg

    아세타졸도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약으로 의사가 처방전에 손발이 저린 부작용이 있다고 미리 안내하는 약이기도 하다. 실제로 약을 먹었을 때 손발이 저린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하는 약. 약효는 좋다고 한다.

     

    소로치 필 SOROJCHI PILLS페루 현지에서 쉽게 대중적으로 먹는 고산병 약

    9_(1)_25791296.jpg

    페루 현지에서 사는 한국인 가이드가 쿠스코 공항 내리기 전에 먹었던 약이 바로 이 소로치필이다. 페루에서 가장 대중적이며 약효가 좋다고 하는 약으로 싼 가격에 페루 현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이다. 한 알만 먹어도 고산병 예방 효과가 있으나 이미 고산병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별 다른 효과를 못 누릴 수 있다.

    팔팔정과 비아그라: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는 값비싼 약

    10_15792050.jpg

    나는 한국에서 고산병 약으로 비아그라 혹은 팔팔정을 처방받아 구매해 가려 했다. 흔히 발기부전 치료제로도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고산병 및 심장병 약으로 쓰였던 약이다. 고산병에 효과는 정말 좋지만 약이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비아그라 같은 경우 1알에 무려 15,000원.

     

    휴대용 산소 탱크: 일시적으로 고산병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산소

    각종 고산병 약을 먹고 코로는 산소탱크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페루 쿠스코 현지에서는 호텔에서는 산소탱크를 갖춰야 하는 게 법적으로 정해져 있고, 가이드 차량 안에도 휴대용 산소 탱크를 갖춰야 하는게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니쿤카에 올라갈 때는 가볍게 손으로 들고 갈 수 있는 산소탱크를 가져 올라갔다. 산소를 마시면 그 순간은 어지럼증이 덜하고 정신이 차려지지만 산소를 마시는 그때뿐이다. 조금만 지나면 고산병 증상이 그대로 다시 나타난다.

     

     고산병 안 걸리려면 어떻게?

    충분한 휴식과 체력 관리가 필수다. 이번 페루 여행 일정이 강행군이긴 했다. 장시간 비행과 더불어 대부분 투어하기 전날 제대로 잠을 못 자서 피곤이 누적된 상태였고 그래서 고산병 증상이 빨리 오지 않았나 싶다. 만약 고산병을 피하고 싶다면 페루 쿠스코 도착하기 전부터 충분한 휴식과 몸 관리는 필수로 하는 게 좋다. 그리고 체력에 고산병이 영향이 있기 때문에 페루 여행 하기 한 달 전에는 꾸준히 운동해서 체력을 키운뒤 여행하는 걸 추천한다.

    고산병_고산병_약_고산병_증상_페루_여행중에_겪은_고산병_생생리뷰_(6)_30707275.jpg

    욱진

    여행을 좋아하며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 여행 크리에이터이자 인물스냅작가로 활동하는 최욱진입니다.

    같이 보기 좋은 글

    기타의 인기글

    욱진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