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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별여행학교, 너희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녹색희망 녹색희망 2013.04.06

     

    지구별여행학교 in 캄보디아

    너희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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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와트 사원으로 가는 버스 안

      

    “26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지구별 여행학교에 동행해 주시겠어요?” 하는 제안을 받고서 나는 조금 망설였단다.  이런 저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는 선뜻 너희와의 캄보디아 희망 여행을 나서게 되었어.  5일 동안 너희들의 엄마이자 누나이자 언니, 그리고 친구 역할을 하는 것은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미지의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만큼이나 설렘을 주었기 때문이야. 그 설렘은 너희들에 대한 기대감과도 같았어. 비록 5일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 여행으로 인해 너희들이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해 가리란 그 기대감 말이야. 한 없이 부족했던 내가 열 아홉에 처음 떠났던 여행으로 조금씩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이 커져갔던 것처럼. 

     

     

      

    우리의 첫 만남, 너희들의 순수한 질문들  

    공항에서 너희들과의 약속시간에 혹 늦을까 나는 전날 밤을 꼬박 새었단다.  그런데 한 숨도 자지 못해 현기증도 나고 둔중한 내 머리 속을, 일순 깨어나게 하는 질문이 하나 둘 너희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어.  예쁘장한 혜림과 다정이었던가?  “선생님, 왜요? 왜 이것들을 비행기 안에 가지고 들어가면 안 되는데요? " 너희 둘은 공주의 그것처럼 생긴 거울과 몇 가지 화장품을 가슴에 꼭 껴 안고는, 일 분 일 초도 손에 놓아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며  나에게 이유를 물었지. 어른들은 몰라도 묻지 않은 질문들, 혹시 내가 모른다고 하면 창피한 일일 것 같아서,  혹은 내가 이것을 모른다고 하면 남들이 나를 얕잡아 볼까 봐 아는 척 하는 그런 소소한 질문들을 나에게 묻는 너희들을 보면서 나와 너희들 사이에 혹시라도 있을 경계의 벽들이 무너져 가는 것을 느꼈지.  

    비행기 안에서 벨트는 어떻게 착용하는 것인지,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왜 휴대폰을 꺼둬야 하는지를 상준,  너에게 설명해 주면서 이 순수한 호기심과 용기가 여행 내내 너희들을 성장시킬 원동력이 되리란 것을 나는 알아차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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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륙 직전, 캄보디아 하늘을 담는 지구별 여행자 

     

     캄보디아 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기내 안내 방송을 듣자마자 처음 타 본 비행기, 그 압력차이로 귀가 아프다며 힘들어하면서도 상준 너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어 바깥 하늘을 담더구나. 그런 너를 보며 나는 속으로 이렇게 귀엣말을 했단다. “ 상준아, 혹시 그거 아니? 지금 네가 담고 있는 것은 구름을 가르는 비행기 모습이지만,  너는 네가 만나게 될 세상을 담고 있는 것이란다. 그리고 그 세상은 이 지구별 희망여행을 통해 넓고 깊어질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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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시장 ‘싸르’의   지구별 여행자들

     

    너희들이 내게 준 선물 

    나에게는 열 살 된 딸아이가 한 명 있단다. 녀석이 떠나기 전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더구나. “근데, 엄마! 형아들 말 잘 듣고. 괜히 하지 말라는 것, 가지 말라는 곳 엄마 마음대로 가고 그러면 형아들 힘들어. 알았죠?” 동생 걱정대로 나는 너희들의 누나이고 언니이고 엄마가 아니라 천상 철부지 동생이었어. 여행 짐을 꼭 하나씩은 빠트리곤 하는데, 이번에는 글쎄 돈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지 뭐야. 그런 나에게 선뜻 몇 달러씩을 빌려주던 수영이나 함께 방문한 재래시장 ‘싸르’에서 사탕수수주스를 사달라며 응석을 부리던 내게 ‘선생님, 사 드릴께요.’ 하던 상준 너희의 그 마음이 나에게 선물이었단다. 선물은 계속 내 마음 속으로 쏟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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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일공동체에서 겸허한 자세로 배식을 하는 지구별 여행자

      

    너희와 지내는 동안 값싸 보이는 눈물은 절대 보이지 말아야지 하는 그런 다짐을 출발 전에 했단다.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단다.  캄보디아 씨엠립 다일공동체에서 프노끄라움 빈민가 아이들에게 밥퍼 무료 배식을 하는데  하늘만큼 키가 큰 재희가 무릎을 꿇더구나. 낡은 티셔츠 한 장만을 걸친 맨 발의 그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식반을 건네는 모습을 지켜보다 그만 눈물이 터지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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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잔디구장에서의 미니운동회~ 아우들을 챙기는 지구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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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잔디구장에서의 미니운동회의 즐거운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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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손 잡고, 앙코르와트 사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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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소폰 현지가정 방문하여 캄보디아 전통놀이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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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그려줄까? 시소폰 마을 아이들과 즐거운 페이스페인팅 

     

     

    눈물은 또 흘러서 난 ‘울보’라는 놀림도 받았지. 너희들이 체온보다 더 높은 캄보디아 뜨거운 날씨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아니, 여기서 사는 친구들도 있는데’ 하며 훈계를 하려고도 했었어. 그런데 캄보디아 아이들을 만나면서부터 너희들은 저절로 변하더구나.  너 희 목에 드리워진 차가운 냉수 병이 캄보디아 시소폰에서 온 동생들의 목으로,  너희들의 얼굴을 향해 연신 부쳐대던 부채가 캄보디아 동생들 얼굴로,  안 되는 발음으로 애써 캄보디아어로 인사를 건네며 너희들은 동생들의 손을 꼭 잡고 함께 어울렸지.  대부분 부모가 없이 어렵게 지내는 시소폰 현지 마을의 아이들과 웃으며 어울리면서도 너희들은 속으로 울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어. 

     

     

    단 한 번의 여행이, 우리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캄보디아에 도착한 첫 날, 우리는 너희에게 질문을 던졌어.  “ 단 한 번의 여행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지. 괜찮았어.  첫 날이니까. 변화는 서서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저녁, 우리는 다시 너희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10년 후 너희들의 모습을 그려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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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으로 찾은 지구별 여행자들의 꿈과 희망 

      

     

    갑자기 부산해지기 시작한 너희들이 꿈을 풀어놓기 시작했어.  한국호텔에서 돈도 많이 벌고 예쁜 아내와 같이 토끼 같은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영훈이, 요리사로 한류를 일으킬 거라는 동해, 10년째 캄보디아 봉사 중이라는 혜림이, 1,000억 원을 캄보디아에 기부한 다정이, 노벨상 후보에 오른 세계 최고의 간호사 보영이, 아프리카와 후진국 아이들을 위해 무려 1조원을 기부한 KW 그룹 회장이 된 경인, 서울대에 합격한 미선, 50억을 기부한 패션 디자이너 혜인이, 그리고 전 세계에 행복을 전파하기 위해 느리지만 부지런하게 다닌다는 경신이, 유치원 선생님의 꿈, 중사의 꿈, 외교관의 꿈, 뮤지컬 배우의 꿈, 모두의 꿈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또 울컥 눈물이 쏟아지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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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퍼 배식에 앞 서 캄보디아 아이들 앞에서 전통가요 합창을 선 보이는 지구별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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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운동회에서 물총 놀이에 신명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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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와 캄보디아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지는 모습을 보며  사랑이란, 나눔이란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나보다 부족한 누군가에게 자선처럼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임을 느꼈단다.  그러니, 나와 너희들의 눈물은 희망여행 중에 뿌리깊은 나무로 스스로를 키워내던 너희들 모두가 우리에게 준 감동 덕분임을.  그 뿌리 깊은 나무에서 너희들의 희망과 꿈의 열매가 주렁주렁 맺어질 것을 아는 믿음 덕분임을.  캄보디아 지구별 여행학교에 온 너희는 그러니, 희망의 별에서 온 높고도 귀하게 떠 있던 별이었더구나.  

     

    어,꾼.(고마워요.) 

     

     

     

    지구별여행학교 in 캄보디아

    2013년 3월 19일부터 23일까지 3박 5일 동안 캄보디아에서 진행된 하나투어의 희망여행 프로젝트 <지구별 여행학교>는  26명의 문화소외 청소년들과 함께 했습니다.참가자들은 캄보디아 씨엠립에 위치한 다일공동체에서 결식아동들에게 빵과 밥을 나눠주는 급식 봉사와 수상빈민촌 주민들을 위한 배를 도색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자신들의 그 동안 받은 사랑을 나눔으로 다시 되돌려주는 의미 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 취재지원 : 하나투어 

     

     

     

     

     

    녹색희망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된 낮고 겸허한 세상 바라보기를 통해 ‘공정한 세상’,’윤리적 여행’ ,‘착한 여행’,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으로까지 너른 시야를 갖춘 여행자가 되어간다. 그 이야기는 블러그, 잡지, 그리고 책을 통해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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