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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대자연이 할리우드에 미치는 영향 ③

    발없는새 발없는새 2011.04.16

    카테고리

    미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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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라스베가스에서 유타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보며 느꼈던, '미국의 대자연이 할리우드에 미치는 영향'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스스로는 확신에 가까운 사견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은 과연 얼마나 공감하시려나 모르겠네요. 이 글이 신빙성이나 설득력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잠시나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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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과 핵폭탄 실험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대자연이 안겨주는 위압감은 상당합니다. 그 자체가 이미 방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경이로운 규모다 보니, 그 앞에 서면 마치 미지의 세계와 맞닥뜨린 기분이 듭니다. '미지'나 '오지'라고 하면 떠올리는 아프리카와 남미의 밀림처럼 미국의 사막과 캐년도 오묘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를테면 <콘택트>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산다는 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 를 그대로 인용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우주를 대하는 인간의 심경처럼 신비함만큼이나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영화에서 종종 엿보입니다. 인간이 미처 파헤치지 못한 공간에 어떤 것이 존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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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넓은 대자연 속에는 고대의 생물이 여전히 실존하고 있을 가능성도 전혀 없진 않습니다. 실제로 간혹 뉴스에서 멸종된 줄로만 알았던 생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하죠. 160만 년 전에 멸종됐다는 메갈로돈이 여전히 인간이 닿지 못한 심해에 살고 있다는 주장도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그처럼 미국의 사막과 캐년 지대에도 어떤 생물이 있을지는 누구도 쉽사리 확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명체가 정말 어딘가에 서식한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이 인간에게 해로운 것일지 아닐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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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만 해도 'E.T.'처럼 인간친화적인 존재가 있고,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처럼 적대적인 그것도 있습니다. 다만 주로 후자에 가깝게 그려지는 외계의 생명체가 좀 더 많았던 것 같긴 합니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스스로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서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앞서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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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ephile & Traveller

     

     

     

    #1. 불가사리 (Tremors, 1990)

     

    <불가사리>는 네바다 사막에 위치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지진활동이 감지된 이후로 소가 사라지거나 사람이 죽는 등의 기이한 일이 발생합니다. 몇 명 되지 않는 주민들은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곧이어 앞선 사태가 지하에 살고 있는 괴물에 의해 빚어진 것임을 알게 됩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이 괴물의 정체를 알 리가 만무한 주민들. 그러나 전화선마저 끊어진 마당이라 도움을 청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자 스스로 괴물을 퇴치하고자 나섭니다.

     

    네바다의 사막을 무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영화 중 하나입니다. 직접 네바다를 여행해보니 이 설정이 꽤 설득력을 가지더란 말이죠. <불가사리>는 미국 개봉 당시에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비디오 출시 이후에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것을 노리고 4편까지 이어진 속편은 모두 비디오용 영화로 제작됐습니다. 1990년에 개봉한 1편은 현재 연기파 배우로 굳건히 자리한 케빈 베이컨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밖에 <피스트>와 <황혼에서 새벽까지>도 느닷없이 나타난 괴물체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야 워낙 유명하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피스트>의 경우는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적은 없지만 크리스타 앨런이 출연한 영화라 일부러 찾아서 봤던 기억이 나는군요. 부디 크리스타 앨런이 누구인지, <피스트>를 제외하면 어떤 영화에 출연했는지는 묻지 마시고 찾아보지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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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한 자연에서는 비단 괴물체만이 아니라 인간 또한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외계인과 괴물체의 종류가 다양하듯이 그곳에 어떤 인간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무시할 수 없겠죠. 일반적인 문명의 도시에도 버젓이 연쇄 살인범이 존재하고, 연쇄 살인범의 상당수는 누군가의 평범한 이웃으로 지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인적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곳에서의 그들은 어떨까요? 구태여 위장할 필요 없이 본인의 악마성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들에게 있어 드넓은 대자연은 악마의 놀이터쯤이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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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트 샤말란의 <빌리지>와 대니 보일의 <비치>에서는 일단의 무리가 한적한 대자연에 마을을 건설했습니다. 이들은 번잡한 도시와 속세에 찌든 인간을 피해 스스로를 격리하고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꿨습니다. 용케 이런 천상의 공간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반대로 인간을 제물로 삼는 악당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빌리지>와 <비치>의 그들도 처음의 순수한 의도가 변질되면서 종국에는 타락한 꼴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유토피아의 어원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임을 감안하면, 애당초 그 마을은 존립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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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토피아가 실존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겨진 것은 인간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존재입니다. 대자연에서 길을 잃고 헤맨 끝에 당도한 곳이 지상낙원일 확률보다는 지옥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죠. 영화에서 보여지는 이 지옥에서 등장인물들은 대개 하데스나 페르세포네 혹은 케르베로스 대신에 동족인 인간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괴물을 만나든 사람을 만나든 모두 상상력의 산물이긴 하지만, 가상이 아닌 현실의 개체가 대상이라면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극대화됩니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정말 외계인이나 괴물을 만날 확률보단 인간을 만날 확률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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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우스 오브 왁스 (House of Wax, 2005)

     

    왁스, 즉 밀랍이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십중팔구 마담 투소로 잘 알려진 밀랍인형 박물관일 겁니다. 암스테르담, 방콕, 라스베가스 등에 있는 마담 투소에 가면 각종 유명인사를 쏙 빼닮은 밀랍인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진짜 그 사람을 만났다고 하면서 보여줘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정도로 정교한 인형들이죠. <하우스 오브 왁스>는 이 인형들이 그토록 리얼하게 보이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말합니다.

     

    주인공 일행들은 여행을 하던 중에 외진 곳에 자리한 마을에 당도하게 됩니다. 차가 고장난 터라 수리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마을을 둘러보면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립니다. 분명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느껴지지만 정작 직접 만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죠. 나머지는 죄다 '밀랍인형의 집'에 있는 인형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불길한 마을의 끔찍한 비밀이 밝혀집니다. 알고 보니 이곳의 밀랍인형은 모두 살아있는 사람을 잡아다가 피부에 밀랍을 부어 만든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들도 머지않아 똑같은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힐튼 가문의 문제아인 패리스 힐튼이 출연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패리스 힐튼은 비교적 초반부에 일찍 죽습니다.

     

    <베이컨시, 데드 캠프>도 괴물보다는 인간 혹은 인간에 가까운 자가 위협적인 상대로 등장합니다. <베이컨시>는 길을 잃고 들린 모텔이 투숙객을 죽여 스너프 필름을 만드는 곳이었다는 설정이고, <데드 캠프>는 우연히 들어간 숲에서 돌연변이를 연상시키는 흉칙한 인간(?)을 만나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미국만큼이나 광활한 자연을 가진 호주의 <울프 크릭>은 영화보다 더 끔찍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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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공포를 전달하는 대상이 된다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자연을 가로질러 끝도 없이 이어진 도로에서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노릇입니다. 전편에서 소개한 영화 <데블>의 일화처럼 뺑소니를 당했지만 손을 쓸 수가 없어 죽기도 할 것이고, 별안간 차가 고장이 나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보험사를 부르면 되지 않냐고요? 에이~ 그건 여러분이 너무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우리나라에서야 언제 어디서나 그렇게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죠. 하지만 미국에서라면 같은 일을 겪어도 얘기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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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사막과 캐년 지대에서는 거의 휴대전화를 쓸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신호가 안 잡혀요. 이 대목에서는 "캬~ 역시 대한민국은 IT 강국이야"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죠? 그 또한 천만의 말씀입니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미국과 북유럽을 여행한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나라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보급율이 전 세계에서 최고수준에 올라선 데는 환경적인 요인이 커 보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그만큼 좁다는 것이죠. 만약 미국과 북유럽의 국가가 구석구석에 인터넷 선로를 깔거나 휴대전화 기지국을 설치한다면?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의 비용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 자명합니다. 이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미국과 북유럽을 직접 가보시면 제 말에 선뜻 동의하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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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점에서 볼 때 핀란드는 정말 대단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보다 3배 이상이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휴대전화 보급율에서는 전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거든요. 제가 핀란드를 여행하면서 겪은 바에 따르면 휴대전화의 사용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극히 드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핀란드는 1인당 휴대전화 보유대수가 평균 1대를 넘어선 지 꽤 됐습니다. 오죽했으면 핀란드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공중전화가 역사의 유물로 남겨져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에는 핀란드의 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노키아의 공이 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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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그런 핀란드보다 국토 면적이 무려 3배 이상 넓습니다. 본토만 따져도 2배 이상입니다. 현실이 이러니 우리나라에선 잠시라도 신호가 안 잡히면 투덜거리는 사람도 미국에 가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며 수긍하고 말 겁니다.

     

    삼천포로 빠진 얘기가 조금 길었는데, 고로 고속도로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도통 연락을 취할 수가 없으니까요. 불의의 사고는 둘째 치고 난폭운전을 일삼는 안하무인의 운전자도 만날 수 있을 테고, 히치하이커가 살인자로 돌변해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발생하지 마란 법도 없습니다. 이거야말로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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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가요? 지금껏 얘기한 그 어떤 공포영화의 소재보다도 이쪽이 훨씬 더 소름끼치지 않나요? 어찌하다 보니 역시 인간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존재는 인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군요. 하긴 대자연이 제아무리 기이하고 신비롭다 한들, 그 깊이와 위험성에 있어서는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은 행여라도 미국의 대자연에 두려움을 가지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전 어디까지나 상상력이 빚은 영화의 소재를 소개하고 싶었던 것일 뿐입니다. 현실과 완전히 무관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전 이러한 공포심을 자극할 만큼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아울러 미국이라고 하면 자본주의와 물질욕이 점령한 이미지만이 떠올랐던 제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지난 여행을 통해 미국에 대한 인상이 확 달라졌습니다. '화려한 도시와 천혜의 자연을 모두 갖춘 부러운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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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캔디 케인 (Joy Ride, 2001)

     

    <캔디 케인>은 도로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루이스는 고등학생 시절에 짝사랑했던 베나와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하기로 계획합니다.

     

    둘만의 여행에 마음이 들뜨는 것도 잠시, 갓 출소한 말썽쟁이 형인 풀러를 동승시켜 셋이서 여행해야 하는 바람에 산통이 다 깨집니다. 결정적으로 짓궂은 장난기를 발동한 풀러가 화근이 되어 세 사람은 트럭 운전사로부터 생명에 위협을 받으며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트럭 운전사가 이들을 죽이려고 할 만큼 화가 난 이유는 다소 황당하고 과장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제일 먼저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은 차량용 무선통신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동호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CB 라디오인데, <캔디 케인>에서는 이걸로 트럭 운전사와 대화를 주고 받던 중에 장난을 칩니다. 풀러의 부추김에 못 이겨 루이스가 여자 목소리를 내면서 그를 유혹했던 것이죠.

     

    급기야 한 모텔에서 만나기로 약속까지 잡았다가 그 방에 묵고 있던 애먼 남자가 초주검 상태에 빠지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이걸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싸이코 트럭 운전사는 풀러와 루이스를 잡아 족치려고 혈안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도로에서 함부로 장난치지 마세요!

     

     

     

     

     

     

     

    발없는새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꿈꾸는 어느 블로거의 세계입니다.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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