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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과 섬진강의 하동녹차 이야기

    송쓰 송쓰 2011.06.29

    카테고리

    한국, 전라, 음식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도시, 하동.

    먼 옛날 대학 시절, 답사로 다녀왔던 기억이 아른아른한데,

    최근 하동을 다시 여행하는 좋은 기회가 있어 다녀왔네요!

     

     


     

     

     

    버스를 타고 내달리다 보면,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섬진강이 보이고,

    지리산의 깊은 굴곡이 은은한 강의 흐름과 어우러진 하동이 반갑게 인사합니다.

     

    여기는 시멘트의 죽은 회색이 생동하는 녹색에 가려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청정 지역 입니다!

     

     


     

     

     

     강줄기를 따라 걷기 좋게 만들어진 흙길을 걸어봅니다.

    그 길 옆으로 어여쁜 자태를 뽐내는 꽃들,

    그리고 정말이지 잘 생긴 나무 한 그루까지...

     

    강 옆을 노니는 정다운 새 두마리가 나의 질투를 부르고

    기계야 지리산에 묻혀 버려라, 초록아 회색을 덮어 살아가기를..

    자연에 동화돼 오랜만에 숨을 한번 크게 내쉬어 봅니다.

     

     


     


     

     

     

    평사리의 은빛 모래사장이 가득한 섬진강.

    저는 태어나서 섬진강을 처음 보았는데,

    이렇게 넓은 백사장이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이곳에선 축제기간 동안 밤마다

    달빛 아래 차를 마시는 행사도 한다고 하니,

     그저 하동에 계실 분들이 부럽기만 하더군요.

     

     


     


     


     

     

     

    위의 사진은 TV 드라마 <식객>의 촬영지로도 이용되었다는, 하동 녹차 시배지입니다.

    하동은 신라시대부터 차를 재배해 왔다고하니 거의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셈입니다.

    화개계곡 입구에서 시작하여 신흥마을까지 12km 구간 계곡의 양 옆이 차밭이라고 하네요.


     


     

    녹차는 원래 바위틈에서 자란 것을 으뜸으로 치는데

    화개통 차밭은 모두 골짜기와 바위 틈에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하동은 섬진강과 화개천에서 가까워

    안개와 습기가 많고 차 생산 시기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커서

     차나무가 잘 자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냉해를 입어 붉은 색으로 변해 있는 녹찻잎들을 보며

    시름에 젖을 농민들을 생각하자 마음이 아파옵니다.

     

    하지만 시원한 지리산의 바람을 맞으며 꿋꿋이 자라는 모습도 놀랍습니다.

    이 시기는 사실 우전이며, 세작이며, 고급 녹차들이 자라날 시기입니다. 

     

    - 우전(雨前) : 곡우(매년 4월20일) 전에 나온 아주 어린 찻잎의 순으로 만든 차.

    길이는 손톱만하다. 펴진 잎의 안쪽에 돌돌 말린 것만을 따서 ‘특제 우전’을 만들기도 한다.

    얼마나 어린잎으로 가공하였는가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생산량이 적고 값이 비싼 최고급차이다.

    찻잎이 어릴수록 단맛이 더 있고 향이 여리다. 가장 처음 딴 찻잎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첫물차라고도 한다.

     

     

    - 세작(細雀) : 곡우에서 5월 초까지의 가늘고 고운 찻잎으로 만든 차.

    세작 수준의 것이 우전보다 향이 더 짙어 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어리고 여린 녹찻잎이 '참새의 혀'를 닮았다 해서 작설(雀舌)이라 불리기도 한다.

    (우전과 세작까지의 찻잎이 작설에 해당된다)


     


     

      


     

     


     

     

     

     

    하동 녹차를 마셔 보니, 다른 지역에서 흔히 맛볼 수 없는 그윽하고 고요한 맛이 가득하더군요.

    서울에서 티백에 먹는 녹차는 정말 진정한 녹차가 아님을 알 수가 있습니다.

     

    녹차의 푸르름을 찍으러 간 녹차밭의 한쪽에는 유채꽃이,

    다른 한쪽에는 매실이 있었는데요.

    순간 깨달음이 옵니다.

     


     

    아, 하동의 녹차는 노란 유채와 푸르른 매실의 향을 먹고 자라겠구나.

    영화 <된장>에서 보면 된장이 벚꽃의 향을 맡아 나비를 유혹하듯이,

    하동의 녹차도 더욱 향이 짙어질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때 녹차를 따던 한 분이 저를 보고 묻습니다.


     

     

    "아가씨는 어디서 왔어?"


     

    "저, 서울에서 왔어요!"

     

    (원래 부천에 살지만, 서울에서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지방에서는 부천이라는 도시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요.)


     

     

    "뭐하러 왔어?"


     

    "하동 녹차 보러 왔어요, 많이 따셨어요?"

     


     

    그런 내 물음에 앞치마에 가득 담긴 녹차를 보여주시며 배시시 웃는 아주머님.

    하동 녹차는 크지 않아 이 계절에 나는 우전과 세작을 따려면

    무릎을 꿇거나 쭈그리고 앉는 수고를 마다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분들의 수고로 우리가 향기로운 녹차를 즐길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나저나 이 날 녹차밭에는 엄청난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람에 스치는 나무 소리를 듣는다는 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실내로 돌아와서는 차 문화 전시관과 차 문화센터에서

    1300만원이 넘는 하동의 진귀한 녹차를 보며 깜짝 놀라기도 하고

     

    차가 자라는 과정, 차의 효능과 쓰임새를 보며

    아주 적은 시간이나마 공부해 보는 학생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맨 꼭대기까지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닿을 수 있는 차 체험관에서

    무료로 다례를 배워보는 시간도 참 유익했습니다.

     


     

    차를 세 번에 나누어 따르는 것은 천지인의 도리를 따름이요.

    찻잎을 우린 맛이 지나치게 한 사람에게 몰리게 하지 않는

    배려가 느껴지는 마음 씀씀이에서 비롯된 것이군요.

     

     


     

     


     

     

     

    4월에는 벚꽃으로 유명한 하동 쌍계사가 차 체험관 바로 위에 있는데요.

    전날 비가 와서 사방에 나무의 향기가 가득한 계곡을 따라

    쌍계사의 진귀한 보물과 국보를 보는 재미가 가득하더군요.


     

     

    정말 운이 좋게도 저녁 6시 스님들이 법고와 운판을 치는 모습도 볼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쌍계사의 하루가 아니었나 합니다.

     

     


     


     

     

     

    드라마 '토지'의 배경이 되었던 최참판 댁도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수능 언어 문학시험에서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 작가의 작품이 나와 강렬한 기억이 있는 '토지'인데요.

     


     

    소설 속의 주인공인 최서희가 묵었던 별당에 핀 모란과

    천원지방(天圓地方)의 구성을 따른 연못을 보며

    내가 보았던 한옥의 별당 중에 '가장 아름답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하동포구의 백사청송은 900여 그루의 노송이 우거진 숲인데

    정말 시간만 허락한다면 소나무향을 실컷 맡으며 한 숨 늘어지게

    낮잠에 푹 빠져들고 싶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하동은 청학동 삼성궁, 칠불사 아자방지,

    형제봉 철쭉이 유명한 관광지라 하더군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먹을거리인데요.

    하동에서는 녹차가 들어간 녹차찐빵도 먹을 수 있습니다.

     

    곳곳의 분식점에서 파는데 역시 '녹차의 도시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중의 편의점에는 '하동녹차'를 음료수로 만들어 팔기도 하구요.

     

     


     

     


     

     

     

    하동의 섬진강 재첩국은 아주 작은 조개인데 재첩과 부추만으로 맛을 내어

    시원한 민물의 맛을 자랑합니다. 버린 조개 껍데기는 비료로도 사용하더군요.

     


     

    이 재첩으로 골뱅이처럼 무쳐 재첩무침을 만들어 비빔밥에 비벼 먹기도 하고

    부침개로 부쳐 먹기도 하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식사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 화개장터에서 해 보았습니다.

     

     


     

     

     

    빙어와 은어, 쑥을 튀긴 모듬 튀김도 고소한 맛이 좋았습니다.

    특히 몸통이 큰 은어의 향기로운 맛이 일품이더군요.

     

     


     

     

     

    고추장 국물에 참게와 시레기를 넣어 끓인 참게 요리는 

    속살이 찰지게 올라 더위에 잃었던 입맛을 자극합니다!

    (국물 맛도 정말 예술입니다~)

     

    슬로시티의 명성 답게 사방이 푸르름으로 가득한 하동.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녹색으로 호사스겁게 눈을 치장하기 좋은 그런 도시입니다.

     

    언젠가 하동에 벚꽃이 필 때면 꼭 가보리라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 하동이었습니다.


     

     

     

    송쓰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이야기가 담긴 여행지, 전통이 가득한 소중한 여행지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http://www.songss.kr @song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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