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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위의 칸타빌레 - 떠남을 종용하는 여행 에세이

    소담 소담 20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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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서울, 에피소드



    비 소식이 있던 주말, 오랜만에 티팟에 우전차를 담았다. 그리고 침대에 엎드려 책장을 넘겼다. 예전에 J가 추천해주었던 『길 위의 칸타빌레』. 비슷비슷한 여행에세이를 읽고 싶지 않아 책꽂이에 모셔두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이 책도 펼쳤다. 투명한 유리주전자에 노란 녹차향이 배어 나올 무렵 내 편견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길의 시작에서는 색다른 여행작가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세 살배기의 눈
     
     

    그는 어린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때로는 차창이, 때로는 허름한 건물의 창문이, 때로는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하나의 스크린이 되어, 자연이 들려주는 영화를 상영한다. 나뭇잎들의 녹색 물결이 주연이 되기도 하고, 푸른 바다와 작은 바닷가 마을이 지중해보다도 더 아름다운 풍경이 배경이 되기도 한다.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그 풍경에 풍덩 빠져들어 하나가 되는 마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 여행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 일상을 떠날 수는 있어도 사람을 떠날 수는 없는 것이 사람인가보다. 풍광과 사람, 그들과의 정겨운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낸다.


     
     
     
     

    후천성 샛길 증후군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가는 길을 바꿔야할 정도로, 새로운 길에 대한 갈망과 강박증, 작가는 그것을 후천성 샛길 증후군이라 부른다. 목적지를 정하고 떠나는 여행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빠른 길로 곧장 달려간다. 그런데 그는 가보지 않은 길,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길을 쉽게 지나치치 않는다. 막다른 길이라면 되돌아나올 지라도 꼭 가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길의 끝에는 가슴 두근거리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선물과 감동이 가득한 그곳에서 자연이 주는 휴식을 누린다.



    아마도 여행의 제 맛은 우연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인연을 따라 낯선 길을 발견하는 것이리라. -p.262




    국내여행기
     
     

    이 책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여행기이기 때문이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알래스카, ... 저 멀리 우리와는 문화도 생각도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설렘을 가지고 있지 않다. 눈에 익은 풍경이기도 하고, 여권과 큰 돈이 없어도 마음 먹으면 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 같다. - 나 역시 그랬지만 - 이제까지 그래왔던 분들,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단순한 여행지 소개가 아니다. 시와 소설, 영화와 음악이 다채롭게 녹아들어 독특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여행길에서의 감동과 사색에 대해 신나게 풀어놓는, 입담 좋은 어느 아저씨의 이야기처럼.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있지?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위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 자들이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 번쯤 내동댕이쳐 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

    - p.128, 안도현 <모항 가는 길>



    쉬엄쉬엄 흘러가는 국도 여행을 하고 싶고, 마음 끌리는 샛길로 빠져나가 이제껏 본 적 없는 풍광과 조우하고 싶다. 시골 오일장을 이리저리 구경해야지, 수년 전 가보았던 군산의 옛 마을도 다시 들러봐야지, 제주 아부 오름은 어떤 곳일까. 섬진강의 근원이라는 데미샘에서 마시는 물 한 바가지, 길게 찢은 여수갓김치를 안주 삼아 마시는 막걸리는 어떤 맛일까.


    밤새 계속될 것 같던 작가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떠남에 대한 갈망이 가슴을 온통 휘젓는다. 다음에 시간이 날 때 언젠가 여행을 가겠다던 생각은 사라진다. 당장 떠나야만 한다. 나도 자연에서 이런 경험과 느낌을 가져보고 싶다. 여행을 사랑하는, 또는 여행을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까칠한 덧붙임) A quote by Paul Bourget + 잘못된 출처에 대한 고찰


    소담

    책과 문화 & 외국 드라마, 아이폰, 다양한 리뷰 http://bookan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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