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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벳부, 일생에 한 번은 료칸의 밤을

    녹색희망 녹색희망 2013.11.08

    카테고리

    숙박, 휴양, 큐슈

     

    아이와 나, 둘만의 규슈 멘토링 여행

    벳부, 일생에 한 번은 료칸의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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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료칸이 뭐에요?

     

    딸아이 손양이 벳부에 도착해서 그날 묵기로 한 료칸 '벳부 유야'의 송영차를 기다리며 내게 물었습니다. 호텔, 이라고 설명하자니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아서 '일본식 전통 여관'이라고 대답하니 아이가 이내 시무룩해집니다.

    "여관? 엄마랑 우리나라 시골 여행할 때 우리가 묵는 민박 같은 곳?"

    좋은 호텔의 기준이 '수영장의 유무'인 아이가 괜한 오해를 할까봐 얼른 수영장은 아니지만 온천이 있는 곳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러자 이내 아이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갑니다. 이렇게 설명을 얼버무리고 나니, 새삼 '료칸'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료칸이 뭐길래 일본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낭만의 상징이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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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벳부 유야 료칸

     

    일본의 료칸(旅館)은 

    언뜻 우리나라의 여관과 발음이 비슷하지만 시설이나 서비스, 그리고 역사는 아주 다릅니다. 우리나라 여관은 그 옛날 보부상들이 하룻밤 쉬어가며 목을 축이고 허기를 채우던 '서민형 주막'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일본의 료칸은 지방을 다스리던 영주들을 위한 고급 숙소, '혼진'(本陣)이 그 시초입니다. 그렇다보니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화려한 연회 요리를 내오며 극진히 영주를 대접하던 문화가 아직 남아있지요. 이토록 융숭한 서비스에 온천욕까지 더해지니, 일본에서는 자국민들에게 '온천여행'이 인기만점입니다.  

     

    온천마을 벳부

    후쿠오카에서 기차로 2시간이면 도착하는 벳부는 일본에서 소문난 온천마을입니다. 온천이 솟아나는 원천수만도 2,000여 개에 달한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지요. 그러다보니 벳부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온천 료칸 (여관) 만도 셀 수 없이 많은데요, 우리는 이 가운데 '벳부 유야 료칸'을 선택했습니다. 모처럼 온천 마을에 왔으니 제대로 된 전통 료칸을 경험해보고 싶었지요. 

     

     

    전통 료칸 벳부 유야 YU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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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벳부 유야의 체크인 카운터 

     

    지옥온천순례를 마치고 약속된 시각에 맞춰 JR벳부역에 도착하니 내 이름 석자가 적힌 피켓을 든 직원이 서 있습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셔틀버스로 안내하는데 벌써부터 영주의 가족이라도 된 듯, 대접받는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유야 료칸의 본채는 마치 옛 일본 전통 가옥을 보는 듯한 목조건물. 로비의 소파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니 어느새 직원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료칸 소개를 해줍니다. 서투른 영어였지만 친절함이 묻어나는 말씨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런 맛에 료칸에 오는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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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벳부 유야의 고즈넉한 회랑 

      

    일본 각지에 온천마을이 있고, 최근에는 서양식 호텔을 닮아 깔끔하고 편리한 시설을 자랑하는 현대식 온천 리조트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목조건물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전통 료칸이 인기만점이라고 합니다. 

    전통 료칸 벳부 유야는 JR벳부 시내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임에도 도착하는 순간 공기가 사뭇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도착한 다음 날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은 구불구불한 산길 도로에 인접해 있다는 점. 그런데 간밤에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듣지 못하고 고요하게 보냈으니 새삼 놀랍더라고요. 게다가 전 객실 만실을 자랑할 정도였는데도 참 얼마나 조용한지. 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힐링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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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료칸의 장점은 일행과 함께 오붓하게 온천과 숙박을 즐길 수 있도록 모든 객실이 별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에요. 게다가 전 객실에 전용 노천탕과 실내탕이 있어, 24시간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감동이었습니다. 동남아의 풀빌라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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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그 뿐인가요. 다다미 깔린 화실은 널찍하고 아늑한데다 바닥에 깔린 이불도 깨끗하고 폭신하니, 온천으로 노곤해진 몸을 누이기만 하면 금세 잠에 빠져들 것만 같았습니다. 거기에 예쁘게 꾸며진 일본식 정원이 내다보이는 전경... 단 하룻밤 이곳에 머문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유야 료칸은 다다미 방에 이불을 깔고 자는 화실(和室) 외에도 침대가 놓여있는 양화실이 2개 있으니, 침대를 고집하는 분이라면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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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끗한 향기가 솔솔 나던 전통 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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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침없이 이불 위로 다이빙을 시도하는 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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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실에 비치된 아기자기한 비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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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넓은 미닫이 창 너머 아름다운 전망과 정원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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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이 잠을 자는 다다미방, 오른쪽은 화장실과 전용 온천탕이 있다 

      

     

    운치 만점 료칸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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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벳부 유야의 객실은 앞서 말한 것처럼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독 별채라 꽤 넓은 구조입니다. 덕분에 손양은 방 안을 마음껏 활개칠 수 있었어요. 고지대에 위치한 만큼 전망도 좋아, 노천탕에서 내려다보는 벳부만의 전경도 일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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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하셨을 노천탕의 모습입니다. 널찍한 온천탕에 미닫이 문이 하나 있는데, 닫으면 실내탕을 즐길 수 있고 열면 노천탕으로 이어져 있어요. 또 이곳은 온천수를 고이게 하지 않고 계속 흘려보냄으로써 신선한 온천을 24시간 즐길 수 있게끔 해놓았으니 '물이 좋다'는 이럴 때 하는 말이 아닌가 싶었어요. :)

    언제든 마음이 내킬 때 마다 온천에 몸을 데울 수 있다보니 손양은 밥 먹기 전, 밥 먹은 후, 잠 들기 전, 다음날 아침 등 생각만 나면 쉴 새 없이 들락날락~ 평소 온천을 좋아하던 만큼, 원없이 온천을 즐길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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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료칸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일본식 온천요리인 '가이세키'입니다. 그 옛날 군주를 대접하던 연회요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제철 재료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이 마치 코스요리처럼 나오는 것입니다. 그 지방의 특산물과 계절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요리들을 맛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지요. 

    특히 가이세키 요리는 1인용 식기에 앙증맞게 담겨오는 모습도 예뻐서 '눈으로 먹는 음식'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눈으로 먼저 그 모양을 감상한 뒤 비로소 혀로 맛을 보게 되니 말이에요. 직원이 음식 하나를 내올 때 마다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지만 안타깝게도 일어를 잘 몰라서 전부 이해 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눈 앞에 놓인 음식을 보기만해도 얼마나 정성이 들어갔는지는 알겠더군요. :) 

    벳부는 특히 바닷가에 위치한 마을이라 회를 기본으로 벳부의 소고기와 제철 채소를 듬뿍 활용한 요리들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지역 특산물인 일본식 백숙 '미즈타키'도 약식으로 제공되어 우리의 혀를 달콤하게 녹여주었지요. 마무리는 벳부 푸딩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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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조식입니다. 보통 호텔 조식은 간단하게 먹기 마련인데 료칸의 아침은 다릅니다. 어제의 가이세키 요리 뺨치게 상다리 부러지는 아침 밥상이 차려져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일본 가정집 요리를 기본으로 푸짐하고도 정갈하게 차려낸 것인데, 쌀밥에 달걀말이, 명란젓, 된장국, 생선구이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을 먹으니 속도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더라고요. 역시 한국인은 밥심. (^^)  

     

      

    딸아, 이렇게 같이 있으니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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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둘만 남겨진 것 같은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밤 하늘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겼습니다. 서로의 몸을 정성스럽게 닦아주며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절로 속 깊은 이야기까지 술술 흘러나오더라고요. 이렇게 오붓하게 둘이서 대화를 나눠본 것도 오랜만이다 싶었어요. 평소에 하던 잔소리에서 벗어나 저도 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나눌 수 있었지요. 

    료칸의 선물인 '커플 양말'을 꺼내 신고 산책을 하거나, 함께 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 이런 소소한 것들이 더 크게 와닿는 료칸의 밤이었어요. 게다가 손양이 '엄마, 따뜻한 녹차 한 잔 내려줄까요?' 하며, 평소의 천방지축은 어디로 가고 다 큰 아이처럼 점잖게 녹차를 우려 내게 내미는 모습은 여행의 마법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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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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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료칸 벳부 유야

    - 주소 :  別府市堀田4組1 

    - 전화 : 0977-23-2400

    - 홈페이지 http://www.beppuyuya.com/ (일본어)

     

     

    ※ 취재: Get About 트래블웹진

     

     

     

    녹색희망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된 낮고 겸허한 세상 바라보기를 통해 ‘공정한 세상’,’윤리적 여행’ ,‘착한 여행’,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으로까지 너른 시야를 갖춘 여행자가 되어간다. 그 이야기는 블러그, 잡지, 그리고 책을 통해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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