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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에이티브한 요소들이 넘쳐나는 런던 시티즌엠 호텔(CitizenM Hotel) 런던탑 지점

    헤일리 헤일리 2019.08.27

    품을 생산해서 브랜드를 창출하는 회사들 중 자신의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그들의 브랜드에 소속감을 가지는 것을 싫어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긍정적인 소속감은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한 회사에 충성하는 소속감이 커질수록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올라가고 소비는 소비자대로 만족감과 자부심이 커진다.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명품 자체의 디자인을 넘어 그 명품이 가진 '가치'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브랜드의 철학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쓰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가치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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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읽은 디자인 관련 책에서 시티즌엠 호텔(CitizenM Hotel)에 관한 경영 철학을 읽게 되었다. 시티즌엠 호텔의 경영진은 고객의 니즈를 철저히 파악한 후 이미 레드 오션이 된 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들이 시장 조사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크리에티브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출장을 갈 때 숙소에서도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호텔을 잡아주고 싶지만 그 정도의 퀄리티가 되는 5성급 호텔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3성급의 홀리데이 인(홀리데이 인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을 잡아주기엔 부족한 것 같은 회사의 고충이 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빠른 체크인을 원하는 젊은 세대, 적당한 가격을 지불하지만 5성급 수준의 퀄리티는 경험하고 싶은 일반 소비자들 등등.​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탄생한 시티즌엠 호텔은 소비자가 고급 호텔을 선호하는 이유(좋은 매트리스와 침구, 수압이 좋은 샤워기, 고급 가구나 마감재 등)를 확실히 파악해서 적극적으로 취합하고 고객의 만족에 큰 영향을 차지하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줄였다고 한다. 가령 100% 셀프 체크인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거나 객실의 면적을 줄여서 건물 효용성을 높여 객실의 수를 늘리는 점 등이 있다.

    이쯤 되면 이 호텔의 실제 분위기가 궁금하고 투숙 경험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그리하여 개인적인 이유를 핑계 삼아 런던을 방문했고, 런던에 있는 세 개의 지점 중 런던탑(Tower of London) 지점의 투숙 경험을 나눠보고자 한다.


    이곳은 호텔인가? Vitra 쇼룸인가?

    AD68AB19-302A-498F-85A3-622C17AEFDE1_69814321.jpg:: 호텔 로비의 일부분

    호텔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로비는 기존의 호텔과는 차별성을 가졌다. 거대한 비트라 쇼 룸을 방불케하는 거실 콘셉트의 로비는 디자인 관련 종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우리 집에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은 조명과 가구들 아래에서 잠깐 이나마 대리 만족을 해 본다.

    IMG_1436_46225612.jpg:: 다이닝룸으로 들어가는 복도에는 페루의 유명한 사진작가인 마리오 테스티노의 작품이 걸려 있다

    18110BDE-9BED-4F84-8086-F22DDEC822D8_24478313.jpg:: 로비 한 쪽에는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줄리안 오피의 작품이 걸려 있다

    왠지 부잣집의 거실은 이런 느낌일 것 같은 콘셉트는 호텔 로비와 다이닝 룸으로까지 이어진다. 줄리안 오피, 마리오 테스티노, 앤디 워홀 등 고급 승용차 가격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작품들은 가구 사이사이에서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 채로 곳곳에 걸려 있다.


    쉬워도 너무 쉬운 셀프 체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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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셀프 체크인은 어려움 축에도 들지 않지만 기계보다는 사람이 익숙한 장년층에게 셀프 체크인은 얼마나 편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셀프 체크인을 해 보았다. 사용 결과 볼 줄 알고 손가락만 튼튼하면 혼자서 충분히 체크인을 할 수 있을 만큼 쉬웠다. 또한 로비 곳곳에 고객을 도와주는 직원들이 여러 명 상주하기 때문에 기계로 체크인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 호텔의 시민이 되어서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

    개인적으로 시티즌엠 호텔에 만족감이 높았던 것은 호텔 곳곳의 작은 소품들이었다. 이런 세심함 때문에 시티즌엠 시민이 되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호텔 안에는 눈에 보이는 가구들에만 신경을 쓴 것이 아니라 고객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소품에도 생기를 불어 놓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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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al this pen and write to a loved one back home."

    객실에 비치된 볼펜에는 "이 펜을 훔쳐서 집에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냥 가져가도 된다는 표현 이상의 위트가 넘치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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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ath Valley, California, the hottest place, is not as hot as what's inside. Please enjoy carefully."

    호텔 테이트아웃 커피 컵에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는 이 안에 들어있는 것만큼 뜨겁지는 않아요. 호호 불어 드세요."라는 센스 넘치는 멘트가 적혀 있다. 컵이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의미 이상의 위트가 넘치는 표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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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tizenM says: Trolley is hungry. Please feed with dirty tray."

    다이닝룸 식판대에는 "트롤리는 배고파요. 더러운 트레이를 먹요 주세요."라고 표기되어 있다. 한국말로 번역하니 좀 이상한데 다 먹은 트레이를 갖다 놓는 트롤리에도 이런 센스 넘치는 문구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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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ke me home, so you'll never sleep alone."

    "나를 데려가세요. 그러면 당신은 혼자서 자지 않아도 돼요." 객실마다 비치되어 있는 인형에 적혀 있는 멘트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위로해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참고로 이 인형은 호텔에서 별도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take me home'이라고 적혀 있어서 가져가도 되는 줄 알았는데 판매하는 제품이니 착오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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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의 어메니티는 비용 절감의 차원에서 일회용 어메니티가 아닌, 여럿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제품 역시 시티즌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을 비치해 둔 모습이 역력했다. 샴푸 및 바디용품은 PM과 AM으로 나눠져 있다. PM 제품은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한 향이 난다. AM 제품은 더 산뜻하고 프레시한 향이 난다. 아침과 저녁으로 세안제를 나눠 놓은 센스에 손뼉을 치고 싶다.

    호텔 카드 역시 기념품으로 가져올 수 있는 예쁜 디자인으로 되어 있고, 호텔 영수증의 뒷면에조차 디자인이 새겨져 있다. 호텔 곳곳에 그들의 숨은 정성을 찾아보는 재매가 쏠쏠할 지경이다.


    객실 사이즈는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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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실은 일반 객실보다는 확실히 좁다. 모든 객실에 킹사이즈 침대가 있는 대신 방 사이즈는 딱 필요한 정도의 사이즈이다. 큰 캐리어를 수납하는 서랍이 있기는 하지만 침대 밑에 있는 공간을 활용하고 있어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대신 모든 객실에는 킹사이즈 침대가 있고 좋은 매트리스와 부드러운 시트를 사용하고 있다. 방 안의 모든 전자 제품은 아이패드 하나만 조작이 가능하도록 자동화되어 있다. 최신 영화들도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이런 편리함 덕분에 공간의 협소함은 어느 정도 용서가 된다. 더욱이 장기 체류가 아닌 2-3일 단기 체류라면 기꺼이 이 호텔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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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이 있다고 아무나 장착할 수 없는 센스 있는 아이디어가 호텔 곳곳에 숨어 있다 보니 런던을 포함한 전 세계에 있는 다른 시티즌엠 호텔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애플빠'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처럼 '시티즌엠 시민'이 되어서 그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안에 있는 시티즌엠 호텔을 느껴보고 싶었다.

    호텔 투숙객의 연령에 따라서 약간의 호불호가 생길 수는 있겠다. 넓은 객실을 선호하거나 좋은 브랜드의 어메니티를 장착한 객실, 직원의 극진한 서비스를 좋아하는 고객이라면 이 호텔과는 맞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디자인에 관심이 있거나 사소한 디테일에서 감동하고 영감을 받는 사람들이라면 나처럼 시티즌엠 호텔에 사로잡힐지 모른다.

    헤일리

    아일랜드 거주 / *UX 디자인 리서처(UX Design Researcher) +여행 작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아일랜드 홀리데이> <한 번쯤은 아일랜드> <아이와 함께 런던> 책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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