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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에서 만난 오늘의 백반, 메뉴 델 디아

    지란지교 지란지교 2013.09.05

    카테고리

    서유럽, 음식

     

    스페인에서 만난 '오늘의 백반'

    메뉴 델 디아 Menu del Dia

     

    우리나라에서 '오늘의 백반 '만큼, 합리적인 식사가 또 있을까?

    밥과 국, 몇 가지 반찬 등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이 넉넉한 한 끼는 점심의 활력소이자 남은 하루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재미있게도, 스페인에서 역시 우리네 '오늘의 백반'과 같은 훌륭한 시스템(!)이 있다. 바로, '메뉴 델 디아(Menu del Dia)'

    직역하자면 '오늘의 메뉴'인데, 여러 단품을 적당한 양과 적당한 가격에 두루 즐길 수 있는 참으로 훌륭한 한 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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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에서 대부분의 식당 앞에는 '메뉴 델 디아 Menu Del Dia'를 소개하는 입간판을 볼 수 있다. 보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용 가능한 런치 스페셜로서  에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등의 단품을 한 번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코스 메뉴이다. 에피타이저와 메인 요리는 각각 몇 가지의 선택 사항이 있어, 품목별로 하나 씩 고르면 된다. 하지만 어떤 식당은 메뉴 델 디아를 위한 품목별 메뉴가 그날의 식당 상황과 재료에 따라 고정되어 있기도 하다.

    가격은 보통 8유로에서부터 12유로 정도선.  여느 단품 메뉴가 12유로에서 30유로 선임을 감안하면 매우 착한 가격이다. 집에서 느긋한 점심식사를 할 수 없는 직장인을 위해 생겨났다고 하는데, 든든한 점심을 먹어주어야 하는 여행자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게다가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도 매력적이다. 사실 런치 스페셜이라고는 하지만, 저녁에도 메뉴 델 디아를 제공하는 집도 적지 않다.  일행이 있다면, 각기 두(頭)당 품목별 다른 메뉴를 시켜 경우의 수를 늘린다면, 더욱 풍요로운 정찬이 될수도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메뉴 델 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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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의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평범한 식당 'Rio Navia'.

    이 식당의 위치는 가우디의 '카사 비센스 (Casa Vicens)' 바로 앞. 그런데 카사 비센스가 가우디 건물 치고 유명도 및 선호도가 크지 않는 탓에, 이 지역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않고 한산하다. 좁은 골목길과 광장, 주택가, 약간의 식당과 빵집이 있는 평범한 동네이다. 출출해지던 참에  '메뉴 델 디아'가 9유로라는 것에 솔깃해서 입간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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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단계 음식(Primer Plato: 전채요리), 2단계 음식(Segundo Plato: 주요리), 빵(Pan)과 음료수(Bebida), 디저트(Postre)로 구성된 이 세트가 단돈, 9유로! Primer plato와 Segundo Plato는 각각 아래 명시된 메뉴 중 고르면 된다. 오~ 탁월한 구성과 가격에 마음을 빼앗겨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바로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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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인들이 조용히 식사하고 있었다. 갑자기 출연한 동양인의 방문에, 식당 내부의 분위기가 다소 경직된다. 손님들과 주인이 모여서 긴박하게(?) 상의를 한다. 그 중에 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나는 어설프게 익힌 스페인어 몇 마디와 영어를 섞어가며 메뉴를 물어보고 시켰다. 용케 이해하시고 주문을 받아 주신 이 분은 이후, 본인의 식사를 하시고 식당을 유유히 떠났다.  동네 주민이 식사를 하시러 오셨다가 우리의 등장에 주인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주문을 도와 주신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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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salada Variada

    기본적인 샐러드로서, 어느 식당에서나 나오는 평범한 메뉴. 여행 중 놓치기 쉬운 비타민 섭취를, 다양한 야채를 통해 보충하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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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roz da Cubana

    번역하자면 쿠바식 덮밥. 그러나 소스가 쿠바식인지, 계란을 얹어서 먹는 것이 쿠바식인지는 쿠바를 가보지도 않았고, 식당에서 의사소통도 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여하튼 맛있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런 그림의 요리가 Arroz da Cubana라고 한다.

    이 식당에서는 고슬고슬한 쌀밥 위에 토마토 향과 여러 감칠맛이 나는 소스, 반숙한 계란 후라이가 곁들여 나왔다. 1단계 메뉴 중에 Arroz 즉, 쌀이 적혀 있어 주문했는데 기대 이상의 맛과 든든함을 선사해 주었다.  평범한 계란 후라이조차 너무 고소하고 맛있었으며, 이 토마토 풍미의 소스는 마지막까지 싹싹 비벼먹을 정도로 입에 착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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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lamares la Romana

    2단계 메뉴 중 하나였는데,  오징어 튀김과 감자 튀김이 나왔다. Calamare는 오징어를 뜻한다. 여느 타파스 바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메뉴이다. 보기에도 단순하고 흔해 보이지만,  쫀득쫀득한 오징어의 식감과 짭쪼름한 튀김 옷의 앙상블이 참 맛있었다. 그리고 맥주를 한잔 시켜야만 했던 메뉴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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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scado del dia

    오늘의 생선. 아마 그날 그날 있는 생선을 주는 듯 했다. 이 생선은 우리네 꽁치과에 속하는 생선이었다. 꽁치보다 약간 더 크기는 작았는데, 꽁치보다 조금 덜 비리고 담백하면서 맛있었다. 게다가 그 위에 바질 페스토 같은 것을 뿌려주었는데, 비린내도 잡아주면서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었다. 역시 만만한 감자 튀김도 함께 곁들여져있다. 이 역시 2단계 메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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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음식의 대부분은 가히 술을 불러들인다. 음료까지 포함이라, 우리에게도 익숙한 바르셀로나의 대표 맥주 'Estrella Damm'을 한 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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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 아주머니께서 외국인에 대한 긴장이 풀리셨는지 조용히 다가오신다. 배부르게 한 상을 잘 먹었는데, 후식도 먹으라며 촉촉한 블루베리 치즈 케잌과 진한 커피를 내주신다! 감동이다! 메뉴 델 디아에 디저트 포함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네 백반 식당식 자판기 커피와 녹차에만 익숙해져였을까? 이렇게 고급으로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흡족한 마음으로 입안을 달콤하게 채운다. 

     

      

    그라나다에서 만난 '메뉴 델 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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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랑스러운 '메뉴 델 디아'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그라나다'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11세기, 마을 방어를 위해 지어진 그라나다의 알바이신 성벽 (Murallas del Albaicin). 이 성벽은 현재 알바이신 언덕을 조각 조각 잇고 있는데,  그 중 한 조각이 끊기는 곳에 무어식의 아치형 성문인 Arco de las Pesas가 있다. 이 성문과 성벽이 면하고 있는 조그만 라르가 광장(Plaza Larga)에는 성문의 이름을 딴 'Puerta de las Pesas' 라는 타파스 레스토랑이 있다. 

    맛집 정보는 좀처럼 들여다 보지 않는 고로, 오직 촉수와 감(感)으로 다녀보다가 메뉴 델 디아가 8.5유로라는 솔깃한 입간판을 보고 들어간다. 그라나다의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지점에 위치한 식당에서는 메뉴 델 디아라 하더라도 15유로를 훌쩍 넘기기 일쑤인데, 이곳은 붐비는 위치에 있지 않아서일까? 참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래서 사실 들어갈 때 맛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고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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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단계 중 Ensalada

    보기에는 평범한 샐러드지만 신선한 야채와 올리브 기름, 참치가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생각보다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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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pa de Ajos 

    역시 1단계 요리 중 하나이다. 유럽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맑은 국물' 요리라 너무나 반가웠다. 짭짤하면서도 풍미가 좋았다. 슬라이스된 마늘과 건참치 등의 건더기와도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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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to Alpujarreño 

    메인 요리에 해당되는 메뉴. 음식의 이름은 알뿌하라스 지방의 요리라는 뜻인데, 으깬 감자와 계란 후라이,  짭조름한 쵸리소(소시지 일종) 등이 나와 너무나 맛있는 요리였다. 감자는 간이 잘 배어 풍미가 좋았고, 쵸리소도 고기 냄새 없이 담백하면서 맛있었다. 저렴한 가격이었기에 맛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건만, 잇따른 맛의 반전은 마음도 혀도 감동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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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calao 'a las Pesas'

    이 레스토랑의 특별 대구 요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바깔라우(Bacalao, 대구) 튀김에 소스를 얹었고, 감자와 구운 야채 등이 곁들여졌다.  감칠맛과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람들은 대구 요리를 자주 즐겨 먹기에, 대부분의 식당에는 대구 관련 요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제법 귀한 생선인데, 이렇게 풍성하게 맛볼 수 있다니~! 도톰하고 부드러운 대구살은 마음까지 사르르 녹여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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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역시 음료는 물론이고  달콤한 디저트가 포함이었다. 1인 8.5유로의 가격으로 너무나 훌륭한 성찬을 먹을 수 있었기에 팁이 아깝지가 않았다. 만족스런 마음으로 식당을 나서며 스페인의 진리는 무조건 '메뉴 델 디아'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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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옆 나라 포르투갈에는 메뉴 델 디아가 없을까? 물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이를 'Prato do dia(쁘라뚜 두 디아)'라 한다. 역시 메인 요리와 스프, 음료, 빵, 디저트 등으로 비슷한 구성이지만, 가격은 스페인보다 대체로 저렴한 편이다. 

     

      

    Information

     

    1번째 식당,  'Rio Navia' 

    - 주소 : Carrer d'Aulestia i Pijoan 30, Barcelona, Catalunya

    - 위치 :  '카사 비센스 맞은편 골목에서 바로 왼편에 위치. 

     

    2번째 식당,

    'Puerta de las Pesas'

    -  주소 : Plaza Larga 18010 Granada (구글 맵 주소)

    -  위치 : 알바이신 성벽(Murallas del Albaicin)의 한 조각이 끊기는 'Puerta Nueva'  지점의 라르가 광장(Plaza Larga)에 위치. 성 니콜라스 전망대(Mirador S.Nicolas) 인근.

      

    ※ 음식 주문 Tip

    스페인 음식은 대부분 간이 센 편이다. 나중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으려면 꼭 이 말을 외워서 주문할 때 부탁하자.

    menos sal /메노스 쌀/ 소금 적게

    sin sal /싱 쌀/ 소금 없이

    그러나... 주문 전부터 이미 간이 되어 있는 음식들도 많은 관계로 소용이 없을 때도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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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란지교

    지난 수년간 공연장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기획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삶을 앙상블하고 있는 아줌마. 특별히 문화와 예술적 시각의 여행을 지향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더욱 즐긴다. 그곳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아픔까지도 나누고 싶다. http://content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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