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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Belfast)를 가다

    arena arena 2014.08.18

    카테고리

    , 서유럽, 역사/종교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Belfast)에 가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 섬에 위치해 있지만 영국령에 속한다. 그러니까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에 있지만 아일랜드가 아니다. 아일랜드에서는 유로를 사용하지만,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기 때문에 파운드를 사용한다. 두 나라는 서로 맞닿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기도, 화폐도 같지 않다.

    북아일랜드에 가보고 싶었던 건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었다. 사실, 우리들에게 아일랜드의 이런 상황은 그다지 묘할 것도,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다. 대신 경계선을 넘을 수 없는 우리와는 달리, 이들은 경계선을 넘을 수 있기에 한 번쯤 '그 너머'로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두 달 전, 날씨가 꽤 좋았던 어느 토요일, 몇몇 친구들과 함께 북아일랜드로 가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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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교도와 신교도의 경계선

     

    투어버스를 타고, 우리가 찾아간 곳은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Belfast)이다. 벨파스트는 아일랜드 섬에서 더블린 다음으로 큰 도시라고 한다. 더블린에서 별로 머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는 길이 어렵지는 않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벨파스트로 넘어갈 수 있는데, 기차로는 2시간 15분, 버스는 2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벨파스트에서는 가톨릭교도과 프로테스탄트교도가 어울려서 함께 살아가지 않는다. 그들은 각각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거주 지역을 형성했으며, 그 사이에는 분쟁을 억제하기 위한 경계선이 설치되었다. 사진 속의 저 검은 문이 바로 그 경계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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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이용한 투어 프로그램에서는 '타이타닉 뮤지엄(Titanic Museum) 방문'과 '블랙 택시 투어(Black Taxi Political Tour)' 중 원하는 것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타이타닉 뮤지엄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고 대신 벨파스트 시내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함께 간 일행들 역시 뜻이 같아서 우리는 블랙 택시 투어를 선택했다.
    벨파스트의 블랙 택시 투어는 론리 플래닛이 추천하는 아일랜드의 체험 21 중 하나이다. 6인용 택시에, 택시 기사와 가이드가 함께 타고 나머지 네 좌석에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이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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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이 구교도와 신교도의 거주 지역 사이에 놓인 철조망이 있는 곳이었고,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폴스 로드(Falls Road)였다. 폴스로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구교도 (아일랜드 원주민의 자손)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곳에는 구교도의 독립과 투쟁을 나타내는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아일랜드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바스크, 남미 등 다른 지역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벽화로 발전한 '연대의 벽(Solidarity Wal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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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택시 투어는, 택시를 타고 벨파스트에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에 내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얼마간 사진 찍을 시간을 가진 후, 다시 택시를 타고 다른 장소로 옮기는 방식이다. 안전하고 편하게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좀 더 자세히 시내를 둘러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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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아일랜드 투쟁의 상징, 바비 샌즈

     

    창밖으로 IRA의 단식 투쟁을 이끌어 냈던 바비 샌즈의 벽화가 보인다. IRA는 아일랜드 공화국군(Irish Republican Army)의 준말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의 통일을 위해 싸우는 조직이다. 바비 샌즈는 이 IRA의 소속으로, 테러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14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이곳에서 샌즈는 영국 정부에 대한 저항을 계획했는데, 그것이 바로 단식투쟁이었다. 1981년 3월 1일, 샌즈는 자신을 테러범이 아니라 정치범으로 취급해줄 것을 요구하며 단식을 선언했다.

    샌즈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그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크게 고조되었다. 하지만 당시 영국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는 전혀 양보의 뜻을 보이지 않았다. 샌즈를 정치범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IRA를 합법적 단체로 인정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결국 단식 66일째 되던 날, 샌즈는 교도소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때 샌즈의 나이는 겨우 27세였다. 샌즈의 죽음에 자극받은 IRA 동료들은 줄을 이어 단식투쟁에 참여했고, 이후 아홉 명의 사람이 더 목숨을 잃었다. 샌즈의 단식은 끝까지 대처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으나, IRA의 정치력은 크게 강화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있는 영국 대사관 옆길은, 이 바비 샌즈의 이름을 딴 '바비 샌즈 가'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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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교도들의 거주지역, 샨킬 로드(Shankill Road)로 들어가는 입구 

     

    저 문을 통과하면 구교도가 아닌, 신교도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들어설 수 있다. 폴스 로드를 지나 우리가 찾아갈 곳은 샨킬 로드(Shankill Road)에 있는 평화의 벽(Peace wall)이었다. 샨킬 로드는 벨파스트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 지역으로,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 잭이 여기저기서 휘날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폴스 로드와 샨킬 로드는 고작 50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세계 속에 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02년 양쪽이 서로 평화협정(Good Friday Agreement)을 맺은 이후, 벨파스트가 꽤 평화로워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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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의 벽(Peace Wall)

     

    이곳이 바로 Peace Wall, 또는 Peace line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 벽은 1969년, 북아일랜드의 신교도와 구교도의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장벽이 있다 하더라도 자유롭게 서로의 지역을 왕래할 수 있지만, 이 벽이 양측의 갈등을 상징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벽을 찾아와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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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위, 달라이 라마가 남겨 놓은 메시지가 보인다.

    "Open your arms to change, but don't let go of your values."
    "변화하는 데 인색해지지 마라. 하지만 너의 가치관은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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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이 라마 외에도 빌 클린턴, 저스틴 비버 등의 메시지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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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우리에게도 펜을 나누어주고, 메시지를 남길 시간을 주기에, Peace wall 앞에 쪼그리고 앉아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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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어딘가에 나의 메시지가 있다. 물론, 쓰고 난 후에야 문법적 오류를 깨달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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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우리 모두 각자 메시지를 남기고, 기념사진도 몇 장 남긴 후 다시 택시를 탔다. 가는 도중, 탑건의 벽화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위 사진의 벽화 속 남자는 Top Gun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Stevie Mckeag이다. Stevie Mckeag은 신교도 젊은이들의 리더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0년 9월,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부검 결과 진통제와 코카인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밝혀졌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IRA에 의한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그 결과 그를 위한 벽화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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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들에게는, 벨파스트가 별로 볼 것도 없고 재미도 없는, 왠지 황량한 느낌만 풍기는 도시로 기억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벨파스트 시내에서는, 그 어떤 화려한 풍경도 또는 따뜻하고 정겨운 유럽의 전원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꽤나 역사에 심취해 있는 나로서는 벨파스트가 무척 흥미로운 도시로 기억에 남았다. 내가 본 벨파스트는, 역사의 아픈 기억을 과거로 남겨놓고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도시로 여겨졌다. 그러니까 멋지고 기이한 풍경들, 압도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자연의 절경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과거의 흔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역사의 현장 또한 너무나 좋다.

    사실, 여행이란 언제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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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타닉 뮤지엄

     

    그렇게 '블랙 택시 투어'가 끝난 후, 택시는 우리를 타이타닉 뮤지엄 앞에 내려주었다. 벨파스트에 있는 조선 회사에서 '타이타닉호'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곳에 타이타닉 뮤지엄이 세워졌다. 시간이 있었다면, 뮤지엄도 구경하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시티 투어를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었기에 타이타닉 뮤지엄 앞에서는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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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앞에 'TITANIC'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사람들은 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다시 벨파스트를 찾을 땐, 시내도 좀 더 찬찬히 둘러보고 이 박물관도 꼭 구경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 역시 사진을 찍었다.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으니, 곧 다시 찾아오겠다는 혼자만의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INFORMATION

     

    교통편

    - 기차: 아일랜드 철도청 홈페이지 www.irishrail.ie
    - 버스: 버스 에이레안 홈페이지 www.buseireann.ie

     

    블랙 택시 투어

    - 홈페이지: www.belfasttours.com

     

    타이타닉 박물관

    - 홈페이지: www.titanicbelfast.com

     

    투어 프로그램

    - 와일드로버: www.wildrovertours.com
    - 전화번호: +353 (1) 284-55-60
    - 가격: 성인 65 euro, 학생 60 euro
    -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이 있으니 직접 방문 후, 가격과 내용을 비교해 볼 것을 추천.

     

     

     

     

    arena

    '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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