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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호이안 여행, 시간을 걷다.

    박성빈 박성빈 2013.01.25

     

     

    시간을 걷다, 베트남 호이안

     

     

    '너무 빨리 달리면 안 된다. 영혼이 못 따라오니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말처럼 예전에 비해 충분히 잘먹고 많이 걸쳤지만, 행복의 가치에 대한 방향감각은 흐릿해졌다. 먼지 날리는 오래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 낙후하고 힘들고 불편하게 살아가는 곳. 추억을 팔아 하루 끼니를 때우며 살아가는 곳.이런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생존의 무서운 슬픔’이 스며 있지만 동시에 '행복한 생명의 에너지'가 그곳에 충만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호이안은 베트남의 17세기 옛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곳이다.

    지금은 그저 한가로운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한 때 이곳은 '바다의 실크로드'라 불릴 정도로 번성했던 국제도시였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서양의 상인들이 드나들던 항구이자 무역 도시로 번성했던 흔적이 세기를 넘어 곳곳에 남아 있다.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구시가지는 베트남의 고도시로 불리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발리의 우붓, 일본의 유후인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 곳이다.

     

     

     

     

     

    - 호이안에서는 천천히 시간속을 걸어가며 추억을 붙들어보자.


    멈추고 싶었던 순간들, 붙잡고 싶은 시간들 조차 희미해진다는 것이 겁이 나기도 한다. 그리움은 흐릿해지고 모든게 가물가물해진다. 기쁨이나 즐거움은 미지근해지며 소망과 기대는 싱거워진다. 이 찰나는 덧없이 지나갈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예감하는 달콤하고도 쓴 눈물은 삼키자. 훼손되지 않은 시간에 대한 애절함과 그것이 이미 사라져버린 순간에 대한 쓸쓸한 시선은 거두자.  그때가 좋았다, 그립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잠시 멈춰 바쁘게 걸어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고 추억에게 말을 건네자.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삶의 한순간과 맞닿아 있는 애틋함을 호이안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팔이 떨어져라 열심히 노를 저었는데 배는 어디에 와 있는가

     

    투본강변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구시가지 한쪽은 신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해질녘 100년이 훌쩍넘은 오래된 건물을 배경삼아 즐기는 뱃놀이는 '선셋 타임머신'을 탄듯 묘한 낭만이 있다.

     

     

     

     

     

    호이안의 명물 '화이트 로즈'와 '까오 라우'


    새우를 다져 속을 채운 베트남식 만두인 '화이트 로즈'는 하얀 장미를 닮아 있다. '까오 라우'는 국물이 없는것이 특징이며 일반적인 쌀국수보다 면발이 굵고 쫄깃하다. 야채와 함께 먹는다. 그런데 먹고일어서면  금세 배가 고프다. 베트남에서는 다섯끼를 먹는 것에 익숙해져야한다.

     

     

     

     

     

     

    길게 그림자가 길어지는 조용한 오후.

     

    아이들의 수다.

     

    해질녘 하교길 같은 아스라한 풍경들.

     

    마음속에 인화지로 남는 풍경들.

     

     

     

     

     

     

    하루를 커피 한 잔과 쌀국수로 시작하는 것은 베트남 사람들의 아주 평범한 일상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커피 문화를 처음 접하고서 세계에서 가장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베트남. 이제 세계2위의 커피 생산국이기도 하다.

     

    순수하게 원두로 내린 커피를 카페 농(Ca Phe Nong), 원두로 내린 커피에 연유를 넣은 달콤한 커피를 카페 스어 농(Ca Phe Sua Nong), 얼음을 채워서 마시는 원두커피를 카페 다(Ca Phe Da), 얼음을 채우고 연유를 넣어서 달콤하고 시원한 커피를  카페 스어 다(Ca Phe Sua Da) 라고 한다.

     

    투본강변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베트남 커피를 맛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된다.

     

     

     

     

     

    쩐푸 거리 서쪽 끝에는 일본 다리가 있다. 1593년 세워진 목조지붕이 있는 이색적인 다리로, 항해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세운 작은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호이안 구시가에는 전형적인 중국식 기와집과 목조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관우를 기리는 꾸안꽁 사원, 푸젠성 출신 화교들이 세운 푸젠화교 회관, 응우옌왕조 시대 중국인이 세운 쩐가 사당 등 빨간색, 노란색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중국식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이안은 더이상 과거에 번성했던 무역항이 아니다.

     

    오래전 건물들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방식은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 '바다의 실크로드'라고 불리던 국제적인 무역도시가 이제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들이 오래 지켜왔던 것으로부터 나아갈 길을 찾아보는 일, 즉 ‘오래된 미래’에 대한 변화를 탓할수는 없다. 베트남 친구와 함께 다니면서 이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시간이 흘러 부모님과는 다른 모습으로 호이안에서 살고 있지만, 이렇게 옛모습을 지켜갈수 있는것에 고마워하며 살아간다. 추억의 시계는 느리게 흘러가지만, 변화의 시계는 늘 그보다 빠르다. 그렇기에 우리는 추억의 시계가 더 느리게 흘러가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호이안 구시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중앙시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리의 우붓, 일본의 유후인과 비교되는 이유는 전통시장 덕분이기도하다. 베트남 전통 공예품 등이 가득하다. 베트남 전통모자 논을 쓴 상인들이 바쁘게 거리를 오가며 흥겨운 분위기를 돋운다. 쩐푸 거리 화랑가에서 도자기나 미술품 등을 감상하는 시간도 즐겁다.  손재주가 뛰어난 베트남 사람들이 즉석해서 맞춰주는 수제 옷과 수제 신발도 유명하다. 5~6시간정도면 이 세상에 단하나뿐인 옷과 신발을 맞출수 있다. 쇼핑할 때는 무조건 부르는 가격의 반값부터 흥정에 들어가는것이 좋다.

     

     

     

     

     

    호이안 구시가지는 밤이 특히 아름답다.

     

    거리에 장식된 수백개의 전등이 일제히 켜지면 베트남의 고도시 호이안은 속살을 드러내며 낮과는 또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거기를 헤매고 다니던 여행객들은 구시가지의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하나 둘 모여든다.

     

     

     

     

     

    투본강변의 구시가지에는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 카페 등이 즐비하다. 90년대 팝송을 들으며 100년이 넘게 흐른 유적지 안에서 근사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베트남 음식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수준급 음식을 입맛에 맞게 고를수 있다. 화려한 호이안의 밤을 풍성하게 보낼수 있다.

     

     

     

     

     

    매달 보름이면 보름달맞이 축제가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연등 띄우기. 많은 사람들이 투본강에 연등을 띄우며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한껏 드러내고 웃는 베트남 사람들.


    이방인의 시선이 여전히 수줍은 베트남 사람들이다. 가난을 공유하고, 잘살아 보겠다는 마음 또한 공유했던 과거보다 지금 얼마나 더 행복해졌을까. 세상이 마냥 즐거운 듯한 베트남 사람들의 웃음과 옷차림은 지금 눈에 남루해 보인다. 하지만 웃음소리는 세월을 훌쩍 넘어 사진 밖으로 전해진다. 행복에 대한 방향감각이 흐릿해졌을때 슬쩍 훔쳐보고 싶은 곳 베트남. 그안에 시간을 거슬러 잠시 쉬어갈수 있는 고도시 호이안.

     

     

    '너무 빨리 달리면 안 된다. 영혼이 못 따라오니까.'

    시간을 걷다. 호이안에서.

     

     

     

     

    * 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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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빈

    카메라 하나 매고 세계를 방황하는 여행사진작가. 여행작가이기도 하며, 여행을 주제로 매달 한 곡씩 노래를 발표하는 인디 프로젝트 그룹 'Tourist'의 멤버이기도 하다. 저서 유럽포토에세이 '그리우면 떠나라'(랜덤하우스코리아) , 'Enjoy 베트남'(넥서스 북) 등 다수. '여행에서 남는것은 사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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