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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유럽이 특별한 이유

    발없는새 발없는새 201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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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북유럽, 에피소드

     

     

    “유럽 속의 북유럽”


    어차피 한 대륙에 속해있어 뭐 그리 큰 차이가 있을까 싶었지만 서, 남유럽과 북유럽은 많은 면에서 달랐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점을 조금씩이나마 비교하며 여행을 하다 보니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기도 했다. 우리가 순수 여행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유럽 속의 북유럽은 그래서 더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1) 두 개의 레이더


    일행들이 날 두고 “두 개의 레이더를 가졌다”는 표현을 했었다. 여기서 말하는 레이더 중 하나는 귀여운 꼬마아이를 향해 있었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더니 결혼 적령기가 되어서 그런지 아이들만 보면 사족을 못 썼다. 다른 하나는 수많은 미녀들을 탐지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좀 놀랍지만 어디서든 기가 막히게 미녀의 출현은 놓치질 않았다. 만약 두 개의 레이더 중 어느 것이 더 고성능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후자라고 말할 수 있다.


    일찍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를 여행하면서는 왜 소피 마르소와 모니카 벨루치 같은 미녀가 없냐고 불평을 쏟았었다. 그에 반해 북유럽에는 정말 미녀가 많았다. 결코 과장이 아니라 거리를 걷다 보면 3분에 한 번은 고개가 돌아갈 정도였다. 한때 우스갯소리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김태희, 한가인, 전지현이 밭을 갈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만큼 미녀가 많다는 의미로 쓰인 것이었다. 이걸 그대로 북유럽에 적용해도 좋다.


    동계 올림픽을 통해서 빼어난 외모로 화제를 모았던 ‘키이라 코르피(핀란드)’나 ‘헤게 보코(노르웨이)’에 버금가는 미녀가 숱하다. 못 믿겠다 하시는 분들은 지금 당장 북유럽으로 가서 확인해 보시라. L, N, S에 따르면 미남도 많았다고 하지만 난 미녀를 보기에도 바빠서 거기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2) 다시 느끼는 ‘우생순’의 감동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우리나라의 여자 핸드볼 대표 선수들은 고군분투 끝에 은메달을 획득했다. 열악한 환경에다 편파판정까지 겹쳤으면서도 투혼을 불사르며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핸드볼 강국이 많은 유럽에 비해 한국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이지만 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특히 핸드볼 강국으로 꼽히는 곳이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국가다. 조금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북유럽을 여행하며 우리 선수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재차 실감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북유럽인들은 체격이 월등하다. 북유럽 4개국의 평균신장으로 따져도 180cm를 넘거나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냥 키만 큰 게 아니라 덩치마저 우람하다. (흔히 바이킹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바이킹의 평균신장은 - 당시로서는 컸을 수 있으나 - 160cm 안팎에 불과했었다고 한다) 내 체격이 큰 편은 아니지만 서, 남유럽을 여행하면서는 유럽 남자들의 체격에 주눅든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북유럽에서는 주눅이 들다 못해 위압감마저 느꼈던 적이 수두룩하다. 이런 남자들이 양팔과 목에 문신을 하고 앙증맞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이색적인 광경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게 된다.


    신장이 크다는 면에서는 여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언뜻 보기엔 여자들의 평균신장도 족히 170cm는 될 듯했다. 그러다 보니 모델 뺨치는 외모를 가진 미녀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간혹 뒷모습만 보고 우리끼리 "머리가 긴 남자일 것"이라고 예상했다가 앞모습을 확인하곤 깜짝 놀랐던 적도 수 차례 있었을 만큼  체격이 좋은 여자도 있었다.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 정말 대단한 거다. 





     

     

    3) 영어는 기본

     

    첫 유럽여행의 첫 목적지였던 파리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점은 영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익히 들어왔지만 피부로 체감하니 듣던 것 이상이었다. 지하철조차 ‘출구’를 불어(Sortie)로만 표기하고 영어로 된 안내문이 없었다. 파리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종종 영어와 관련하여 겪을 수 있었던 난처한 상황도 있다. 분명 영어로 물었는데 자국어로 대답해주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 중 하나였다. 말을 하는 걸 보면 질문을 알아듣고 도와주려는 것 같지만 우리 입장에선 당최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북유럽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쿠오피오에서 만났던 헨드릭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쓴다. 아주 연세가 많거나, 어리거나 또는 이민자가 아니라면 다들 영어에 꽤 능숙한 편이다. 평균적인 영어구사능력을 보면 한국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닐 테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우리보다 한 수 위다. 만약 북유럽에서 영어로 길을 물었는데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둘 중에 하나다. 첫째, 가르쳐주기 귀찮아 하는 까칠한 사람. 둘째, 정말 영어를 못하는 사람. 어느 쪽이 걸리든 억세게 운이 없다고 보면 된다.


    영어만이 아니라 북유럽은 대체적으로 미국문화에 관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편의점도 가끔 눈에 띄었고, 고속도로에서는 할리 데이비슨과 같은 대형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심지어 국내에는 많은 미국계 모 패밀리 레스토랑도 봤다. 모두가 서, 남유럽을 여행하면서는 접하기 힘든 것들이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명 ‘힙합 패션’, 그러니까 바지를 골반까지 내려 입은 젊은 남녀들도 상당수였다. 그 밖에도 “I ♡ NY” 티셔츠를 본떠서 자기네 도시의 이름을 넣은 티셔츠도 있었고, 미국 가수와 영화배우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 상점도 있었다.




     

     

    4) 언제 어디서나 방심은 금물


    유럽여행을 앞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염려하는 것이 아마 소매치기나 강도 등의 범죄일 것이다. 나만 해도 처음엔 '설마 그렇게 심할까?'라며 반신반의했었지만 실제로 유럽에 가보고 적잖이 놀랐었다. 민박집에 들릴 때마다 범죄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로마까지 갔다가 몽땅 도둑맞는 바람에 파리로 다시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우리 역시 밀라노에서 순간의 방심으로 자동차가 털리는 참사를 겪었다. 특히 관광지로 인기가 높은 도시일수록 그에 비례하여 우범지대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파리, 로마)


    그에 비하면 북유럽은 보다 안전한 여행이 가능하다. 생활수준이 높고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북유럽답게 범죄율이 낮기로는 전 세계를 통틀어 손가락에 꼽힌다. 비록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최근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타 유럽에 비해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지역임은 틀림없다. 이전에는 밤 9시 이후로 나다니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지만 북유럽에서는 밤늦게까지 놀다가 들어간 적이 수두룩했다. 물론 낮이 길었던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을 우리가 몸소 느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일례로 유명 관광지일수록 수시로 순찰하던 서, 남유럽과 달리 북유럽에서는 좀처럼 경찰이 보이지 않았다. 쉽게 생각하면 후자가 더 위험하지 않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구역일수록 순찰을 강화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도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지 "맘을 푹 놓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북유럽이라고 유토피아는 아니며 엄연히 범죄는 존재한다. 실제로 관광객을 상대로 사기치는 사람들과 자동차를 털어가는 범죄를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간혹 볼 수 있었다. 





     

     

     

    5) 주객전도


    앞서 여행을 준비하면서 북유럽으로 떠나려는 이들이 많지 않아 고민이었다는 얘기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북유럽에서는 한국인들을 보기가 힘들었다. 서, 남유럽만 해도 얼마든지 볼 수 있었던 데 반해 북유럽에서는 한국인은커녕 동양인들조차 보기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대도시도 마찬가지라 여행 기간 중에 한국인을 만난 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첫 유럽여행은 겨울에, 북유럽은 여름에 다녀왔다는 걸 감안하면 꽤 심각한 편차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북유럽 사람들도 동양인들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행을 하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북유럽으로 여행을 간 건 우리고, 여행자들은 그 나라의 명소와 문화는 물론이며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헌데 전세가 역전이 되면서 구경을 하러 간 우리가 되려 구경거리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서, 남유럽에서는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었던 것과 정반대였다. 덕분에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잔뜩 호기심어린 눈길로 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예테보리에서는 한 아저씨가 우리들을 자신의 캠핑카로 초대하고는 무술을 보여달라고 부탁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물론 시범을 보여줬다. 나 참...) 이소룡의 영향이 큰 건지 아직도 동양인하면 무술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더라.


    이러한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은 나라별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두드러졌다. 예테보리에서 배를 타고 덴마크로 건너간 후에 들렀던 올보르그에서는 길을 지나가는 우리를 한참동안 쳐다보는 사람들(위 사진 속)도 있었다. 마치 ‘여기에 동양인들이 왜 왔지?’라며 신기해 하는 눈빛이었다. 이와 같은 북유럽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또한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독특한 경험 중 하나이기도 했다. 서로 가까워지기도 쉽고 해코지만 하지 않는다면야 딱히 나쁠 것은 없으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북유럽에는 고급차가 상당히 많았다. 타 유럽에서는 런던을 제외하면 북유럽만큼 고급차가 자주 목격되는 곳이 없었다. 보통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메이커나 모델보다 대중적인 자동차의 비중이 훨씬 높았는데, 북유럽에서는 스웨덴의 사브, 볼보 외에 독일산 명차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자동차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천혜의 자연을 가진 나라에 걸맞은 전기 자동차였다. 캠핑장에서 캠핑카에 전기를 공급할 때나 쓰는 걸로 알았던 콘센트가 주차장에도 있어서 용도가 궁금했었다. 나중에 오슬로의 한 주차장에서 이 콘센트와 전기 자동차가 연결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는 노르웨이 기업에서 생산되는 소형 전기 자동차 ‘버디(위 사진)’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건 제 책과는 별개로 따로 지금 적어가면서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입니다.


     

     

    북유럽 여행 예찬론



    진심에서 우러나와 드리는 얘긴데, 저한테 서, 남유럽과 북유럽 중 어느 곳이 더 인상적이었냐고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북유럽이라고 말하겠습니다.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의 관람을 즐기기보다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필히 북유럽을 가보세요. 절대 후회 없을 겁니다.


    이제는 솔직히 말씀드려야겠는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다녀와서 썼던 첫 책의 경우에는 제 양심에 어긋나는 글이 있었음이 사실입니다. 앞서 들렀던 국가에서 저는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꽤 컸었습니다. 파리만 해도 영화나 티비 등 각종 매체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망 투성이였습니다. 도시가 전체적으로 굉장히 지저분하고 거지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제 고향 부산에서 수 년 간 몇 번 보지도 못한 거지들을 파리에서 다 봤습니다. 그만큼 파리는 익히 알려진 화려한 명소 외에는 암연이 그 이상으로 짙은 도시였습니다. 오죽했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파리에서 좀 살아보고 "파리의 환상에서 깨어나라"라는 제목으로 책을 써보고 싶었을까요... (참고로 제가 본 영화들 중에서 파리를 가장 현실적으로 담은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입니다)






    실제로 제가 당시에 원고를 쓰면서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일본인들 사이에는 '파리 신드롬'이라 불리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BBC에서도 보도한 적이 있다는데, 유독 일본에서만 발생해서 진짜다, 아니다 말이 많았다고 합니다. 워낙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향에다 히키코모리를 비롯한 현대사회의 병폐 그리고 각종 정신질환으로 인한 충격적인 '묻지마 살인'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그만한 일로 정신병까지 앓을 리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발표에 따르면 파리를 찾았던 관광객 중 한해 12명 가량이 자신이 파리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대와는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극히 적은 비율이라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전혀 사실무근일 이야기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파리를 비롯한 각 여행지의 음울한 단면을 언급하는 걸 주저하더군요. 정확하게 "여행지에 대한 환상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뭐 그 이유야 충분히 짐작이 가고, 이해도 가긴 합니다. 비겁한 변명일 수 있겠지만 그래서 이에 대한 얘기를 쓸 수 없었고, 심지어는 제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까지 첨가하여 가식적인 글을 써야만 했습니다. 제가 모 유명 여행작가를 싫어하는 이유인 행동을 똑같이 했다는 게 지금에 와서도 참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두 번째 책에 실린 북유럽에 관한 인상은 누구의 제한이나 요구가 담겨 있지 않은100% 제 진심이 전부인 것은 물론이고, 북유럽 자체가 어디 하나 쉽사리 흠잡을 수 있는 대목이 없었습니다. 도리어 "꼭 한 번 북유럽에 가보세요!"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픈 심정입니다. 아, 단점이 하나 있긴 하군요. 살인적인 물가... 크나큰 단점이지만 이걸 제외하면 북유럽은 최고의 여행지가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도시는 깨끗하고, 사람들은 친절하고, 단 한 건의 범죄도 경험해 보지지 못했으며, 그럴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북유럽의 순결하고 청아한 자연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다음에 북유럽의 자연에 관한 포스트를 하나 올리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북유럽에서도 특히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보존되어있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는 문장의 의미를 유감 없이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북유럽을 여행하는 도중에 다짐했습니다. 나중에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기필코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그때는 산해진미와 일급 와인의 향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자동차로 구석구석을 유랑하고 싶습니다.



    발없는새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꿈꾸는 어느 블로거의 세계입니다.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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