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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셉션, 다크 나이트와 메멘토 사이

    발없는새 발없는새 2010.08.01

    카테고리

    한국, 서울



    제목 그대로,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인셉션>을 보고 왔습니다.

    시사회 초대 받고 서울에 올라온 건 <트랜스포머2> 이후 처음이군요.

    웬만하면 오지 않았을 텐데 영화가 영화다 보니...

    출판사도 들렀다가 사람들도 좀 만나고 겸사겸사해서 서울에 왔습니다.



    아, 이 따위 얘기는 전혀 관심 없으니 영화가 어땠는지나 빨리 말하라고요?







    결과적으로 보편성이란 측면에서 <인셉션>은 <다크 나이트>만한 파급력은 보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는 훌륭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 <다크 나이트>조차 이 영화를 위한 초석에 불과했다고 한 말이 결코 허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지만, 폭 넓은 관객층을 두루 만족시키기에는 다소 힘든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던 영화와도 방향성이 꽤 달라서 잠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말처럼 '복잡다단한 영화'라는 표현이 정확하겠습니다)




    일단 초반에 영화의 호흡을 따라가기가 다소 벅찼습니다.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기억력과 상상력 등,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인셉션>은 초반부터 전력질주를 시작합니다. 물론 초반부 설정의 다수를 놓치더라도 극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가지 않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욕심을 앞세운다면 정반대로 혼돈에 빠져 들어서 미로에 진입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찬사는 아깝지 않습니다.







    자세하게 말씀드리는 건 감상을 하시게 될 분들에게 실례가 될 터이니 이쯤에서 그치겠습니다만...  결말을 보면서 전율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고 인색하게 평하자면 뻔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막상 그 장면을 보게 되자 저도 모르게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오고, 양 손으로는 그 탄성이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고자 황급하게 입을 감싸쥐게 되더군요. 이렇게 된 데에는 결말부로 치달아가는 과정, 즉 절정부의 곡선이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가는 바람에 거기에 집중하게 되느라 이전까지 머리 속에담아두었던 모든 걸 망각하게 된 탓이 컸습니다. 단언컨대 <인셉션>의 후반 20여 분은 관객들의 의식구조를 송두리째 앗아가고도 남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흡입력을 가졌습니다.




    <인셉션>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만, 절대 <다크 나이트>를 염두에 두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보다 자세한 리뷰는 추후 다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하 추가 :


    제가 "<다크 나이트>는 잊는 편이 낫다"고 한 것이나 마지막에 "<다크 나이트>를 염두에 두지는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한 이유는, 가감 없이 표현하자면 분명 저 또한 <인셉션>이 수작임에는 동의하지만 이동진 기자님의 말씀처럼 <다크 나이트>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여타 평론가와 기자를 비롯하여 여기저기서 현재 극찬이 쏟아지고 있는데,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제가 추가하고 있는 분량도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서 떠오른 단상들을 적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인셉션>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이기에 과대평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평론가든 기자든 저와 같은 일반 관객이든 간에 평정심을 되찾고 중립을 지키면서 요모조모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재관람을 하고 나서 확고한 결론을 내리게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제게 있어 철학적 사유의 깊이면에서 <인셉션>은 <다크 나이트>를 뛰어넘는 작품이 아닙니다. 적어도 그 표현력에 있어서는 <다크 나이트>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셉션>이 <메멘토>보다 한층 더 현란해졌지만 그것을 영화에 모두 녹여내는 데는 일정부분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프로이드의 정신세계니 호접몽이니 이딴 감당하지도 못할 현학적인 인용의 도구 따위는 다 집어치우고, <인셉션>은 전반적으로 극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설정들 사이에 어떤 유기적인 얼개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위에서 "초반부 설정의 다수를 놓치더라도 극을 이해하는 데 크게 무리가 가진 않지만"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인셉션>은 비록 액션영화는 아니지만 <다크 나이트>보다 더 오락영화에 가깝습니다. 허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심지어 실패작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내러티브의 구성을 꼬아 놓은 듯한 인상마저 받았다는 의미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이라는 이유에서 제가 역으로 인색하게 평가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어쩌면 다른 감독의 영화였다면 이렇게까지 꼬집어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후반부 20여 분의 흡입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마 영화를 보면서 내내 의문부호를 떨쳐내지 못하신 분들이라도 결말에 다다르면 모든 걸 용서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상세한 리뷰는 아이맥스로 추후 재관람을 한 후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어줍잖게 이것저것 세세하게 언급할 엄두가 나지 않는군요. 참고로 씨네 21에 올라온 100자평 중에 마지막 정한석 기자님의 평에 가장 공감이 갑니다. 저보다 더 인색한 평이지만 제가 느낀 바를 동일하게 공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발없는새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꿈꾸는 어느 블로거의 세계입니다.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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