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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갠지스 강, 인도의 어머니 품에 안기다

    데이지 데이지 2011.06.30



    [youtube ZSmTappb49c]




     

    갠지스......

     

    무릇 갠지스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제 아무리 대단하고 제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모두 흘러간다.


    - 후지와라 신야 -

     

     



    인도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곳은 성스러운 물이 흐른다는 인도인들의 어머니, 갠지스강.

    티비와 책, 여러 매체를 통해 그리고 인도에 다녀 온 많은 배낭 여행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신비스러운 갠지스 강에 대한 알 수 없는 환상을 나도 모르게 키워 오고 있었나 봅니다.


    갠지스 강이 있는 바라나시로 가는 길은 맘 속으로 늘 상상해 온 '성지순례의 길' 답게 기차로 12시간을 가야 했지요. 좁은 침대 칸, 밤새도록 사람들이 복도 쪽 침대 옆으로 불쑥불쑥 나타나는 바람에 정신이 사나워 잠을 제대로 못 이루던 밤을 꼬박 견디고, 뜨거운 해가 머리 꼭대기에 걸려, 온 세상이 한껏 예열해 둔 가마솥같던 바라나시에 도착했습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바라나시역. 그 소란스럽고 복잡하던 역의 풍경으로 갠지스 강의 분위기를 미리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도다운 도시, 진짜 인도와 인도사람을 볼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바라나시'라던 인도사람 쑤밋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이른 오후의 일정을 마친 뒤, 365일 저녁, 갠지스 강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행해진다는 힌두교 종교의식 '아르띠 뿌자'를 보러 덜컹 거리는 자전거 릭샤를 타고 40분을 달려 갠지스 강에 도착했습니다. 릭샤를 타고 가는 40분 동안, 지금까지 한번도 보거나 경험한 적 없는 혼돈의 세상을 맛 보았지요.


    여기저기서 경적 소리가 난무하고 역주행하는 차가 미친듯이 달려 와 식겁하기도 하고, 거대한 소떼들 때문에 급정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글이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질서의 한복판. 바로 인도였습니다.







    귀가 먹먹한 채로 릭샤에서 내려 갠지스 강을 향해 걸으면 다소 소란스럽지만,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풍경들이 다가옵니다. 일몰과 함께 행해지는 아르띠 뿌자를 보기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가트에 모여 있었는데 인도인들은 죽기 전에 한번은 꼭 이 곳, 갠지스 강으로 가 어머니인 강가여신의 품에 안기기를 꿈 꾼다고 하지요?


    메인 가트에 앉아 뿌자 의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그 꿈을 이룬 이들입니다. 가트(Ghat)는 갠지스 강과 맞닿아 있는 계단인데, 갠지스 강을 따라 수많은 가트들이 존재하며 그 중 메인 가트에서 뿌자 의식이 행해집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힌두교 성자 사두(Sadhu)도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들은 힌두교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을 행하는 자들인데 요즘같이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엔 관광객들 앞에서 사진 모델이 돼 주거나, 복을 빌어 주는 댓가로 돈을 요구하는 생계형 가짜 사두들도 많다고 합니다. 


    용모가 무척 포토제닉하고 인도스러워 사진을 찍고, 또 덕담을 듣는 것으로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적극적으로 속아주는 것도 그닥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갠지스 강의 호칭은 세가지로 '갠지스', 산스크리트나 힌디어로 '강가', '강가지'.

    강가지의 '지'는 존경을 나타내는 말로 강가를 인격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산 것이나 죽은 것이나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강과 함께 흐른다던 갠지스 강은 상상했던 것 보다 깨끗해 보였습니다. 타다 만 시체들이 떠 다니거나 온갖 쓰레기들로 뒤덮여 악취로 진동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죄를 씻고 축복을 받기 위해 목욕을 하고 몸을 적시는 그들처럼 용기를 낼 수는 없었지만, 배 위에서 흐르지 않고 고인 듯 보이는 잔잔한 갠지스 강에 가만히 (조금은 소심하게) 손을 담갔습니다.


    갠지스 강에 담갔던 손가락 세마디 만큼의 죄가 씻겼을까요? 그건 알 수 없지만 몸을 적셔 마더 강가의 품에 안기고 푼 힌두교도들의 마음에 '손가락 세마디 만큼' 가까워진 것 같았습니다. 








     

     

    어느 새 하늘에 붉은 기운이 감돌고 메인 가트에서 '아르띠 뿌자'가 시작됩니다.

    복잡한 가트를 벗어나 배를 타고 갠지스 강 위에서 뿌자 의식을 보기로 했습니다.

     








    아르띠(Arti) 뿌자(Puja)에서 '아르띠'는 불을 뜻하고 '뿌자'는 힌두교의 제식을 뜻합니다.

    집이나 사원 어디에서든 그 규모와 상관없이 신에게 드리는 제식을 모두 뿌자라고 합니다.



    사제들이 신과 대화를 하며 음악에 맞춰 불이나 향 등을 돌리며 행하는 의식은 한시간 가량 계속 되는데, 이 불의 의식은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는 것 처럼 '정화와 해탈'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제들의 몸 동작과 음악, 사람들의 분위기가 성스러운 종교 의식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경쾌한 퍼포먼스처럼 느껴졌습니다. 인도인들에게 힌두교가 거창한 종교가 아닌 '삶' 그 자체인 것 처럼.









    보트왈라(뱃사공)들의 배를 타고 갠지스 강으로 나가는 사람들.









    그 들이 배를 타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디아(작은 촛불접시)에 소원을 담아 갠지스 강에 띄우기 위함입니다.

    갠지스 강에 안긴 소원들은 모두 이루어 진다고 하죠?








    욕심 많은 저는 작은 접시에 넘치고도 남을 소원들을 담았는데,

    그 욕심 때문에 강가여신의 품에 닿기도 전에 가라앉아 버리진 않았을까 걱정입니다.

     

    손을 떠난 나의 운명은 이제 신의 것입니다.








    지금쯤 나의 간절한 소망들은 어디에 닿아 있을까요?









    많은 이들의 소원들로 갠지스 강 이 곳 저 곳이 별처럼 반짝입니다.

    갠지스 강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는데,

     

    작은 불빛들이 하나같이 모두 아름다운 걸 보면

    모두들 접시에 착한 소원들만 담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배는 메인가트에서 갠지스 강의 하류로 향했는데,

    그 곳엔 화장터가 있었습니다.

    이 곳을 한계선으로 더 이상 촬영은 불가.

     


    시신은 화장하기 전에 먼저 강물에 한번 적시고, 준비한 나무를 태워 화장을 시작합니다. 한 줌 재가 될 때까지 완벽히 태울 많은 양의 나무를 준비하는 부자가 있는가 하면 적은 양의 나무 밖에 준비하지 못해 시신을 미처 다 태우지 못하고 강에 던져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화장하는 대부분의 시신은 나이든 사람들의 것으로 가족들은 갠지스 강에 던져진 죽은 자는 모두 좋은 세상, 극락으로 간다고 믿기 때문에 슬퍼하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망자를 보내 줄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이나 사고로 자기 생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자들은 화장을 하지 않고 갠지스 강에 수장 시키는데 가끔 강을 향해 미친듯이 울부짓는 사람들은 바로 이 망자들의 가족이라고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동안엔 잊고 살지만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곳곳에 피어 오르던 하얀 연기를 보며 생각하자니 왠지 한 쪽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이 날은 정말 동그랗고 밝은 보름달이 강을 비추어 그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더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밤에 무척 귀한 개기일식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비수기였는데도 유난히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강에 몸을 적시지 않아도 달빛에 흠뻑 젖어 몸 구석구석이 깨끗해 지는 느낌이라

    해가 쨍쨍 날 때 이불을 널어 바짝 말리 듯 가트 어딘 가에 몸을 누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늦은 밤인데도 돌아갈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그들의 엄마 곁에서 밤을 지새우겠지요.

     

    수 십, 수 만, 수 억만개의 셀 수 없는 사연들을 안고 있는

    갠지스 강의 품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생각해 봅니다.

    왜 이 곳이 인도인들에게 어머니의 강으로 불리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새벽, 갠지스 강의 일출을 보러 가는 길.

    저녁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강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들었는데,

    개기월식 때문에 이른 새벽인데도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뉴욕에 가면 뉴요커를 따라 아침에 커피와 베이글을 먹듯

    인도에서도 인도인들을 따라 뜨거운 짜이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해 봅니다. 

     

    짜이(Chai)는 사실 차 전체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고,

    인도 차로 유명한 이 것의 정식 명칭은 '마살라 짜이(Masala Chai)' 랍니다.

    홍차와 우유, 인도식 향신료가 재료이고 설탕이 많이 들어가 엄청 달달한 밀크티를 닮은 맛입니다.

     








    새벽 일찍 문을 연 짜이 집에 불이 났습니다.

    짜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지요.

     

    저도 이 아저씨처럼 멋지게 짜이 한 잔을 들이키고 싶었는데,

    한 모금 마시고 너무 달아 포기했습니다. 








    해 뜨기 전 강의 풍경은 밤의 풍경과 쌍둥이 처럼 닮았습니다.

    아직 물이 찰 텐데도 몸을 담가 죄를 씻길 원하는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새벽 다섯시도 되기 전의 풍경인데 모두들 집에 돌아가지 않고

    가트에서 밤을 보냈는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복잡한 메인 가트를 벗어나 다시 배를 타고 이번엔 강의 상류로 이동해 보았습니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도 메인 가트와는 전혀 다른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집니다.

    강을 따라서 서 있는 건물들은 힌두사원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네요.







     

    풍경 만큼 사람들도 평화롭습니다.








    상류로 갈 수록 복잡하거나 소란스럽지 않고 물에 몸을 담그거나

    빨래를 하거나 종교의식을 하는 사람의 수가 적은 것을 보면

    강을 이용하는 인도인들 나름의 법칙이 있나 봅니다.







     

    날이 밝아지고 나서도 구름이 잔뜩 낀 하늘 때문에 해를 볼 수 없었는데,

    숙소로 돌아갈 때 쯤 구름이 걷히고 이미 하늘 높이 떠 있는 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 날 밤에는 보름달이 찬란한 은빛으로,

    새벽엔 유난히 커다랗고 붉은 해가 금빛으로 강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메인 가트에 있는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인도인들의 모습을 볼 때

    그 들 눈에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었을 테지요.

     








     

    강에서 소원을 빌고, 죄를 씻고, 망자를 보내고,

    제를 올리고, 물건을 팔고, 잠을 자고, 숨을 쉬고.

     

    수 십년 아니 수 백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은

    갠지스 강의 모습은 현재를 지나 한참 뒤의 미래에도 변함없이 계속 되겠지요.

    강이 변하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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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

    세계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불완전 노마드 blog.naver.com/undercl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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